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와 진화를 증언하는 장소들
유네스코 글로벌 지오파크 네트워크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이 네트워크는 지질학적 유산이 풍부한 지역들을 연결하며, 여기에는 암석층, 산맥, 화산, 동굴, 협곡, 화석지, 고대 사막 풍경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지역들은 지구의 역사와 진화, 기후를 증언하는 중요한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환경 보호와 교육의 장으로서 지역 주민들과 토착 커뮤니티가 문화와 전통을 전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 지정된 16개 지오파크
유네스코가 새로 지정한 16개 지오파크는 중국, 북한(북한),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노르웨이, 대한민국,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영국, 베트남에 위치해 있다. 그중 북한은 처음으로 지오파크를 지정받으며, 중국과 함께 공유하는 산맥의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에 처음으로 두 개의 지오파크를 보유하게 되었다.
유네스코는 아프리카, 아랍 국가, 소도서개발도서(SIDS) 등 지오파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 임무를 수행하고, 맞춤형 교육 세션을 제공하며, 국가 및 지역 차원에서 지오파크 신청 준비를 돕기 위한 개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1.중국: 칸불라 지오파크(China:Kanbula)
칸불라 지오파크는 청해-티베트 고원 북동쪽에 위치하며, 복잡한 지질학적 과정에 의해 형성된 뛰어난 지질적 특징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명소로는 마이시우 화산군이 있으며, 이곳은 매우 잘 보존된 고대 화산들이 모여 있다. 또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긴 황하가 이 지역을 흐르고 있다. 이 지오파크는 풍부한 지질 유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를 황하와 관련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고 시스템과 예보를 조정하고, 홍수와 산사태에 대처하는 방법을 주민들에게 교육하는 활동도 활발히 진행된다.
칸불라는 과학적 접근법과 함께, 티베트의 전통적인 문화도 깊이 뿌리내린 지역이다. 14세기 롱우쓰 사원에는 지구의 진화를 그린 전통적인 티베트 탕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산의 봉우리, 화산 폭발, 바다가 나타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며, 인간과 동물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러한 전통적인 문화와 과학적 설명을 결합하는 것이 이 지오파크의 중요한 특징이다. 또한, 지역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탕가 예술 아카데미 같은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들의 교육과 지속 가능한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중국: 윤양 지오파크(China: Yunyang)
윤양 지오파크는 중국 남서부에 위치하며, 약 2억 5천만 년 전의 내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형성된 독특한 육상 환경을 보여준다.
이 지역은 특히 공룡 화석이 풍부한 곳으로 유명하다. ‘공룡 화석의 대벽’이라 불리는 18km 길이의 암석층에는 약 1억 7천만 년 전의 공룡 화석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은 중기 쥐라기 시대의 공룡 진화에 대한 독특한 통찰을 제공하며, 약 5,000개의 공룡 화석이 노출되어 있는 구간도 있다. 또한, 윤양 지오파크는 카르스트 지형으로 유명하며, 세계에서 가장 깊은 싱크홀 중 하나인 335m 깊이를 자랑한다. 이 싱크홀은 중요한 연구지로 활용되고 있다.
윤양은 2,300년 이상의 문화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으로, 양쯔강을 따라 전통적인 사원, 마을, 성곽들이 전략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 지오파크는 토족(Tujia) 민족의 고향으로, 특유의 뿌리 조각, 비단 직조, 춤 등의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지역의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지오파크는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공예품 생산과 판매를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전통을 가르치는 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토족 딸들의 모임과 문화 예술 교류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는 자긍심을 가지고 문화유산을 공유하며 지오파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3.북한: 백두산 지오파크(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Mount Paektu)
백두산 지오파크는 화산 폭발과 빙하 침식으로 형성된 경이로운 지질적 유산을 자랑한다. 이는 북한에서 첫 번째로 지정된 유네스코 글로벌 지오파크로, 백두산은 이 지역의 중심에 위치하며, 화산 활동을 연구하는 중요한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백두산은 약 1,000년 전, 밀레니엄 폭발이 발생한 곳으로, 이 폭발은 일본까지 화산재를 퍼뜨리며 엄청난 지질적 특징을 만들어냈다.
백두산에는 2,190m 고도에 위치한 천지호라는 칼데라 호수가 있으며, 화산 폭발의 결과로 탄생한 여러 지질적 특성들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이 지역은 또한 뜨거운 샘, 탄화된 나무, 마그마 통로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화산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백두산은 수백 년 동안 조상들의 산으로 숭배되어 왔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영적, 문화적 의미를 지닌 장소다. ‘아리랑’ 민속 노래와 감자 전분을 사용한 음식 문화 등은 이 지역의 추운 기후에 적응한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
평균 기온이 -0.6°C인 백두산 지역은 1월에 -19.8°C까지 내려갈 수 있으며, 주민들은 이러한 환경에 맞춰 고유의 삶의 방식을 지속해 오고 있다.
