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와 주정부 수장들이 경증 자폐 아동을 국가장애보험제도(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에서 단계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담은 비공개 보고서를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와 각 주 총리들은, 연방 노동당 정부가 핵심 아동 복지 정책인 스라이빙 키즈(Thriving Kids) 프로그램의 주요 요소를 확정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각 주·준주가 서로 다른 방식의 개별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서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보고서
그러나 총리와 주총리들이 곧 열리는 국가내각회의(National Cabinet)에서 광범위한 보건·장애인 재정 분담을 두고 정면 충돌할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해당 비공개 보고서에는 NDIS에서 이탈하는 자폐 아동들에게 약속된 ‘강력한 지원 체계(robust system of supports)’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 추계나 비용 산정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hriving Kids 설계 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NDIS 축소판(NDIS lite)’이 될 의도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장애인이 자신에게 배정된 예산과 필요한 서비스를 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 역시 새로운 제도에서는 그대로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별 맞춤 방식
전국 단일 프로그램이 NDIS와 병행해 운영되는 형태가 아니라, 연방정부가 각 주별로 개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Thriving Kids를 조사한 연방 의회 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프리랜더(Mike Freelander) 박사는 연방정부가 주마다 다른 맞춤형 체계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프리랜더 박사는 “주마다, 심지어 지역마다도 달라질 것”이라며 “무제한으로 열어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제안하는 방향에 일부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전면적이고 완전한 통제를 원할 수도 있다”면서도 “예산 측면에서 그런 방식은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개·비공개 구분
프리랜더 박사가 이끈 의회 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지난해 말 공개됐지만, Thriving Kids 자문단(advisory group)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보건장관 마크 버틀러(Mark Butler)와 아동 보건 전문가 프랭크 오버클라이드(Frank Oberklaid)가 공동 위원장을 맡아 작성했으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정부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주정부와 연방정부 간 협상을 이끌 원칙(principles)을 제시하는 동시에, 각 주가 투자할 수 있는 잠재적 분야들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델은 주·준주별 강점과 약점을 고려해,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영역에는 자금을 보강하고 취약한 분야의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다.
일정 논란
최근 몇 주 사이 연방과 주정부 간 양자 회동(bilateral meetings)이 잇따라 열렸으며, 이는 Thriving Kids의 예상 출범 시점 5개월 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연방정부는 출범 시점을 연기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마크 버틀러 장관은 각 주가 “자신이 제시한 일정에 대해 분명히 입장을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내셔널 프레스 클럽(National Press Club) 연설에서 제시한 일정이 주총리들에게 충격과 불만을 안겼으며,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됐다는 반발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버틀러 장관은 “이 사안은 반드시 해야 하고, 각 주·준주와의 파트너십 속에서 추진하고자 한다”며 “주정부들의 피드백은 당연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향후 12-18시간 동안의 협상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6개월 동안 엄청난 작업이 이뤄졌고, Thriving kids 뿐 아니라 내일 오전 국가내각회의에서 마무리되길 기대하는 병원 재정 협상에서도 중요한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예산 사용 의문
최근 몇 달간 Thriving Kids의 구체적 설계를 둘러싼 추측과 논란이 이어졌다. 연방정부가 이미 이 정책에 $2bn을 배정한 가운데, 이 자금이 어떻게 쓰일지와 함께 주정부가 요구받고 있는 ‘매칭 투자(matching investment)’의 실체가 쟁점이 됐다.
특히 연방정부가 한 주에서 이미 운영 중인 성공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할지 여부가 논의됐다. 예를 들어, 버틀러 장관이 성공 모델로 자주 언급한 키즈 인스티튜트(Kids Institute)의 잉클링스 프로그램(Inklings Program)을 전국 단위로 도입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특정 프로그램을 ‘승자(picking winners)’로 선정해 전 주·준주에 일괄 도입하는 방식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편 정책 검토
연방정부는 주별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GP(일반의) 교육 강화나 발달 지연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새로운 메디케어 번호(Medicare number) 도입 등 범국가적 조치에 투자할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국가내각회의를 앞두고 서호주(WA·Western Australia) 정부 대변인은 장애인 지원은 각 주의 지리적·인구적 특성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며, “기존 서비스 생태계의 강점을 토대로 맞춤형 지원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DIS 지출 통제
Thriving Kids는 정부가 NDIS 지출 증가를 억제하고, 제도를 가장 중증 장애인 중심으로 되돌리려는 전략의 핵심 축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NDIS 지출이 연간 $100bn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버틀러 장관이 지난해 8월 예고한 향후 자격 기준 변경(eligibility changes) 역시 이 정책의 또 다른 핵심 요소다. 알바니즈 총리는 올해 중반까지 NDIS 연간 성장률을 8%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며, “더 낮추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방·주 공방
알바니즈 총리는 장애 개혁과 5년 단위 병원 재정 협상이 타결되는 것이 “모든 호주 국민의 이익”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연방정부가 비용을 주정부로 떠넘기고 있다는 주총리들의 주장에는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ATM이 아니다”라며 “책임 있는 재정 운영이 필요하다. 주정부 예산이 압박받고 있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으며,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비판
Thriving Kids의 주별 모델에 대해 야당 NDIS 담당 대변인 앤 러스턴(Anne Ruston)은 “이 정책은 새로운 연방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주정부에 추가 서비스 제공을 요구하기 위한 연막(smokescreen)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관이 주정부의 지지 없이 이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며, 실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현장 조직들은 여전히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총리 공조
한편 국가내각회의를 앞두고, 주총리들은 목요일 밤 알바니즈 총리와의 회동에 앞서 비공개 회의를 열어 장애·보건 개혁에 대한 공동 입장을 조율했다. 소식통들은 이 자리에서 ‘강한 공통된 인식(unity of view)’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는 퀸즐랜드(Queensland) 주총리 데이비드 크리사풀리(David Crisafulli)가 “연방정부의 제안이 공정하지 않다면 장기 병원 재정 및 장애 개혁 합의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현재 $23bn 수준인 연방정부 제안을 늘리라는 압박을 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