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수소 생산 단가가 경쟁 연료보다 4배 이상 비쌀 것으로 나타나,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의 2030년까지 수소 수출 산업 육성과 탄소 중립 달성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인터콘티넨탈 에너지(InterContinental Energy)는 서호주에서 진행 중인 두 대형 그린 수소 프로젝트(총 규모 1,360억 달러)의 공동 소유주로, 초기 수소 생산 비용이 킬로그램(kg)에 8~11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생산 단가를 1kg에 약 4달러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준조차 다른 에너지원과의 경쟁에서 여전히 비경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인터콘티넨탈 에너지의 중류(midstream) 부문 디렉터 워너 프리스트(Warner Priest)는 한 온라인 포럼에서 “프로젝트 초반에는 비용이 매우 높다.” 고 말했다.
단가 ‘너무 비싸’
MST 마키(MST Marquee) 애널리스트 사울 카보닉(Saul Kavonic)은 이런 수준의 수소 단가는 경제성이 없어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수소가 다른 에너지와 경쟁하려면 1kg에 2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1kg에 8~11달러는 기가줄(GJ)당 60달러 이상이라는 의미인데, 이는 대형 에너지 수요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린 수소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알바니즈(Albanese) 총리에게 큰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총리는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80억 달러의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간 투자 500억 달러를 유치하고, 연간 국내 수소 생산 능력을 100만 톤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또한 2050년까지 그린 수소 산업을 통해 호주 지방 지역에 1만 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정부 보조금에도 투자 저조
알바니즈 정부는 2024년 예산에서 ‘미래의 호주(Future Made in Australia)’ 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수소 산업을 지정하고, 2027~28년부터 생산되는 수소 1kg당 2달러를 지원하는 데 67억 달러를 배정했다. 또 ‘수소 헤드스타트(Hydrogen Headstart)’ 프로그램을 통해 신규 프로젝트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수요 부진과 금융권 투자 유치 난항으로 산업 전반의 초기 추진력이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수십 개의 개발 사업이 개념 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인터콘티넨탈 에너지는 초기 비용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프로젝트가 다단계로 진행되면서 점차 단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스트(Priest) 디렉터는 “초기에는 공용 인프라 구축 비용을 소수의 노드에만 분산해 부담해야 하므로 수소의 균등화 비용(levelised cost)이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하지만 프로젝트가 전면적으로 구축되면 kg당 3~4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혁신이 핵심 변수
그는 이어 “진행 중인 기술 개발과 혁신 수준에 따라 향후 그린 수소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며 기술 변화가 플랜트 건설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콘티넨탈은 지난 5월, 전해조(electrolyser) 설비를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와 직접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모듈형 시스템을 공개하며 수소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원 산업 계획도 타격
이 같은 수소 산업 전망 하향은 호주 자원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주 자원 업계는 기존 LNG 수출 수준에 맞먹는 수소 산업을 구축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 했지만,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콘티넨탈 에너지와 크리스 보윈(Chris Bowen) 연방 에너지부 장관은 관련 입장에 대한 언론 문의에 응하지 않았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웨스턴 그린 에너지 허브(Western Green Energy Hub)’는 2021년 처음 발표된 장기 사업으로, 2029년 최종 투자 결정이 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청정 연료 생산 시설 중 하나가 될 전망이었다.
해당 시설은 서호주 남동부 골드필즈-에스퍼런스(Goldfields-Esperance) 지역에 1만5,000㎢에 걸쳐 건설되며, 최대 70GW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연간 50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인터콘티넨탈은 이 프로젝트의 46%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CWP 글로벌(CWP Global)과 서호주 원주민 기업 미르닝 에너지(Mirning Energy)가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인 ‘호주 재생에너지 허브(Australian Renewable Energy Hub)’는 서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에서 360억 달러 규모로 추진 중이며, 26GW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연간 16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BP가 운영을 맡고 있으며, 인터콘티넨탈과 CWP 글로벌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형 사업에도 진척 저조
수소는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며, ‘그린 수소’로 인정받으려면 대규모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재생에너지 개발 비용이 높아, 수소 생산 단가가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상태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