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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한인작가회 ‘산문 광장’

21/11/2020
in 칼럼

장사 수완

 

우리 집에서 사선으로 마주 보이는 공원에는 매주 토요일 쿠링가이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운동 경기를 한다. 길거리 장을 열면 저 아이들과 그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멋진 고객이 될 것 같다. 나는 분재 세일 포스터를 진열대 밑으로 드리우고 색색이 풍선을 포도송이처럼 엮어 나무에 달았다. 분재를 손보는 장면을 연출하면 호주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겠지. 영어로 코리아 피파 월드컵이라 적힌 붉은 색 앞치마를 입고 노천카페 같은 가판대 앞에 섰다.

 

첫 손님은 타라무라에 산다는 동양인 남자였다. 그는 마치 전문가라도 되는 듯 품평까지 곁들여 감상하더니 묘목을 사서 키울 요량인지 구입처를 물어보고는 가버리는 게 아닌가. 가격표를 보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차의 시동을 거는 노부부도 있었다. 몇몇 동양인은 비싸다며 가라지 세일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역 신문 가라지 세일 난에 세 줄짜리 광고를 낸 것이 가라지 세일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싸게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기대감을 주었나 보다. 분재는커녕 어린 다육기 하나 팔지 못한 채 아침나절이 무심하게 지나갔다. 기대에 부풀어 분재를 손질하던 남편의 어깨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절인 배추처럼 숨이 죽었다. 남편의 취미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주고 식물을 판 대금으로 어려운 이웃도 돕고 싶었는데… ‘좀 더 준비하여 다음에 하면 어때’ 하던 남편의 말이 녹음기처럼 귓전을 맴돌았다. 성급하게 접을 수도 없고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 있느니 녹지를 손질하였다. 남편도 머쓱한 듯 키 큰 활엽수에 얼굴을 파묻고 잔가지를 솎았다. 나는 들뜬 에너지를 삭히느라 시든 야생란을 툭툭 쳐내었다.

정오가 다가오자 일찍 운동 경기를 끝낸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구경하러 나타났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온, 눈동자가 유난히 파란 여자는 너무나 아름답다며 호들갑스럽게 감탄사를 날리고는 인근 쇼핑센터에 들렀다 오겠다며 바람만 넣었다. 집에 있다가 급히 나온 것 같은 옷차림으로 나타난 젊은 엄마는 얇은 지갑을 보여주며 카드 결제가 되냐고 물었다. 나는 밑지고 판다던 상인의 심정이 되었다.

고만고만한 저학년이 떠난 공원에 키가 더 커 보이는 아이들로 자리바꿈이 시작되었다. 디카프리오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전시장에서 방금 몰고 온 듯 광택이 나는 포휠드라이브에서 내렸다. 그는 서양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지의 섬세한 선과 노출된 뿌리의 중후한 멋을 알았다. 그중 세 개를 골라 옆으로 젖혀두고 사진도 찍었다. 현금인출기가 있는 근처의 주유소에 들렀다 올 동안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드디어 최상품 셋이 새 주인을 맞았다. 남편은 분재 키우는 요령을 간략히 설명했다. 서향은 피하고 일주일에 물은 여름에는 서너 번 부드럽게 충분히 줄 것. 밤이슬은 식물에는 비타민. 화분에 덮인 이끼의 색깔로 수분 량을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의 가슴을 펴준 고마운 고객에게 파란 도자기에 심은 물오른 다육기를 덤으로 주었다. 기분 좋게 큰 거래가 이루어지자 그늘 아래 숨죽이고 있던 자신감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니 옛날 기억까지 되살아났다.

 

나의 시어머니는 장사에 소질이 있었다. 어느 날은 빌려주었다 떼인 돈 대신에 삼베를 곱게 누빈 여름 담요 백 장을 받아서 마치 장사의 신이 든 것처럼 잘 파셨다. 나에게 팔아보라고 열 장을 주셨는데 고심고심하다 친정으로 들고 갔다. 장사와 거리가 먼 친정엄마는 담요 열장을 개업날 기념으로 주는 수건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후로도 시어머니는 쥐포, 건강식품 등을 들고 오셨다. 내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아파트는 중년의 여자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나는 시어머니를 도와드린답시고 친정을 들락거렸다. 팔았다고 착각한 물건들은 통 큰 친정엄마의 손을 거쳐 주변 사람들이 즐겁게 나눠 쓰며 호사 아닌 호사를 누렸다. 눈썹이 유난히 짙고 얼굴빛이 푸른 은혜 엄마는 나의 시어머니를 자신의 엄마 부르듯 ‘어머니’라고 불렀다. 변사 같은 달변으로 시어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았다. ‘어머니, 이번 일만 잘되면 호강시켜 드리겠습니다.’ 그 이번 일이란 게 내가 보기에는 뜬구름 잡는 것 같이 허무맹랑해 보였다. ‘돈이란 자고로 물처럼 흘러야 하는 거야. 물줄기가 막히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거든.’ 시어머니는 무언가에게 단단히 홀려서 눈썹 짙은 아줌마의 물꼬를 터줄려고 작정하신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시어머니가 물건을 팔면 그 물건은 고급품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감춰진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게 사갔다. 당시 서른도 안 된 나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두 분의 어머니에게 있었다.

 

담요 한 장 팔지 못해 쩔쩔매던 내가 값비싼 분재를 쏠쏠하게 팔다니 나도 모르게 시어머니를 닮아가나 보다. 시어머니가 체면을 무릅쓰고 말 많은 여자들에게 물건을 팔아서라도 도와주려고 했던 은혜 엄마는 그 후에 형편이 풀렸을까.

남편이 애지중지 키운 분재가 내 작은 금고를 채워주었으니 시어머니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물길 하나를 열어주게 되면 좋겠다.

 

송조안 /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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