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잉턴 칼리지의 설립과 교육 철학
시드니에 위치한 뉴잉턴 칼리지(Newington College)는 1863년 웨슬리안 감리교(Wesleyan Methodist Church) 산하에서 설립되었고, 당시 목표는 학생들에게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교양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를 세우는 데 있었다.
1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학교는 연합교회(Uniting Church) 소속으로서 초·중등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과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뉴잉턴 칼리지는 뉴사우스웨일스 주 남자 학교들이 모인 명문 단체인 ‘그레이트 퍼블릭 스쿨즈 협회(Great Public Schools Association)’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은 성별 중립 표현
연간 학비 $45,000 상당의 명문 사립 남학교 뉴잉턴 칼리지의 남녀공학 전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이 실패로 돌아갔다. NSW 대법원은 지난 22일, 여학생 입학 허용이 학교 설립 신탁 문서를 위반한다는 학생 측 주장을 기각하고,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은 익명의 재학생인 ‘학생 A(Student A)’가 제기했으며, 일부 졸업생 및 학부모 그룹의 지원을 받았다. 소송의 핵심은 뉴잉턴 칼리지가 위치한 스탠모어(Stanmore) 캠퍼스의 152년 된 부동산 신탁 문서에 사용된 단어 ‘청소년(youth)’이 남학생과 청년의 교육만을 의미하는지 여부였다.
학생 A는 뉴잉턴 칼리지 이사회가 남녀공학으로의 ‘전환(transition)’을 추진하거나 해당 계획에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 신탁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이 파커(Guy Parker) 판사는 ‘청소년(youth)’이라는 단어가 1873년 신탁 문서에서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중립적 표현으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해당 문서 어디에도 남학생만을 명시하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또한 학생 A에게 뉴잉턴 칼리지 측의 소송 비용을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2026년부터 여학생 입학
뉴잉턴 칼리지는 2026년부터 여학생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이후, 커뮤니티 내에서 큰 갈등을 겪어왔다. 판결 직후 학생 A는 학교의 남녀공학 반대 연합을 통해 “많은 졸업생, 전·현직 교직원, 학부모, 뉴잉턴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지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파커(Michael Parker) 교장은 같은 날 학부모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판결이 우리 공동체가 하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소송 기간 동안 우리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 왔고, 뉴잉턴의 풍부한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어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내년부터는 남학생, 여학생, 청년, 청년 여성 모두를 위한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교육기관으로 거듭날 뉴잉턴 칼리지의 미래 비전을 함께 공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통 중시 그룹 반발
학생 A와 함께 소송을 진행한 ‘세이브 뉴잉턴 칼리지(Save Newington College)’는 성명을 통해 “오늘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이는 뉴잉턴이 설립된 이래 수많은 졸업생, 학부모, 교직원,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믿어온 전통적 이해와는 상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뉴잉턴은 원래 남학생을 위한 학교로 설립되었으며, 그에 따라 자금이 마련되고 운영되어 왔다. 이번 판결은 그 이해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학생 A의 노력은 변화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변화가 학교의 설립 목적, 가치, 유산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학문적‧재정적 성과, GPS(Greater Public Schools) 체제 유지를 포함한 미래 위험 요소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향후 여학생 통합 과정의 난관, 주변 여학교의 반발, 뉴잉턴 재단(Newington Foundation)의 후원 철회 가능성 등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은 불투명
이번 법원 판결로 뉴잉턴 칼리지의 남녀공학 전환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되었지만, 커뮤니티 내의 갈등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을 중시하는 일부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학교 결정에 대해 회의적이며, 실질적인 통합 실행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학교 측은 앞으로 커뮤니티 통합과 포용적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