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학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3,500명의 대학 직원이 일자리를 잃고 수백 개의 강좌가 사라지면서 고용 안정성과 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자 해고 사례
찰스 스터트 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ty)의 물리학자 이반 막시모프(Ivan Maksymov) 박사는 이번 해고 대상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두 차례나 해고를 겪었으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가장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내 경력이 완전히 망가졌다. 나 혼자 소득을 책임지고 있고 두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한다.” 막시모프 박사는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과거 호주연구위원회(Australian Research Council)로부터 권위 있는 ‘퓨처 펠로십(Future Fellowship)’을 받은 연구자였지만, 지금은 “굴욕적인” 정리해고 과정을 거치며 대학 사회의 “추한 이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대학이 이제는 기업처럼 변했다. 이해관계자들은 대중이나 학생이 아니라 수익을 중시하는 경영진이다.” 국내 대학들이 연이어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전문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용절감이 이유
찰스 스터트 대학교 측은 해고 결정이 국제학생 수 감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학 측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제학생 수가 90%나 줄었다.
대학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과정이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며 “막시모프 박사를 포함해 해고되는 직원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 그러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시모프 박사는 대학이 정리해고 절차를 잘못 처리했으며, 충분한 협의도 없이 직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전국대학노조(NTEU-National Tertiary Education Union)도 같은 주장을 내놨다. 노조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 사이 5개 주와 준주에 걸쳐 22개 대학에서 총 3,578명이 해고됐다.
노조의 반발
NTEU의 앨리슨 반스(Alison Barnes) 전국 회장은 “대학 현장은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구성원들이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 시기 대규모 해고의 충격에서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는 대학 경영진의 잘못된 관리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700만 달러 이상이 1년 동안 컨설턴트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일자리 축소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원할 능력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킨다. 게다가 총장단의 고액 연봉 문제도 있다. 현재 대학에서 주(州) 수상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인원이 306명에 달한다.”
대학 측의 반론
이에 대해 일부 대학 경영진은 노조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호주대학연합(Universities Australia) 회장이자 그리피스 대학교(Griffith University) 총장인 캐롤린 에번스(Carolyn Evans) 교수는 “노조가 대학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부실 경영 탓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피스 대학교는 지난해 약 50명의 교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에번스 교수는 또 “대학이 기업화됐다는 비판은 부당하다.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상황을 방치하면 어느 조직이든 파산하게 된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학생 유입 제한, 국내 등록 저조, 연구 자금 부족, 그리고 모리슨(Morrison) 정부가 도입한 ‘잡 레디 그라주에이츠(Job Ready Graduates)’ 제도 등 복합적 요인이 대학 재정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로 인해 일부 전공 학비는 낮아졌으나 다른 전공의 학비는 높아졌으며, 대학들은 매년 약 10억 달러 규모의 교육 재정을 잃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해도 적자를 기록한 대학은 세 곳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2023~2024년 사이에는 전체 대학의 70%가 적자를 기록했다.”

학생들의 분노
시드니공과대학교(UTS-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는 곧 400명의 교직원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다. 이미 약 120개 강좌가 ‘임시 중단’됐다.
UTS 학생회 회장 미아 캠벨(Mia Campbell)은 “학생들 사이에 절망감이 팽배하다”며 “내년 학기에 예정된 아너스 과정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튜터들조차 ‘어떻게 학교가 이 지경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관료주의에 휘둘린다’, ‘돈만 신경 쓴다’는 식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지난 5년간 계속된 적자 상황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학 대변인은 “임시 중단된 강좌가 120개라고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복수 전공 과정이 포함돼 있어 약 50개에 불과하다”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학생 수가 10명 미만이고, 31개 강좌는 현재 재학생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단된 강좌에는 교원 양성과 공중보건 과정 등 주요 학과도 포함돼 있어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호주 전역 대학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강좌가 사라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에번스 교수는 “너무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재정 압박 속에서는 특정 전공이나 강좌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결정은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