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린 자녀에게 책 읽어주기… 부모가 롤 모델 되어야
어린 나이부터 행하는 독서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다양한 부문에서 편리한 디지털 기기가 적용되는 세상이고, 그래서 도서 부문에서 전자책이 등장하고 있지만 ‘종이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 미래 전문가들의 예견만 봐도 이런 점은 얼마든지 납득할 수 있다.
사실 책은 모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스승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 선지자들이 오랜 시간의 경험을 통해 축적해 놓은 지혜, 그 경험을 통해 체득한 처세 등이 모두 책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기(AD) 이전, 수백 년 앞서 ‘모름지기 남아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의 ‘오거서’(五車書)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오거서라는 말은 그만큼 책을 읽어야 한다는 직접적인 뜻은 아니었다. BC300년대를 살았던 중국의 도가 사상가인 장자가 친구 혜시라는 사람의 높은 학식을 일컬어 ‘다섯 수레만큼의 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표현한 것인데, 그만큼 혜시라는 사람이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 깊고 넓은 학식을 얻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시대, 짧은 시기를 풍미했던 남이 장군(1441-1468)도 같은 말을 했다. ‘남아필독오거서’라는 말이다. 모름지기 사내는 다섯 수레의 책을 필히 읽어야 한다는 말인데, 당시 남성들만 벼슬을 하는 시대였기에 ‘남아’라고 표현했을 뿐, ‘사람’은 그리 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류’가 꾸준히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고,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삶의 질’을 가늠하는 여러 지표를 보면 39개 OECD 국가들 중 최하위에 있는 수십 개의 항목들이 있다. ‘삶의 질’뿐 아니라 바로 이 ‘삶의 질’과 관계가 있는 ‘독서’ 부문 항목도 마찬가지이다. 1위는 분명한데, 아쉽게도 ‘거꾸로’ 1위다. ‘성인 학습의지’, ‘공공도서관 수’와 함께 ‘1인당 독서량’이 모두 ‘뒤에서 1위’, 앞 순위로 39위다. 39개 국가 중에서. 이는 다시 말해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까지 독서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서 습관은 어릴 때 길러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뜻이다. 분명, 부모가 늘 책을 읽은 모습을 본 가정의 아이들은 독서량에서도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과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의 대중화, 이 기기가 주는 편리성에 젖어 학생들의 독서량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이 주는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것은 합리적 사고, 창의력,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이다. 기존의 수백 가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종이 만들어지는 시대,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다양한 분야의 많은 독서를 통해 미래 시대를 대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특히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제3의 교육은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린 나이에 독서를 즐기다가도 청소년기를 겪으면서 갑자기 싫증을 내는 학생들도 많다. 독서가 주는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다 실망하거나 독서보다 흥미 있는 디지털 기기(게임, SNS 등)에 빠져 이를 멀리하게 되는 경우일 것이다.
만약 자녀의 이런 모습을 본 부모 또는 교사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아동교육 전문가인 마가렛 메르가(Margaret Merga) 박사는 “먼저,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잃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브리즈번 북부 지방에 기반을 둔 ABC 라디오 ‘ABC Capricornia’는 메르가 박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독서에 다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다섯 가지 단계를 소개, 눈길을 끌었다.
1단계 : 자녀에게 큰 소리로 읽어준다
메르가 박사는 최근 조사 결과, 자녀의 책읽기가 시작되면 부모나 교사가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일을 그만 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그녀는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음으로써 자녀와 공유하는 사회적 관점을 놓치는 것”이라며 “이는 또한 자녀의 독서 특기를 잃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자녀가 혼자서 독서를 즐길 수 있을 때까지 큰소리로 책 읽어주는 일을 멈추지 말하는 조언이다.
2단계 : 자녀가 좋아하는 분야의 도서를 선택한다
자녀의 독서 활동이 다른 레저 활동과 연계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자녀가 게임기를 통해 판타지 게임을 즐긴다면 게임의 토대가 된 파타지 소설 ‘델토라 왕국’(Deltora Quest. 나라를 지키는 힘을 가진 7개의 보석을 찾아가는 모험 여행을 이야기)을 읽어보도록 권하는 것이다.
다만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나이를 먹으면서 좋아하는 취향도 변하게 되고, 부모는 이를 이해해야 한다. 메르가 박사는 “성인들도 나이가 들면서 독서 취향이 변하게 되는데, 그런 반면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3단계 :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한다
지난해 연구에서 메르가 박사는 디지털 기기가 젊은이들의 독서 빈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바 있다.
