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 구리 관세 예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과 구리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호주 정부와 산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 의약품급여제도인 PBS(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를 문제 삼으며 이를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 내에서도 대응 방안을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는, 8월 1일 이후 관세 유예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구리 수입에는 50%의 관세를, 의약품에는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앤드루 하우저(Andrew Hauser) 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 부총재는 중앙은행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이는 호주와 같은 무역 중심 국가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억달러 손실 우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가 호주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손실, 미국 수출 감소, 중간재 수출 위축 등을 포함해 약 2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발언에서 “제약사들에게 1년 또는 1년 반의 시간을 줄 것이며, 이후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 기간 안에 준비하라”고 밝혔다.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매우 우려스러운 사안”이라며 미국 측과 관련 세부 정보를 긴급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주의 제약 산업은 미국 시장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으며, PBS는 호주 의료의 핵심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PBS 개편 주장
그러나 호주 최대 제약회사 CSL의 회장 브라이언 맥나미(Brian McNamee)는 미국 측의 우려가 “이해할 만하다”며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가 PBS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미국산 혁신 의약품의 도입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제약 혁신을 극대화하고, 그 제품을 타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왔다”며 “다른 나라는 이런 미국의 투자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이는 방위 분야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주는 혁신 신약 승인과 가격 책정 시스템을 가속화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대가도 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미 수출 비중
미국은 호주 제약 제품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전체 제약 수출의 38%를 차지한다. 이 중 약 90%가 혈액 관련 제품이며, 2024년 기준 미국 수출액은 20억6,000만달러로, 호주의 대미 총수출 중 9%에 해당한다. 미국의 제약 로비 단체인 미국제약연구생산자협회(PhRMA-Pharmaceutical Research and Manufacturers of America)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 협상을 지렛대로 활용해 PBS 개편과 약가 인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해왔다.

업계 강한 반발
호주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메디신스 오스트레일리아(Medicines Australia)의 대표 리즈 드 소머(Liz de Somer)는 관세 도입과 PBS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서명한 ‘최혜국 명령(Most Favoured Nation order)’은 미국 내 약값이 해외보다 비쌀 경우, 미국이 수입을 거부하거나 가격 인하를 강제할 수 있어 호주 약값 인상 또는 공급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드 소머 대표는 “지나친 반응은 경계하지만, 분명히 말해 호주 제약업계는 의약품 제조에 대한 관세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총리 직접 대응 요구
수잔 레이(Sussan Ley) 자유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계기로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가 대통령과 직접 소통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는 세계 무역 충격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당 정부는 첫 임기 내에 중국, 일본, 한국과의 주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는 호주 일자리의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구리값 상승 우려
경제 전문가와 광산업계는 구리 관세가 가격 상승을 초래해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및 호주 내 자체 생산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팀 투히(Tim Toohey) 야라 캐피털 매니지먼트(Yarra Capital Management) 전략 총괄은 “관세로 인해 탄소 감축 비용이 오르고, 넷제로 달성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오르겠지만, 미국은 자국 생산 능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산업계 경고
호주광산협회(MCA-Minerals Council of Australia) 타니아 콘스터블(Tania Constable) 회장은 “호주의 대미 구리 수출은 전체의 1% 수준으로 적지만, 다른 국가에 대한 무역 제한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의 미국 수출 구리 규모는 총 110억달러 중 7,500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역 불확실성과 비용 증가, 투자 위축으로 인해 전체 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콘스터블 회장은 “호주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원 공급국으로, 무역 파트너십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내 입지 강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0% 관세 불가피
이번 관세 조치 발표에 따라, 호주 수출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 9일에서 8월 1일로 연기한 새로운 관세 체계 아래 최소 10%의 ‘상호 관세’를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지만, 호주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추가 면제는 어려울 것이란 통보를 받은 상태다. 호주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업체들은 이미 50%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 수준이 유지될지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보다 더 큰 문제로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한 광범위한 경제적 충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날짜는 변하지 않으며, 바뀌지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짐 차머스 재무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무역 긴장이 우리 산업과 노동자,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때문에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