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에도 ‘미납 폭증’
퀸즐랜드 허비베이(Hervey Bay/Queensland)의 한 동네 담배가게와 두바이(Dubai) 도심 40층 아파트. 전혀 다른 공간처럼 보이지만, 두 곳을 관통하는 인물은 36세 모하메드 알팔라히(Mohammed Alfalahi)다.
퀸즐랜드보건부(Queensland Health) 법원 제출 문건에 따르면, 두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한 알팔라히는 허비베이 일대에서 무려 다섯 곳의 불법 담배 판매점을 운영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는 정부의 과태료를 ‘사업 비용’ 정도로 여긴 듯, 단속 이후에도 계속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암호화 메시지를 사용했고, 호주에는 법적 사안이나 사업 관련 이유로 간헐적으로만 방문해왔다. 단속 후 ‘맨체스터(Manchester)’나 ‘말보로(Marlboro)’ 등 붉은색 담배 패키지가 압수되면 최소 $3,000 이상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이 과태료는 거의 대부분 즉시 납부됐다.
퀸즐랜드보건부는 올해 법원 제출 자료에서 “피고가 과태료 납부를 단순한 사업비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이며, 불법 담배 거래로 얻는 상업적 이익이 단속의 억지력을 능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팔라히는 지난 10월, 향후 퀸즐랜드에서 담배 판매를 할 경우 법정 ‘모독(contempt)’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2년간 담배 판매 금지 명령을 받았다. 이는 정부와 점점 커지는 불법 담배 시장 간 갈등 속에서 동원되는 단속 수단 중 하나다.

벌금 인상했지만
퀸즐랜드는 지난 4월부터 벌금을 대폭 인상했다. 알팔라히 같은 사례에서 보듯 기존 금액은 불법업자들에게 ‘충분히 아프지 않은’ 처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태료 대부분이 실제로는 걷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벌금 5,500만불 실제납부는 1,170만불
연구자들은 강화된 정책—높은 벌금·폐쇄 기간 연장 등—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런 힘이 실제 작동하려면 충분한 인력과 기관 간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퀸즐랜드의 국가부채징수기관인 주벌금집행등록부(SPER-State Penalties Enforcement Register)는 체납 회수를 위해 압류, 장기 분할납부 등 여러 조치를 동원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SPER는 한 담배 벌금 미납 회사 대표의 $200,000짜리 메르세데스 AMG 차량을 압류한 적도 있다.
퀸즐랜드보건부는 단속 인력을 올해 25% 늘려 43명 추가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단속 권한 또한 압수·폐쇄 등 다양한 수단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불법 시장은 동시에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연방 정부 담배세가 인상되며 흡연자 일부는 더 싼 불법 담배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합법 담배 한 갑(20개비)은 $40에 육박하며, 이 중 $29 이상이 연방세다. 반면, $10 이하 가격의 불법 멘솔·일반 담배를 몇 시간 만에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단속 위험은 감수할 가치가 있는 듯하다. 지난 9월 불법 판매 의심으로 급습 후 임시 폐쇄된 옥슬리(Oxley·Brisbane west)의 ‘야 하비비(Ya Habibi)’ 매장은 이달 다시 문을 열고 $8짜리 불법 더블해피니스(Double Happiness) 담배를 판매하고 있었다. 손님들도 끊임없이 들어섰다.
퀸즐랜드보건부는 2024년 1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총 $73.3 million 규모의 흡연·불법 담배 관련 벌금을 부과했다. 그중 초기 28일 내 납부된 금액은 $3.6 million이었다. 일부는 이의 제기로 취소됐지만, 대부분은 SPER로 넘어갔다.
SPER에 이관된 $54.9 million 중 실제 징수된 금액은 $11.7 million(21.2%)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속 등 일반 벌금의 평균 회수율인 38.8%보다 훨씬 낮다. SPER 입장에서는 불법 담배 업자들이 더 큰 난관이다. 업계 채권추심 관계자들은 “벌금 규모가 클수록 회수율이 떨어지고, 범죄조직은 아예 상환 의지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령 업주 문제
또 다른 문제는 ‘바지사장’ 또는 가짜 신분’이다. 법원 문건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위조 신분으로 점포 등록을 하거나, 실소유주는 뒤에 숨어 있고 명목상 주인이 따로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SPER는 최고 체납자 현황, 벌금 인상 전·후 체납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4월 벌금은 개인 약 $32,000, 기업 약 $161,000 수준으로 10배가량 상승했다. 이는 기존 처벌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퀸즐랜드보건부가 법원에 제출한 알팔라히 관련 자료는 이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백만 달러 판매 정황
알팔라히는 은퇴자·관광객 도시로 알려진 허비베이에서 수 카사 토배커니스트(Su Casa Tobacconist), 메인 스트리트 토배커니스트(Main Street Tobacconist) 등 최소 다섯 곳을 운영한 혐의를 받았다.
2023-2025년 사이 여러 차례 급습이 이뤄졌고, 2025년 6월 단속 한 달 동안만 418,440개비의 불법 담배와 61.3kg의 불법 담배 잎이 압수됐다.
압수품 중에는 직원들이 하트 그림과 귀여운 글씨체로 재고를 적어둔 노트도 있었다. “말보로 골드(Marlboro Gold) — 내일 품절 예상”, “월요일 총 매출 $22,950” 등 판매 기록도 포함돼 있었다.
알팔라히가 받은 기존 벌금 중 다수가 이미 납부된 것으로 확인된다. 예를 들어 2023년 11월 $3,096, 2024년 1월과 4월 각각 $3,096, 지난해 10월 두 건 총 $6,452, 11월 $3,226, 2023년 11월 회사 명의 벌금 $15,480 등이 있다.
퀸즐랜드보건부는 “그가 벌금을 다투지 않은 점은 과거 위법 행위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년간 반복된 단속에도 활동을 지속한 점은 규제 체계에 대한 뚜렷한 경멸”이라고 밝혔다. 다만 $30,960 규모의 일부 대형 벌금은 올해 4월까지 미납 상태였다.
알팔라히는 브리즈번 북부의 소박한 타운하우스를 공식 주소로 등록했지만, 2023년 한 매장에서 발견된 국제송금서에는 그의 주소가 두바이 버즈 칼리파 호수(Burj Khalifa Lake) 인근 고급 아파트 단지로 적혀 있었다. 뉴욕 록펠러센터 풍 건축을 자랑하는 초고급 지역이다. 그의 변호인은 알팔라히가 주로 두바이에 거주하며 간헐적으로 호주에 온다고 설명했다.

연간 33억불 손실 수십 개 기관 동원
불법 담배 시장은 연간 조세 손실만 $3.3 billion에 달하는 거대 산업이다(호주범죄정보위원회/ACIC-Australian Criminal Intelligence Commission 보고서). 이 시장에 대응하는 기관은 호주국경수비대(ABF-Australian Border Force), 호주연방경찰(AFP-Australian Federal Police), 퀸즐랜드보건부, 범죄·부패위원회(CCC-Crime and Corruption Commission) 등 다양하다.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보건대학원 소속의 사무엘 브룩필드(Samuel Brookfield) 박사는 기관 간 조율과 현장 인력 증원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퀸즐랜드 낮은 벌금 회수율은 인력 부족과 지난 5년간 문제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브룩필드 박사는 벌금 인상 자체는 상당한 억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효과를 확인하려면 장기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배 사용자를 처벌하지 않고 합법적 판매를 허용하는 접근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복된 실수를 피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연 프로그램 같은 해악감소(harm reduction) 정책 역시 필수라고 언급했다. “법이 존중받는 이유는 단지 강제력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법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