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방위군(ADF-Australian Defence Force)이 최근 제기된 대규모 집단소송을 앞두고 성범죄의 정의를 조용히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변경은 성적 혹은 성 관련 범죄를 기존의 ‘misconduct’에서 ‘폭력(violence)’으로 재분류하는 내용이다.
이 조치는 지난주 금요일 연방법원(Federal Court)에 공식 제기된 집단소송 직전 단행된 것으로, 소송은 여성 장병들이 조직 내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성폭력, 괴롭힘, 차별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 서한 공개
호주방위군 참모총장 데이비드 존스턴(David Johnston) 제독은 해당 소송에 대응해 내부 서한을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국방군은 이번 사안에 참여하는 모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존스턴 제독은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ssion)에서의 사건 절차가 종료되기 하루 전, ‘Order of the Day’이라는 특별명령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원회 절차의 종결은 대부분의 집단소송이 연방법원에 제기되기 전 거치는 과정이다. 그러나 국방군은 이미 2024년 12월부터 해당 집단소송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송 종결 통보가 이뤄지기 단 하루 전, 이 같은 정의 변경 조치가 단행된 셈이다.
“단어의 변화, 피해의 심각성 반영”
해당 내부 메모에는 성적 부적절 행위(sexual misconduct) 범죄를 성폭력(sexual violence)으로 재분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한은 “이번 언어 변화는 행위의 심각성과 피해자에게 남는 지속적인 상처를 고려할 때 더욱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국방군 인원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지휘 체계 하에서 성폭력 관련 토론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 토론에서는 성폭력의 정의, 국방군의 대응 역할, ‘동의(consent)’에 대한 인식, 신고를 가로막는 장벽,성폭력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룰 예정이다.

“예방과 대응 중심으로”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참모총장(CDF-Chief of the Defence Force)의 지시에 따라 모든 부대가 성폭력 예방 및 신고와 관련된 토론을 실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Respect@Work 프레임워크에 따른 국방군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국방군 및 재향군인 자살 관련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 into Defence and Veteran Suicide)의 권고사항을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관련 권고안의 실행이 최우선으로 추진되고 있다”고도 했다.
공군 내 ‘성폭력 증가’
최근 공군 내 성폭력 보고가 늘어나면서, 호주공군(RAAF-Royal Australian Air Force) 참모총장 스티븐 채펠(Stephen Chappel) 공군원수가 지휘관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는 “최근 성폭력과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보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언론 보도와 왕립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그 배경에 있다”고 밝혔다.
채펠 원수는 “지도자로서 매년 같은 훈련만 반복하고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이번 토론을 통해 각 부대가 성폭력과 부적절한 행동을 예방하고 억제하기 위해 무엇을 새롭게 시도할 수 있을지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공군 전체 인원에게 보낸 별도의 지시문에서는 이번 용어 변경과 토론이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행동 촉구(call to action)”라고 강조했다.
“우리 내부를 해쳐선 안 된다”
채펠 원수는 “현재 우리는 전략적 긴장 상황(autumn)에 있으며, 경쟁이 더 심화되는 것(winter)을 막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은 도덕적, 윤리적, 법적 책임일 뿐 아니라, 내부에서 스스로를 해치는 일로 적에게 이득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적절하지만 성급한 조치”
호주방위군 복무 중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리아 휘틀(Leah Whittle) 상병은 이번 조치에 대해 “적절하지만 성급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성적 부적절 행위를 폭력으로 분류하는 건 옳다. 성폭력은 분명 폭력 행위이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단지 말뿐인 변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휘틀 상병은 군 전역 전반에서 진행되는 토론 자체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지만, 최근 언론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건 맞지만, 너무 급하게 추진된 느낌”이라며 “공공의 관심이 커지자 서둘러 내놓은 ‘반사적 조치(knee-jerk reaction)’ 같다”고 덧붙였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