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소용돌이(와渦) 속을 꿰뚫는 예리한 도끼(부釜)날 논평
시드니, 캔버라, 멜버른, 호바트, 애들레이드 등 퀸즐랜드주를 제외한 호주 동반구 지역에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가 시작됐다. 10월 6일 새벽 2시를 3시로 바꾸고 이를 내년 4월 첫 일요일까지 실시한다. 이로써 하루 일과가 1시간 빨리 시작해서 또 1시간 빨리 끝난다. 업무를 마치고 이전 보다 1시간 더 햇빛을 즐길 수 있다. 그 대가는 어마어마하다. 일광절약시간제는 모든 사람에게 하루 1시간을 강제로 빼앗는다. 당연히 잠을 더 적게 자야 하고 출퇴근을 더 빨리 해야 한다. 햇살을 더 즐길 수 있으나 시계를 보면 어느새 늦은 밤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 중에서 일광절약시간제처럼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800만명을 대상으로 시행되기에 하루에 800만 시간이 줄어든다. 물론 시계로 따지면 10월 첫째 일요일 새벽 2시에 딱 한 번 1시간 빨라질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일 1시간 손해 본다는 느낌을 되풀이하기 쉽다. 이러한 심리를 감안해 시간당 최저 임금 (A$24.10)을 적용하면 날마다 햇살 1시간 절약 비용은 1억9천280만 호주달러(약 1천619억원)에 이른다.
내년 4월 일광절약시간제가 끝나면 다시 원래 시간으로 돌아간다. 1시간 빨리 움직였던 생활이 정상을 찾는데 그리 공평한 결과는 아니다. 10~4월 여름 6개월 동안 1시간 손해를 봤다면 4~10월 동안 겨울 6개월 동안 1시간을 덤으로 줘야 마땅하지 않을까? 1시간만 늦춰 정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2시간을 늦춰 1시간 여유를 더 줘야 공정하다는 것이다. 국가는 사람들을 촉박하게 만드는 정책은 잘만 시행하는데 그들에게 여유를 주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매년 일광절약시간제를 실시할 때면 언젠간 수십 년 간 빼앗겼던 시간을 되찾아 한다는 결기를 되새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