4.에콰도르: 나포 수마코 지오파크(Ecuador: Napo Sumaco)
나포 수마코 지오파크는 에콰도르 아마존 분지 중앙,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 평야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1억 7천만 년의 지질 활동을 보여주는 이곳에는 수마코 화산과 카르스트 지형이 있다. 6,000종 이상의 식물과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며, 키치와(Kichwa) 공동체가 민가(minga)와 투르카나(turkana) 같은 전통 지식을 바탕으로 지질과 생태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 가이드, 공예 협회, 미식 그룹 등이 지오투어리즘과 전통 문화 보존에 참여하고 있다.
5.에콰도르: 툰구라와 화산 지오파크(Ecuador: Tungurahua Volcano)
툰구라와 화산 지오파크는 안데스 산맥에 위치하며, 4억 년 넘는 지질 활동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툰구라와 화산, 온천, 협곡, 강이 주요 경관이다. 이 지역은 18-19세기 대지진과 1999-2016년 화산 폭발을 극복하며 관광 산업을 발전시켰다. 살라사카(Salasaca)와 푸루하(Puruhá) 원주민 문화가 살아 있으며, ‘카사 델 볼칸’ 카페와 ‘라스 카라스’ 관광단지 등 혁신적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6.인도네시아: 케부멘 지오파크(Indonesia: Kebumen)
케부멘 지오파크는 자바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층을 보존한 곳이다.
카랑삼붕 지역은 판 구조론을 증명하는 중요한 지질 현장으로, 화석과 동굴, 지하 강 탐험이 가능하다. 해변 거북이 보호소 운영과 판단 직조 전통 보존을 통해 지역 사회와 청년들이 환경 보호와 문화 계승에 힘쓰고 있다.
7.인도네시아: 메라투스 지오파크(Indonesia: Meratus)
메라투스 지오파크는 2억 년 전 오피올라이트 지대와 다이아몬드가 존재하는 지역으로,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자랑한다.
반자(Banjar)와 다약(Dayak) 부족이 전통을 지키며, 부유 시장, 대나무 이동법, 사시랑안 직물 등 독특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지오파크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며 지역 유산을 기념한다.
8.이탈리아: 무르지오파크(Italy: MurGEopark)
무르지오파크는 아드리아 해판의 고대 대륙판 일부를 보존한 곳으로, 네안데르탈인 화석과 세계 최대 공룡 발자국 유적지가 있다.
전통 농가, 돌 울타리, 트라투리 경로 등이 사람과 자연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무르지의 바구니’ 협동조합은 지역 특산물을 생산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9.노르웨이: 피오르드 코스트 지오파크(Norway: The Fjord Coast)
피오르드 코스트 지오파크는 송네 피오르드 끝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고대 칼레도니아 산맥과 빙하 지형을 간직하고 있다.
어업을 기반으로 한 고대 정착지 유산이 있으며, 고대 양 떼 방목과 히더 불태우기 전통을 부활시켜 자연 보존과 공동체 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10.대한민국: 단양 지오파크(Republic of Korea: Danyang)
단양 지오파크는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백두대간 산맥을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지질적 특성을 자랑한다.
이 지역은 19억 년 된 화강암 편마암을 비롯해 석회암, 규암, 사암 등의 지층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이 지역의 지각 변동의 중요한 순간들을 반영한다.
단양은 선사 시대 유물들이 많이 발굴된 곳으로, 이 지역은 동아시아 선사시대 연구에 중요한 유적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오파크에는 200개가 넘는 석회동굴이 있으며, 많은 동굴들이 한때 사람들이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의 고고학적 발견들은 동아시아에서 초기 인간 역사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현재 이 지역의 지질학적 유적지는 하이킹, 관광, 그리고 대한민국 최대의 패러글라이딩 시설에서의 비행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제공된다. 관광객들은 남한강을 따라 크루즈를 타고 단양의 지형을 탐험하거나,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단양 지오파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은 특산물인 단양 마늘로 유명하며, 이 마늘은 석회암 테라스에서 재배되어 지오파크의 인기 있는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단양 지오파크는 매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 정화 활동을 포함한 보전 활동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11.대한민국: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Republic of Korea: Gyeongbuk Donghaean)
경상북도 남동쪽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경북 동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Gyeongbuk Donghaean UNESCO Global Geopark)은 고대 화강암과 온천이 어우러진 덕구계곡을 비롯해 다양한 지질학적 경이로움을 품고 있다.