그녀는 당시 조사를 통해 “사실 젊은이들이 소유한 전자기기가 더 많았고 온라인을 통해 정기적으로 접속함으로써 책읽기를 그만둘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디지털 기기로 읽은 전자책(e-book) 또한 외면받았다. 어떤 이들은 쉽게 구하고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책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청소년들은 종이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촉각의 변화를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전자책에 비해 종이책의 장점은 산만함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메르가 박사는 “우리가 인터뷰 한 한 어린이는 iPad에서 전자책을 읽는 것이 아주 간편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디지털 기기를 통해 수시로 ‘알림’ 메시지를 받게 되므로 조건반사와 같이 이에 반응해 집중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는 성인들도 마찬가지라는 게 메르가 박사의 설명이다.
4단계 : 책 읽는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준다
청소년기의 자녀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그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녀의 학교 숙제나 과외활동, 사회활동을 과소평가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독서만큼이나 중요하다. 메르가 박사는 “부모들은 이런 활동들을 인정하면서 독서 시간을 배정해 주는 게 필요하며, 이를 통해 읽고 이해하며 글을 쓰는 능력이 여러 가지 이점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5단계 : 자녀에게 롤 모델이 되라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가정의 경우 저녁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고 자녀가 잠자리에 들면 부모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경우가 있는데, 자녀가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메르가 박사는 지난해 조사에서 한 초등학생이 한 말을 인용했다.
“아빠는 우리가 책 읽기를 기대하지만 우리는 아빠가 책 읽는 모습을 결코 보지 못했다.”
■ 아동문학 사서의 추천 도서
나이 어린 자녀들에게 독서 습관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내용의 도서를 통해 책 읽기에 대한 재미를 주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ABC 라디오는 마가렛 메르가(Margaret Merga) 박사의 조언과 함께 아동문학 사서인 앤 마리-다이어(Ann-Maree Dyer)가 어린이에게 권장할 만한 5권의 추천도서를 소개했다.
▲ Lockie Leonard: Legend(저자 Tim Winton)
▲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저자 Stephen Chobsky)
삶의 가장자리에 서 있을 때 특별한 것들을 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1999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감동을 준 소설로,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있는 청소년들이 겪는 성장통을 담았다. ‘왕따’, 마약, 섹스, 동성애, 근친애 등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로 성장기의 상처를 담담하게 풀어놓은 작품이다. 소설로 출간된 후 엠마 왓슨, 로건 레먼, 에즈라 밀러 등이 출연한 ‘Wallflower’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제목에 사용한 ‘wallflower’는 벽에 붙어 있는 꽃이라는 의미지만 구체적으로는 특정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한 사람을 일컫는다. 주인공인 고교생 찰리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으로 미지의 친구에게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 성장과정에서 드러내기 어려운 이야기 등 혼란스런 1년간의 기록을 담아낸 소설이다.
▲ Princess diaries(저자 Meg Cabot)
스스로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알고 보니 한 왕국의 공주였다? 21세기, 새로운 프린세스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멕 캐봇(Meg Cabot)의 마법 같은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한 작품이며 영화로도 제작돼 크게 흥행한 소설이다.
주인공 미아 더모폴리스(Mia Thermopolis)는 아티스트인 미혼모 엄마와 뉴욕에 사는 고교 1년생이다. 174센티미터의 껑충한 키에 개구리 입, 게다가 ‘절벽 가슴’이 미아의 최대의 컴플렉스. 그러던 어느 날, 지금껏 정치인이라고만 알고 지냈던 아빠로부터 자신이 유럽 작은 왕국 제노비아의 유일한 왕위 계승자라는 놀라운 사실을 전해 듣는다. 이후 미아는 깐깐한 할머니로부터 프린세스 수업을 받으며 확 달라진 삶을 살게 된다.
▲ Does my head look big in this?(저자 Randa Abdel-Fattah)
2005년 호주에서 출간된 저자의 첫 소설로 ‘호주 출판산업상’(Australian Book Industry Award)과 ‘올해의 청소년 도서상’(Australian Book of The Year Award for older children)을 수상한 호주의 대표적 청소년 소설 중 하나이다.
팔레스타인 무슬림인 16세 소녀 아말 모하메드 나스룰라 아벨-하킴(Amal Mohammed Nasrullah Abdel-Hakim)이 종교적 이유로 히잡(hijab) 착용을 결정하고 이는 친구, 동료들로부터 제각각 다른 반응을 불러온다.
▲ Diary of a 6th grade ninja(저자 Marcus Emerson)
체이스 쿠퍼(Chase Cooper)라는 이름의 6학년 닌자 이야기이다. 그가 아는 유일한 사람은 사촌인 조(Zoe)이지만 그녀는 체이스에게 너무 차갑기만 하다. 새 학교에서의 첫날, 한 무리의 난자가 체이스를 닌자 일족에게 데리고 간다. 이전까지 그저 그런 체이스는 닌자의 세계를 경험한다. 체이스에게 그것은 위험하고 공포 그 자체이며 끔찍하기만 하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