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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이 있는 자리- 36

02/11/2023
in 칼럼

종이 인형 목욕시키기

너의 얼굴은 
아직 고요한 수면 
표정에 잠깐 틈이 생길 때 
쏟아져 나온 빛의 덩어리
그때, 왈칵 생겨난 깊이

깊이를 본 눈이 생기면
그만큼의 슬픔이 태어났다
*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다. 있었지만

저녁에야 어두운 부엌 구석에서 발견되었다
종일 무엇을 하고 있었니?

종이 인형 목욕시키고 있었어요
있었어요. 둥근 대야에 맑은 물을 떠다 놓고
더 맑은 나를 담갔어요

상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자른 테두리
믿음은 가장 소중한 자리부터 허물어져요
괜찮아요. 어깨를 올리고 새로운 표정을 걸면 되니까
어차피 모두 회색으로 같아질걸. 비릿한 냄새

물 안에 오래 있으면 
살아 있는 것 죽어있는 것 모두 퉁퉁 불어 말랑 해졌고
떠오른 천사의 날개 뼈 반투명한 손가락  
희박한 오후를 뭉쳐 만든 덩어리 조물조물 

나는 나를 씻고 씻길수록
하얗게 더러워졌어요. 재미있었어요

사실 얼굴에 묻은 그을음만 살짝 지워주려고 했는데

쉽게 구겨지는 마음은 물에 젖으면 찢어지지 않고 
쓰다듬을수록 풀어져 
없어져요. 사람들은 그런 걸 목욕이라고 한대요

사람은 씻는 건지 끌어안는 건지 아직 몰라 
여태 나는 그 저녁에 담겨 있어요

 *

흘러내린 눈이 미지근하게 식었다
조용히 물을 쏟고 새 슬픔을 받는다

시작 노트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가 말해줬다. 그 나라의 바다에는 남극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오기 때문에 영원한 한기가 고여 있다고. 그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은 바로 온 몸이 마비되어 추운지도 모르다가, 해변에 누워 햇빛으로 몸을 좀 데우고 나면 그제야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덜덜 떨기 시작한다고.

수진 / 건축가. 2022년 계간 <시와반시>로 등단. 제1회 시드니문학상 시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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