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안전경고 명령
호주의 의약품 규제기관인 치료용의약품청(TGA-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은 당뇨병 및 체중 감량을 위한 인기 주사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 수술 시 심각한 기도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제조사에 새로운 안전경고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일반적으로 전신마취를 앞둔 환자는 음식물이 기도로 흡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식을 해야 한다. 그러나 TGA는 오젬픽(Ozempic), 마운자로(Mounjaro) 등의 약물이 위에서 음식이 배출되는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어, 이로 인해 수술 중 “위 내용물이 흡입되는”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TGA는 “기존의 금식 시간만으로는 위를 충분히 비우기에 부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3년부터 위험제기
이러한 위험성은 이미 2023년에 미국 규제당국에 의해 지적된 바 있으며, 이후 호주-뉴질랜드 마취전문의학회(Australian and New Zealand College of Anaesthetists) 등 여러 의학 및 보건 단체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수술 전 24시간 동안 고형 음식 섭취를 피할 것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TGA는 최근 이 약물을 복용한 환자 9명이 마취 중 흡인(aspiration) 사례를 겪은 것이 이상반응 신고 데이터베이스에 보고되자,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주 내 해당 의약품 제조사들은 새로운 안전경고를 제품에 부착해야 한다.
복용사실 알릴것 권고
TGA는 또 환자들에게 수술 전 의료진에게 자신이 해당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릴 것을 당부했다.
이번 경고는 GLP-1 수용체 작용제 및 GIP/GLP-1 이중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에 적용된다.
구체적으로는 오젬픽(Ozempic), 트룰리시티(Trulicity), 위고비(Wegovy), 마운자로(Mounjaro), 삭센다(Saxenda), 빅토자(Victoza) 등이 이에 포함된다.

GLP-1 제제란
GLP-1 계열 약물은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은 처방 의약품이다.
GLP-1은 인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효과에 기반해 체중 감소 효과가 관찰되었고, 이후 일부 제형은 비만 치료제로도 승인되며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오젬픽과 위고비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는 모두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에서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 기반의 주사제다.
오젬픽은 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위해 사용되며, 위고비는 동일한 성분을 더 높은 용량으로 사용해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의 체중 감량 목적으로 승인받았다.
두 약물 모두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며,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위고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1년, 호주 치료용의약품청(TGA)이 2022년에 비만 치료제로 공식 승인한 바 있다.
공급 부족과 사회적 반향
이들 약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여러 국가에서는 일시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오젬픽의 경우, 당뇨병 환자의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며 비의료적 사용 자제를 촉구하는 보건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2023년에는 TGA가 오젬픽을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진과 상의 필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물의 사용 전후에 반드시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호주 마취전문의학회는 “수술 전에 위 배출 지연 가능성을 고려해 금식 지침을 조정해야 하며, 해당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들은 의료진에게 반드시 이를 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호주 왕립의학협회(Royal Australian College of General Practitioners)는 “GLP-1 계열 약물의 위장 부작용은 비교적 흔하며, 메스꺼움이나 위 통증 등의 증상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약물 복용에 앞서 충분한 설명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