석회동굴인 성류굴(Seongryugul Limestone Cave)은 870m 길이로 뻗어 있으며, 종유석과 석순으로 장식돼 있어 과거 해수면과 고대 해양 환경에 대한 귀중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지질공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소 중 하나는 양남 주상절리(Yangnam Columnar Joints)이다. 이곳은 화산 용암이 냉각되면서 수축해 생긴 수평 형태의 희귀한 방사형·부채형 무늬를 선보인다.
양남 주상절리는 지역의 자부심이자 지질공원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경주(Gyeongju) 출신 제빵사 이창운(Lee Chang-woon)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양남 주상절리빵’을 만들어 지역의 지질 유산과 공동체를 연결하고 있다.
이 지역은 또한 풍부한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 신라 시대의 고도 경주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석굴암(Seokguram Grotto)과 불국사(Bulguksa Temple)가 있다.
석굴암은 바다를 향해 앉아 있는 거대한 석가모니불 조각상을 모시고 있으며, 동아시아 불교미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지질공원에서는 하이킹, 관광, 환경 정화 활동인 ‘플로깅(Plogging)’ 등 다양한 생태 관광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이 ‘지오레인저(GeoRanger)’가 되어 지질공원의 동해안을 탐험하고, 자연유산 보전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배우는 체험형 미션을 수행했다.
12.사우디아라비아 북리야드 지질공원(Saudi Arabia: North Riyadh)
북리야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투와이크 산맥 자락에 위치해 테이블산과 쥐라기-백악기 지층을 볼 수 있다.
오베이타란 계곡은 수자원을 유지하고 고대 산호초 흔적을 남긴다. 370년 역사의 타디크 마을과 주민이 주도한 가므라 마을 관광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좋은 사례다.
하이킹, 별 관찰, 전통 공연 등 다양한 활동과 지역 농산물 홍보도 활발하다.

13.사우디아라비아 살마 지질공원(Saudi Arabia: Salma)
살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7억4천만 년 지질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알후타이마 분화구와 다양한 사막 생물이 특징이다.
고대 순례길 ‘다르브 주바이다’와 파이드 오아시스, 타바 유산 마을 등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지역 주민과 학생이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 행사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14.코스타 케브라다 지질공원(Spain: Costa Quebrada)
코스타 케브라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1억2천만 년간 지각 운동과 침식이 빚은 해안 지형을 보여준다. 건식 석축 문화와 포도 재배 전통이 살아 있으며, 지역 주민 주도로 지질, 생물 다양성, 농업 유산을 보존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15.영국 아란섬 지질공원(United Kingdom: Arran)
아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대륙 이동과 빙하 지형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아란 화이트빔 등 희귀 생물이 서식하며, 고지대 이탄습지 복원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있다. 게일어 부흥 노력과 함께 전통 축제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16.베트남 랑선 지질공원(Viet Nam: Lang Son)
베트남 북부의 험준한 석회암 봉우리 사이에 위치한 랑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Lang Son UNESCO Global Geopark)은 이동하는 바다, 화산 활동, 생태계 진화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기록이다.
고대 해저의 흔적과 삼엽충, 그랩톨라이트 등 초기 해양 생물 화석이 남아 있다. 바다가 물러난 후 퇴적된 셰일, 사암, 석회암과 화산지형이 지역을 형성했으며, 나즈엉 분지(Na Duong basin)에서는 4천만~2천만 년 전 동남아 열대 생태계의 흔적을 보여주는 풍부한 화석이 발견됐다.
랑선 지역은 광물질이 풍부한 토양 덕분에 과즙이 풍부한 슈가 애플과 스타 아니스 농업이 번성했다. 박선 석회암 산맥(Bac Son Limestone Massif)에서는 선사시대 인간 거주 흔적도 발견됐다.
이곳은 낭(Nung), 따이(Tay), 다오(Dao)족을 포함한 다양한 민족이 거주하며, 독특한 언어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모신 숭배(Đạo Mẫu) 전통은 음악, 춤, 이야기로 천상과 지상, 산과 강의 여신을 기린다. ‘덴’ 노래(Then singing)와 ‘단띤'(Dan Tinh) 박 박은 고유의 전통악기로, 두 문화 모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이러한 문화는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오파크의 역할과 교육적 기여
유네스코 지오파크는 단순히 지질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 지오파크는 교육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촉진하며, 지역 주민과 토착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전통과 지식을 계승한다.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의 카틀라 지오파크에서는 지역 학교들이 과학적 연구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용암 흐름과 검은 모래 해변을 통해 화산과 빙하 시스템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다.
유네스코 사무총장 메시지
“지오파크는 단순히 지질유산을 보존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며, 지역 사회가 자랑스러워하는 역사와 문화가 담긴 이들 지오파크는 지속 가능한 관광과 교육적 가치의 중심이 되어 왔다.”
– 오드리 아줄레이(Audrey Azoulay), 유네스코 사무총장.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