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을 위한 마지막 길
4월 26일 토요일, 교황 프란치스코의 장례식에 수많은 인파가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길게 늘어섰다. 사람들은 약 7킬로미터에 걸쳐 거리를 가득 메우며 교황의 관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도달할 때까지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
관은 교황 모빌리스를 타고 이동했으며, 교황은 전통적으로 바티칸에 묻히지 않고 이 대성당에 묻히기로 선택했다. 이는 166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람들 속에서 열린 마음으로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조반니 바티스타 레(Cardinal Giovanni Battista Re) 추기경은 교황을 “사람들 속에서 열린 마음으로 함께하신 교황”이라고 회상하며, “그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오늘날의 도전에 대한 깊은 감수성을 지닌 분이었다”고 말했다. 레 추기경은 이어 “교황은 난민과 실향민을 위해 수많은 제스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상징이었다”고 언급했다.
교황, 평화의 소리 높이다
레 추기경은 교황이 첫 번째 사도로 떠난 곳이 바로 람페두사(Lampedusa) 섬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섬은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난민들의 첫 번째 목적지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또한 교황은 최근 몇 년간 일어난 끔찍한 전쟁과 수많은 희생자들에 대해 늘 평화를 외치며, “전쟁은 인간의 죽음을 초래하고, 집과 병원, 학교를 파괴한다”며, “전쟁은 항상 세계를 더 나쁘게 만들고, 모든 이에게 고통과 비극을 남긴다”고 강조했다.

교황에게 기도 부탁드리며
레 추기경은 마지막으로 교황의 말씀을 인용하며 “교황은 항상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이제 우리는 교황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한다”며, 교황이 교회를 축복하고, 로마와 전 세계를 축복해줄 것을 기도했다.
그는 또한 교황이 지난 주일 대성당 발코니에서 행한 마지막 인사처럼, 인류의 희망을 위한 기도를 바랐다.
교황의 최후 안식처
교황 프란치스코의 시신은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묻혔다.
이 대성당은 교황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에 대한 깊은 신앙으로 인해 선택되었으며, 일반적으로 교황들은 바티칸에 묻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에 안장되기를 원했다.
대성당은 일요일 오전부터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푸틴 평화 의지에 의문 제기
한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교황 프란치스코(Pope Francis) 장례식 참석을 위해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St Peter’s Basilica)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와 회동한 직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의 평화협정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벌어진 격렬한 충돌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만남이었다.
로마를 떠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최근 며칠간 민간 지역,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발사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가 전쟁을 멈추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그는 그냥 나를 시간 끌며 달래는 것 같고, 이제는 ‘금융 제재’나 ‘2차 제재’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쟁은 계속됐다. 러시아는 자국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Kursk)를 “완전히 해방했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쿠르스크 지역에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을 향후 평화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계획이다.

장례식 전 이뤄진 논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붉은색 다마스크 천으로 덮인 금색 의자에 앉아 대리석 바닥 위에서 서로 마주보며 “강도 높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용어로는 ‘브러시-바이(brush-by)’ 또는 우연한 만남으로 불리는 이번 회동은 약 15분간 비공식적으로 진행됐으며, 두 정상은 보좌진을 멀리 두고 러시아의 전쟁과 백악관의 평화 중재 노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백악관은 이후 “매우 생산적인 회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 세르히이 니키포로프(Serhiy Nykyforov)는 “양국 정상은 오늘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두 번째 회담 준비를 위해 팀들이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해가 성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St Mary Major Basilica)으로 옮겨진 직후, 로마를 떠났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었다.
젤렌스키 ‘완전한 휴전 논의‘
장례식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사안을 1대1로 논의했다. 논의한 모든 사안에서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완전하고 조건 없는 휴전, 또 새로운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징적인 만남이었으며, 공동 결과를 이룬다면 역사적인 만남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회동 사진도 공개했다. 또 다른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가 함께 네 명이 찍힌 장면도 담겼다.
협상 진전 있었나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는 전날 러시아 측 고위 협상가 키릴 드미트리예프(Kirill Dmitriev)와 만나 평화협상을 진전시키려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밤 로마 도착 직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매우 가까운 합의에 도달했다”며 최고위급 논의를 통해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부분의 주요 쟁점은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림반도(Crimea) 문제를 두고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남아야 한다”고 발언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점령 지역을 우크라이나로 되돌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이 평화협상에서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동적 발언”으로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양국 정상 간의 긴장은 지난 2월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벌어진 격렬한 언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었다. 당시 갈등으로 인해 예정됐던 후속 회동이 취소되기도 했다.

평화의 상징적 만남
교황 프란치스코의 장례식이라는 상징적인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은 국제 사회에 큰 의미를 지닌 순간으로, 양국 간 평화 협상 재개의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두 지도자가 오랜 갈등을 넘어 대화의 문을 다시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쟁점들이 남아 있어 향후 협상의 진전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번 회담은 평화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첫 단계를 마련한 것으로, 향후 추가적인 논의와 협상이 지속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제 사회는 이번 회담 결과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