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임금이 최근 18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인 ‘임금 나선(wage spiral)’ 조짐은 전혀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와 산업계는 생산성 저하가 심각한 상황에서 호주중앙은행(RBA)이 다음 주에 금리를 너무 일찍 인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임금 상승과 생산성 하락 우려
알바니즈 정부가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에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을 요청할 예정인 가운데, 경제계와 학계에서는 여전히 고용 비용 부담이 높아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호주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공식 자료에 따르면 3월 분기 임금은 0.9% 상승했고, 연간 기준으로는 3.4% 증가해 2.4%인 전체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며 5분기 연속 실질 임금 상승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알바니즈는 RBA 총재 미셸 불록(Michele Bullock)의 견해와 달리 임금은 생산성 증가와 무관하게 물가 상승률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활비 압박이 심각하며, 이를 완화하는 한 방법이 임금 인상”이라고 말했다.

가계 실질소득 감소 문제
OECD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호주의 1인당 실질 가계소득이 1.8% 하락해 OECD 국가 중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산업계는 이번 임금 상승이 주로 공공 부문에서 발생한 점에 주목하며, 생산성 하락과 맞물려 고용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정부별 기업협약과 노인 요양 노동자 임금 인상이 이러한 상승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공공부문 임금 인상 ‘비현실적’
호주산업그룹(Australian Industry Group) 최고경영자 인네스 윌록스(Innes Willox)는 “공공부문에 납세자가 지원하는 임금 협약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호주는 1990년대 초 경기 침체 이후 최악의 경제 성과를 보였다”며 “민간 부문 임금은 이런 경제 현실을 반영해 조정되는 반면, 공공부문 협약은 계속 상승 중”이라고 비판했다.
호주상공회의소(Australi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최고경영자 앤드루 맥켈라(Andrew McKellar)도 생산성 저하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생산성 개선 없이 실질 임금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호주가 실질 임금을 높이려면 생산성 성과가 현저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무장관 임금·물가 악순환없다
짐 차머스 재무장관은 노동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서 임금 인플레이션의 흔적은 전혀 없으며, 임금이 오르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노동조합연맹(ACTU) 회장 미셸 오닐(Michele O’Neil)은 임금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6월 초 공정노동위원회의 임금 심사 결정에서 최저임금 4.5% 인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저임금 및 수당 노동자 260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친다. 오닐 회장은 “임금과 근로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노동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점이 오늘 자료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공공 부문 임금 상승 두드러져
최근 통계에 따르면, 계절 조정 기준 공공 부문 임금은 분기 1% 상승해 민간 부문 임금 상승률 0.9%를 소폭 앞섰다.
공공 부문 비중이 높은 수도권 ACT 지역에서는 임금이 3.9%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금리 인하 기대 속 불안한 전망
금융 시장은 RBA가 다음 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본다.
주도은행(Judo Bank) 수석 경제학자 워렌 호건(Warren Hogan)은 생산성 저하를 반영한 노동 단위 비용(Labour Unit Costs)이 여전히 5%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RBA가 중시하는 지표는 임금을 생산성으로 조정한 노동 단위 비용으로, 이는 인플레이션을 훨씬 웃돌고 있다”며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EY 경제학자 폴라 갯스비(Paula Gadsby)는 RBA가 금리 결정을 내릴 때 생산성 저하 문제를 신중히 고려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임금 상승률보다 노동 단위 비용을 더 중점적으로 살피는데, 이는 노동 한 단위당 총 노동비용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