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충격
호주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이미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호주 가계에 또 한 번의 재정적 타격이 가해졌다. 이번 결정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구는 연간 최대 2800달러의 추가 상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RBA 이사회는 5대4라는 아슬아슬한 표결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4.10%로 상승했으며,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됐다.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조치였지만, 생활비 상승과 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에 추가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BA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목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상승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 지출 비판
KPMG(KPMG International)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렌던 린(Brendan Rynne) 박사는 이번 금리 인상의 일부 원인으로 정부 지출을 지목했다. 그는 “공공 부문 지출이 역사적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세수로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며 “이는 공공과 민간 부문 간 성장 균형을 맞추는 데 필요한 수준을 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이중 충격’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오는 5월 회의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글로벌과 괴리
이번 결정은 주요국 중앙은행들과는 상반된 행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와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은 이번 주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 속에서도 금리 인상을 유보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캐나다 역시 현재는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경제학자들은 호주가 이들 국가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로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정부 지출을 꼽았다.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국제비즈니스 프로그램 책임자 마크 크로스비(Mark Crosby)는 “RBA가 인플레이션을 장기간 목표치 이상으로 방치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이 과도하게 형성됐다”며 “공공 부문 지출이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재무장관 부담
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Deloitte Access Economics) 대표 프라딥 필립(Pradeep Philip)은 이번 결정이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의 5월 예산안 준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분쟁 상황의 전개와 그 영향은 재무장관의 핵심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며 “5월 예산에는 세제 개편, 지출 절감, 그리고 분쟁으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는 재정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오스트레일리아(Oxford Economics Australia) 경제연구 및 글로벌 무역 책임자 해리 머피 크루즈(Harry Murphy Cruise)는 현재 상황을 “중앙은행 총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가 충격은 중앙은행에 가장 큰 악재”라며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통한 공급이 늘어나야만 유가가 안정될 수 있으며, 금리 인상으로는 이란을 움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RBA는 경제 전반을 둔화시켜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가계 부담 가중
컴페어 더 마켓(Compare the Market) 경제 디렉터 데이비드 코크(David Koch)는 금리 인상을 “필요악”으로 평가했다.
그는 “누구도 추가 금리 인상을 원하지 않지만, 이미 올해 한 차례 인상이 있었고 수백만 주택 소유자가 상환액 증가로 수천 달러를 더 부담하고 있다”며 “이는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한 타격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결국 가장 큰 부담은 다시 한 번 주택 소유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덤 프로퍼티 인베스터스(Freedom Property Investors)의 스콧 쿠루(Scott Kuru)는 RBA의 정책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RBA가 경제 흐름을 시의적절하게 읽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022년 금리 인상 시작이 너무 늦었고,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조정 결정 역시 성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RBA는 예산 부담보다 통제 불가능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더 크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활비 압박 심화
파인더(Finder) 소비자 연구 책임자 그레이엄 쿡(Graham Cooke)은 이번 금리 인상이 “수백만 가구에 또 한 번의 큰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글로벌 시장 변동성과 연료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재정 안전망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들은 중동 지역 긴장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외에도 호주 경제의 구조적 문제 역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마이 하우징 마켓(My Housing Market)의 앤드루 윌슨(Andrew Wilson) 박사는 “최근 RBA의 입장은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유가라는 변수까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
이번 금리 인상으로 평균 차입자는 월 118달러, 연간 1,416달러를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또한 올해 1월 기준과 비교하면 연간 추가 부담은 약 2,805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5월 회의를 주목해야 한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쿡은 “인플레이션 억제가 예산 부담보다 더 중요한 과제로 판단된 상황”이라며 “분쟁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택 소유자들은 앞으로 더 큰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미(Caty)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