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졸업생 이미 현장에서 활동중
정부가 불법 학위 발급 의혹으로 한 민간 직업교육기관을 등록 취소하면서, 해당 기관을 통해 자격을 취득한 4,200명 이상의 졸업생에게 자격 유효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호주 기술품질청(ASQA-Australian Skills Quality Authority)은 스페스 에듀케이션(SPES Education Pty Ltd)이 충분한 교육이나 평가, 자격 있는 강사 없이 고위험 분야 자격증을 발급해왔다는 이유로 등록을 취소했다.
문제 된 분야는 장애인 지원, 노인 요양, 유아 교육 등으로, 상당수 졸업생이 이미 현장에서 활동 중일 가능성이 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2025년 5월 사이 해당 교육기관에서 자격을 취득한 4,224명의 수강생들은, 자격 취소 예정 통보서를 받고 7일 이내인 이번 주 화요일 밤까지 자격의 정당성을 소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스페스 에듀케이션은 정보기술(IT)과 커뮤니티 서비스 분야에서도 허위 자격증을 발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표 실종, 소재 불명
기업 등기상 유일한 대표이자 비서로 등재된 마문 아흐메드 모하메드(Mamoon Ahmed Mohammed)는 기업 문서에 기록된 3곳의 주소 어느 곳에서도 거주하거나 근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등록된 전화번호 역시 연결이 끊긴 상태였다. 모하메드는 지난해 12월 해당 기업을 인수했다. 시드니 펀치볼(Punchbowl) 지역의 한 건물 임차인은 그가 과거 자신의 룸메이트였으며, 이미 오래전에 내보냈다고 밝혔다. 기업 주소지로 등록된 뱅크스타운(Bankstown)의 건물은 텅 빈 상태였다.
정부, 불법 교육기관 용납 못 해
앤드류 자일스(Andrew Giles) 연방 기술장관은 “학생이나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불법 교육기관에 대해 정부는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자일스 장관은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는 직업교육훈련(VET) 부문의 신뢰성과 품질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4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VET 부문의 규제 이행 활동은 강화되고 있으며, 이번 스페스 에듀케이션 건은 최근 일련의 단속에서 가장 큰 규모로 4,224명의 수강생이 영향을 받게 됐다.
이외에도 러닝옵션스(Learning Options)와 넥스트젠 테크 인스티튜트(Nextgen Tech Institute)라는 두 다른 교육기관에서 약 350명의 학생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관은 주로 경영 및 기술 직종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만 3천건 자격 검토
이번 조치는 연방 정부가 부정 운영 교육기관을 근절하기 위해 추진 중인 직업교육훈련 부문 전수 조사 작업의 일환이다. 지난해 말 ASQA는 오스트레일리아 에듀케이션 앤드 커리어 칼리지(Australia Education & Career College, 루비움(Luvium) Pty Ltd)와 관련된 7,300건 이상의 자격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이어 길스 칼리지 오스트레일리아(Gills College Australia)에서 3,400건, 인터내셔널 인스티튜트 오브 에듀케이션 앤드 트레이닝(Inter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 and Training)에서 6,818건의 자격증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스페스 에듀케이션 사태까지 포함하면, 2024년 말 이후 문제가 된 자격은 총 2만 3천 건을 넘어선다.
조사 확대 전망
현재 ASQA의 수사 및 단속 팀은 154개 교육기관에 걸친 189건 이상의 중대한 사안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 중 약 62%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기관이다. ASQA는 5월 발표한 업데이트에서 전체 사건의 74% 이상이 허위 자격증, 평가 조작, ‘유령 교육기관’, 공공기금 사기, 비자/이민 연계 사기 등의 ‘사기성 운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60% 이상은 NSW 건축위원회, 사기 합동 태스크포스(Fraud Fusion Taskforce), 오퍼레이션 잉글루눅(Operation INGLENOOK), 범죄조직 단속 등 다관할권 공동작전에 연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ASQA의 색슨 라이스(Saxon Rice) 청장은 “현재 진행 중인 조사를 고려할 때, 향후 수개월간 비정상적인 교육기관에서 발급된 자격 하나하나의 유효성을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국제 교육기관은 등록이 취소된 후에도 웹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최근 사이트를 영구 폐쇄했다. 이 대학은 롤스로이스를 몰고 다니는 인도계 호주인 부동산 개발업자 루핀더 브라르(Rupinder Brar)가 운영하던 곳으로, 그는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와 함께 찍힌 사진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 의혹과 함께 공개되기도 했다.
현재 호주 전역에는 총 4,000개의 등록 직업훈련기관(Registered Training Organisations)이 운영 중이다. 학위를 사고파는 관행이 만연했던 직업교육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