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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이 있는 자리- 48

17/04/2024
in 칼럼

Cherrybrook 역에서

바람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 있다
간이 역사엔 안개비가
키 작은 가로수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낙엽은 길섶 위에 몰려다니고 역사로 들어서던
길손의 코트 자락도 펄럭인다

고향 떠난 후
폭풍의 강을 몇 번이나 마주했는지 몰라
그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내 앞에 앉아 있곤 했다

산허리를 맴돌던 빗발 얼굴에 쏟아진다
그의 인생에도 퍼부어졌을 무두못 같은 아픔

정글 칼로 길을 만들며 나아갈 거야
그의 퍼런 눈빛 왜바람이 되어
나뭇가지를 분지르며 박차곤 했지

Tallawong행 기차가 도착한다
개찰구를 빠져나온
늘어진 고단함이 산안개처럼 흩어지고

이방인은 벤치에 앉아
비를 맞고 있다

시작 노트
체리부룩 간이역에서 픽업 올 사람 기다리고 있었다. 안개비가 내리고 바람이 쓸쓸함을 낙엽처럼 쓸고 다녔다. 벤치에 앉아 마주하면 가슴 훈훈해지는 사람 기다리고 있었다.

유영재 / 월간 수필문학, 선수필 신인상, 산문집 <퍼런 바람 유칼립투스에 걸리다>,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부문 장려상,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수상, 시드니 동그라미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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