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승인 이후 ‘미착공’ 상태의 개발계획 주택, 2023년 12월 분기 1만5,593채
KPMG 보고서… 지난 5년 간 미착공 평균보다 8% 높아, 80%가 아파트와 타운하우스
호주 전역은 물론 특히 시드니의 만성적인 주택 부족 문제 가운데는 최근 수년 사이 크게 치솟은 건축 비용, 지난 10년 사이의 가장 높은 기준금리로 신규 주택 공급이 크게 감소한 요인이 있다.
강한 인구 성장 속에서 주거지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NSW 주 정부는 심각한 공급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건축 승인을 받았지만 착공하지 못한 신규 주택, 일명 ‘좀비 프로젝트’가 수천 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마지막 주, 컨설팅 회사 KPMG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NSW 주에서 건축이 승인되었지만 착공하지 않은 신규 개발 주택 수는 2023년 3월 분기 1만3,765건에서 같은 해 12월 분기에는 1만5,593건으로 증가했다.
2023년 12월 말, 광역시드니에서만 1만1,170채 이상 주택이 건축 승인을 받았지만 작업에 착수하지 않았다. 이는 이전 5년간의 평군 8%보다 높은 수치로, 건축이 보류된 프로젝트의 약 80%가 타운하우스와 아파트였다.
일반적으로 주택 건축 승인과 착공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하지만 KPMG 보고서는 “건축자재 비용 상승, 노동력 부족, 높은 이자율로 인해 특히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고밀도 프로젝트의 작업 개시가 방해를 받고 있다”며 “이 범주에 속하는 비정상적인 주거지 수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5월 중앙은행(RBA) 수치에 따르면 신규 주택가격은 2019년 말 이후 거의 40%가 상승했다.
KPMG의 도시경제학자 테리 론슬리(Terry Rawnsley) 연구원은 시드니에서 많은 ‘좀비 프로젝트’가 장기간 ‘보류’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개발업자들이 전체 비용을 보고는 ‘실제로 현재 시장 상황에서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토로하는 것을 보면, 이미 승인된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NSW 주의 개발 승인(development approval. DA)은 일반적으로 만료되기까지 5년간 유효하다.
이와 관련, NSW 주 개발기획부 폴 스컬리(Paul Scully) 장관은 “주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건축 승인을 지원하고 주택 건설을 지연시키는 외부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 계획 시스템 역량을 높여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금융 시스템을 살펴보고 해당 인력의 기술 향상 및 훈련을 제공하며 모듈식 건축 방법을 검토하고 ’Landcom’과 같은 공공 부문 개발자에게 투자하여 더 많은 주택 건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스 시드니 시의회(City of Morth Sydney) 조 베이커(Zoe Baker) 시장은 승인된 프로젝트가 조기에 완료될 수 있도록 NSW 주 정부가 주거용 건축업체에 재정적 보증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지원 조건은 정부 보증을 받은 프로젝트에 추가로 저렴한 사회주택을 건설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게 베이커 시장의 제안이다.
KPMG의 론슬리 연구원은 시드니의 주택 건설 여건이 지난해 중반 이후 “특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기간, 신규 승인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미착공 프로젝트의 수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신규 승인 주택 수가 감소하면서 미착공 프로젝트 또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수치(미착공 주택 승인)는 꾸준하게 유지됐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Domain) 데이터를 보면 올해 3월까지 전국 수도권 주택 임대료는 낮은 공실률로 인해 전년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시드니의 경우 유닛 중간 임대료는 700달러에 도달했다.
호주 주택산업협회(Housing Industry Association) 팀 리어던(Tim Reardon) 선임연구원은 신규 주택 파이프라인이 부적절하기에 이 정도 규모의 임대료 인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시드니 멜번(Melbourne), 브리즈번(Brisbane)의 경우 아파트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해 향후 3년 동안 임대료는 두 자릿수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 건설 부문 과제는 대도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NSW 지방 지역에서도 승인 후 착공되지 않은 주택 프로젝트가 지난 5년 동안 증가 추세를 보이며, 지난해 12월에는 총 4,423건에 이르렀다.
한편 미착공 프로젝트 규모가 많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론슬리 연구원은 이 적체의 완화 조짐도 예상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인구 성장에 따라 건축 비용이 안정되면서 개발자들이 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더 많은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