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주택 건축 승인을 빠르게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분석기관 코탈리티(Cotality, 구 코어로직(CoreLogic))가 건설 산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코탈리티의 엘리자 오웬(Eliza Owen) 수석 연구원은 최근 주택 건축 승인 건수가 낮은 수준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건설 병목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 오히려 비용 상승과 저품질 주택의 난립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건설 업계의 수용 능력 확대 없이 승인만 늘리면, 이미 가득 찬 욕조에 수압을 더 올리는 것과 같다. 결국 넘쳐흐를 수밖에 없다”고 비유했다. “이미 완공까지 평균 소요 시간이 길고 건축 비용도 높은 상황에서, 지금 시점에 건축 승인과 착공을 장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현재도 건설 파이프라인에 물량이 가득한데, 업계는 이미 한계까지 몰려 있다”고 강조했다.
공사 기간 지연
오웬 연구원은 아파트 건축의 경우, 과거 평균 6분기(약 18개월)였던 착공에서 완공까지의 소요 시간이 현재는 9분기(약 22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타운하우스는 과거 평균 10개월에서 현재는 13개월로, 단독주택은 7개월에서 10개월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인력난 심각
오웬 연구원의 경고는 클레어 오닐(Clare O’Neil) 연방 주택장관이 업계 단체들과 함께 연방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나왔다. 정부는 2029년 중반까지 120만 가구를 새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호주주택산업협회(HIA–Housing Industry Association)의 사이먼 크로프트(Simon Croft) 최고경영자는 오닐 장관과의 라운드테이블 회의에 참석한 후 “야심찬 목표를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실제 수치는 이 목표가 상당히 무리한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연방 재무부는 이미 해당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프트 최고경영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부족한 83,000명의 기술직 건설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며 “목수, 전기공, 배관공 등 숙련된 인력의 수급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는 민간 부문(개발업자, 투자자, 자가 소유자)의 건축물은 물론, 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일부 공공주택도 포함되어 있다.
코탈리티 분석에 따르면, 과거 가장 비슷한 수준의 건축 물량을 기록한 시기는 2019년 말로, 당시 5년간 약 104만 가구가 지어졌다. 하지만 오웬 연구원은 당시에는 금리가 훨씬 낮았고, 특히 해외 투자자를 포함한 투자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오닐 장관은 성명을 통해 “현재 호주에서는 집을 짓기가 너무 어렵다. 많은 건축업체들은 실제 짓는 것보다 승인받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에만 집중
오웬 연구원은 호주의 주택 건설 및 신청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 향후 5년간 완공 가능한 주택 수는 약 89만 채로, 정부 목표인 120만 채에 한참 못 미친다고 밝혔다. 또한 기준금리가 이달 인하될 경우 주택 건축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한계에 도달한 건설 업계가 추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크로프트 최고경영자는 이날 회의에서 기술 인력 부족 해결 방안뿐 아니라, 건축 규제 및 코드 개정, 프리패브(조립식) 3D 프린팅 등 신공법 활용 등도 논의됐다고 밝혔다.
마스터빌더스오스트레일리아(MBA–Master Builders Australia)의 데니타 원(Denita Wawn) 최고경영자는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전하며 “하수도나 도로 등 인프라 부족으로 개발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사실상 고립된 신도시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수요 관리도 중요
오웬 연구원은 공급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수요 억제 정책도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최근 전국노동조합협의회(ACTU–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의 샐리 맥매너스(Sally McManus) 사무총장은 부정적 기어링(negative gearing) 제도를 개혁해 1인당 투자 부동산 소유를 한 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오웬 연구원은 “공급 측면은 문제가 너무 많다. 차라리 수요를 줄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최근 수요 억제에 대한 논의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많은 저항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발업자와 같은 부유한 로비 집단들은 공급 측면을 강화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 최고경영자는 수요 억제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며, ACTU의 부정적 기어링 관련 발언을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수요 억제가 주택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연방정부 대변인은 “현실적으로 금리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도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120만 채 주택 공급 목표는 단순히 야심찬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이뤄야 할 필수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위기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닌 만큼, 해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