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무어(Clover Moore) 시드니 시장이 주차 공간을 자전거 도로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도심 소상공인들의 물류 배송이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서는 시드니 도심이 운전자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호주자동차협회(NRMA)의 ‘기업 교통혼잡 설문조사(Business Congestion Survey)’에 따르면, 시드니 도로 혼잡이 지난 1년 사이 더 심각해졌으며, 특히 도심의 적재 전용 구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배송 운전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총 458개 이상의 차량 운영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81% 이상이 시드니의 교통체증이 지난해보다 악화됐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기업들은 차량이 하루 평균 지난해보다 20~30분 더 정체된 도로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 도심은 작년까지 혼잡 1위였던 서부 시드니(Western Sydney)를 제치고, 올해 가장 혼잡한 지역으로 꼽혔다.
주차 공간, 갈수록 줄어들어
설문에 참여한 기업들 중 75% 이상은 ‘도로 위 낭비되는 시간’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으며, 44%는 ‘주차 공간 찾는 데 드는 시간’도 큰 문제라고 답했다. 73% 이상은 주차 공간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응답했으며, 시드니 도심이 가장 주차 공간이 부족한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설문에서는 교통 체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시드니 전역의 소매업체, 카페, 레스토랑 등에 필수 물품을 배달하는 물류 업체들은 자전거 도로 증가로 인해 도심 내 적재 공간이 크게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버풀(Liverpool) 기반 유통업체 대표 브루스 스피테리(Bruce Spiteri)는 하루에 30명 이상의 배송기사가 도심을 운행하는데, 최근 5년간 자전거 도로와 버스 전용 차로로의 전환으로 인해 적재 구역이 급격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5년 전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야 한다. 오전 4시에 출발하던 기사들이 이제는 오전 3시에 나와야 한다”며, 도심에서 주차 자리를 찾기 위해 여러 번 빙빙 도는 현실을 설명했다. “자전거 도로가 생기면서 상황이 훨씬 복잡해졌다. 기사들이 주차 자리를 찾느라 두세 바퀴씩 도심을 돌아야 한다”고 말했다.
NRMA 대변인 피터 쿠리(Peter Khoury)는 도심 교통체증이 도시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심에서 주차 공간이나 적재 구역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곧 물품을 배달하거나 고객을 만나는 시간의 손실로 이어진다”며, “이는 명백히 경제적인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시드니(Business Sydney)의 폴 니콜라우(Paul Nicolaou) 전무는 시드니 시의회의 자전거 도로 확대 정책이 도심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의회는 도심 내 차량을 줄이고 싶어하지만,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며, “접근성이 떨어지면 시드니는 국제적인 도시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고, 도심의 비즈니스들도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거리에서 적재 구역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시의회가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보도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캐슬레이 버티크 호텔(Castlereagh Boutique Hotel) 이사회 대표 피터 젤릭(Peter Zeilic) 역시 호텔 앞에 새로 생긴 자전거 도로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자전거 도로는 물품 적재부터 장애인과 투숙객의 호텔 출입까지 모든 일에 영향을 준다”며, “트럭이 물건을 실어 나를 수도 없고,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드니 시의회는 도심에 현재 약 1000개의 무료 적재 구역이 있으며, 이는 도심 전체 도로변 주차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시의회 대변인은 “도심의 혼잡 문제는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는 한정된 도로 공간을 공평하게 나눠야 하며, 대중교통과 친환경 교통 수단을 위한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주요 도시들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많은 곳에서 혼잡 통행료를 도입해 개인 차량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공공, 공유, 친환경 교통은 배출가스를 줄이고 혼잡과 주차 공간 경쟁을 완화하며, 시민 건강과 도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혼잡 해소, 균형이 관건
자전거 도로 확대는 장기적으로는 환경 개선과 보행자 중심 도시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상업적 필요와 충돌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도심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로 공간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균형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