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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한인작가회‘산문 광장’- 간소한 삶이 주는 기쁨

21/11/2020
in 칼럼

나는 그녀의 인생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탈수까지 잘 끝났다고 삐삐음이 울려 꺼내보니 깨끗이 빨아져 나왔다. 삶에 붙어있던 군더더기가 다 없어졌다. 과거에 대한 집착은 물론이고 고맙게도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다 제거된 채로. 얼마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꿈으로만 그려왔던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의 삶에 도전해 보고픈 그녀가 도움을 청해왔다. 나도 관심이 있던 차에 두 달 넘게 같이 지내며 그 과정을 함께 했다. 이 간소하다는 생활방식이 홀로 남겨진 그의 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자못 궁금한 가운데 벌써 우리는 충분히 흥분해 있었다.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아 그 외의 물건들을 과감하게 줄이며 사는 미니멀리스트를 늘 동경해 오던 그녀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 곳을 여행 다닐 때마다 머무는 숙소에서 유난히 편안함을 느껴왔기 때문이라고. 바로 누울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침대와 비어있는 옷장의 매력에 흠뻑 빠지곤 했었다니. 여행가방 속에서 옷가지들을 꺼내 걸고 나면 옷들이 헐렁헐렁하게 매달려 춤을 추었다고 했다. 홀가분하게 근처를 구경하고 또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도 간단했단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이렇게까지는 아니어도 비슷하게라도 해보리라 결심해 보았지만 남편과는 의견이 사뭇 달랐다고 속상해 한다. 작은 종이 한 장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 온 세월이 60여 년을 훌쩍 넘겼음에랴.

 

먼저 우리는 책장 앞에 섰다. 다 꽂아지지 않아 틈새로 끼워 넣은 책들까지 빼곡하다. 하나씩 들춰보며 더 이상 읽을 것 같지 않다며 빼어 놓다보니 거실로 한 가득이다. 기본 회화를 꼭 익혀 다음 여행엔 활용하려고 구입했다던 영어회화책, 그 옆엔 불어회화책도 있다. 여행을 다니며 간단한 대화는 직접하고 싶은 욕심에서라고. 게다가 남편의 이것저것 모아두는 습관 덕분에 여행지에서 생긴 지도, 티켓 등 상자가 넘친다. 여행 떠나기 전에 준비한 많은 자료에 돌아올 때 챙겨 온 팜플릿까지. 아마 언젠가 그곳에 다시 가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제법 오랜 세월 여행을 다니다 보니 집안 구석구석 다녀 온 흔적들이 많다. 냉장고 문에는 기념품으로 사모은 자석들로 꽉 차있다. 추억은 그냥 추억으로만 간직해도 될 것 같아 버리기로 한다. 그 때를 떠올리며 하나씩 떼어낸다. 에펠탑, 개선문, 캥거루, 그랜드캐년, 옐로우스톤, 뉴질랜드 양, 후지산 등등. 문짝엔 자국만 남는다. 물티슈로 그 흔적을 닦아낸다. 이렇게 냉장고는 하얀 속살을 드러냈고 추억여행은 끝났다. 무엇이든 일단 보관하기를 좋아했던 남편의 케케묵은 서류철들. 분명히 모아두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필요할 때 어디에 두었는지 못 찾을 때도 종종 있어 안타까워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했다. 이렇게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몽땅 내어놓다 보니 책장이 텅 비었다. 아예 책장도 치웠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거실엔 TV와 소파만 남겨졌다.

이번엔 장롱을 연다. 앞으로 한 번이라도 더 입게 될까봐 버리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양털코트, 자녀들과 손주 결혼식 때마다 새로 지어입은 고운 한복들, 선물로 받았지만 아직 상자 그대로 고이 모셔둔 얇고 두꺼운 내복들, 반액세일이라 무조건 사 놓았던 옷들은 상표가 그대로 붙어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두 번 밖에 입지 않은 옷들도 여러 벌이다. 쌓여있는 옷가지 중에는 처음 본다는 것들도 꽤 나온다.

우리는 커피 한잔씩 마시며 잠시 식탁에 마주 앉았다. 그때 부엌 상부장이 눈에 들어왔다. 대식구가 함께 했을 때부터이니 그 속에 얼마나 많은 그릇들이 잠자고 있을까? 심호흡을 하고 장을 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그릇들을 솎아 냈다. 그랬더니 밥그릇과 국그릇 접시들이 정갈하고 여유 있게 자리하게 되었다. 장문을 잠시 닫았다가 다시 열기를 해보니 달라진 모습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겉에서는 안 보이는 공간이지만 열 때마다 포개져 있는 그릇 가운데 필요한 그릇 꺼내기가 쉽지 않았었다며 내친김에 하부장도 열어 냄비 프라이팬 뚝배기 등 같은 종류로는 한두 개씩만 남기고 다 꺼내놓았다. 그 날도 우리는 아파트 한쪽에 마련된 재활용 코너를 여러 번 들락거렸다. 어느 날은 오후에 다시 갔을 때 아침에 내 놓았던 라디오 믹서기는 벌써 필요한 사람 손에 넘겨진 것을 알았다. 베란다 벽장 속 깊숙이 넣어둔 여행 가방, 선물로 받아놓고 미처 사용하지 않아 상자 채 놓여있는 그릇들 그리고 아끼던 항아리 등은 옆집 새댁에게로 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이라했던가. 집 안 구석구석 무엇이 있는지 조차 모를때는 물건이 주인인 셈이었다. 무조건 보관하던 창고 개념의 집에서 꼭 필요한 분량만큼만 있는 집으로 변신한 후 손톱깎이부터 우산에 이르기까지 소재를 전부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의 하루는 시작부터 힘차다. 넓어진 거실에서 훤해진 베란다를 통해 본 바깥풍경은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조차 여유롭다. 과거를 붙잡고 있던 잡동사니가 다 없어지면서 혼자 살아야하는 삶에 자신감까지 솟아난다했다. 청소하기가 쉬워졌고 남아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소중해지고 게다가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며 콧노래를 부른다. 그냥 집에 머무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될 정도로 이제는 여행지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친정어머니를 뒤로 하고 나는 시드니로 돌아왔다. 식탁 위에 ‘프랑스 컬러링여행’이라는 색칠놀이 책과 36가지 색연필을 남겨 놓고서.

 

차수희 / 수필가, 시드니 한인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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