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이어 전 세계 두 번째 유학생 비중, 매년 경제 전반에 300억 달러 효과
네 번째 산업 분야이지만… 한 전문가, “국제교육 시작 이래 최대 정책 반전…” 묘사
호주 경제에서 교육 수출은 매우 중요한 산업 분야로, 전 세계적으로 보면 룩셈부르크에 이어 두 번째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수십 만 명의 국제학생이 호주 경제에 기여하는 규모는 연간 약 300억 달러에 달하며, 통계청(ABS)에 따르면 이는 호주에서 네 번째로 큰 산업이다. 또한 현 연방 교육부 제이슨 클레이(Jason Clare) 장관의 표현처럼 “땅을 파내지 않는(호주의 가장 중요한 산업인 원자재 분야 외) 가장 큰 수출 부문”이다.
호주가 국제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한 1980년대 이후, 각 집권 정당은 해외 유입 국제학생들로 인한 경제적 혜택을 누려왔다. 이들(해외 유학생)은 같은 학위를 취득하고자 국내 학생들이 부담하는 비용의 4배를 호주에 지불한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순이주 규모를 줄이기 위한 광범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제학생 감축 정책을 추진하면서 각 대학의 유학생 등록을 상한을 정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호주국립대학교(ANU) 고등교육 전문가인 앤드류 노턴(Andrew Norton) 교수는 “호주의 국제 교육이 시작된 이후의 정부 정책 중 가장 큰 반전”이라고 말했다.
이미 학생비자 처리 우선순위 변경, 보다 엄격한 입국 조건, 학생비자 신청 수수료 2배 인상 등 국제학생 등록을 까다롭게 하는 일련의 변경이 이루어진 가운데 각 고등교육 기관 및 관련 업계는 호주에서의 학업을 원하는 해외 학생들의 비자 신청이 급감하고 국내 관련 일자리 감축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는 상황이다.
지난달(8월) 마지막 주, 연방 교육부는 내년 학기부터 호주 고등교육 및 직업훈련 기관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국제학생 규모를 27만 명으로 제한하고 각 교육기관별로 개별 제한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이(27만 명)는 팬데믹 사태 이전에 비해 약 7,000명이 적으며 지난해 유학생 수보다는 약 5만3,000명 줄어든 것이다.
■ 국제학생 비자 취득 규모
이달(9월) 초, 호주 대학연합인 ‘Universities Australia’의 루크 쉬히(Luke Sheehy) 최고경영자는 정부를 향해 “유학생 비자 승인이 현재와 같은 궤도를 유지한다면 호주 전역 대학에서 1만4,0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쉬히 CEO의 이 같은 발언은 두 가지 주요 수치를 기반으로 한다. 하나는 국제학생 4명 당 1명의 교직원에게 수수료를 지원한다는 추정치이며, 다른 하나는 지난 회계연도, 고등교육 기관 재학 중인 이들을 위한 학생비자 수가 이전 연도에 비해 6만 개 감소했다는 것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유학생을 제한할 입법권이 없더라도 정부는 이미 국제교육 부문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년 동안 고등교육 학생 비자 승인을 보면 더 복잡한 그림이 드러난다. 2023-24 회계연도에 학생비자 승인이 급격하게 감소했지만, 이는 이전 연도에 비해 훨씬 높은 ‘전염병 대유행 이후의 급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ANU 노턴 교수에 따르면 2022-23년에는 COVID 기간, 억눌렸던 수요 덕분에 학생비자 신청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승인된 비자 건수(26만1,317 건)는 미처리 업무를 정리하려는 노력으로 인해 증가한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적으로 높은 수치에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회계연도에는, 2005년 이후 거의 매년 승인된 것보다 많은 학생비자가 발급됐다.
정부가 억제하고자 하는 것은 이 같은 ‘지속적인’ 증가이다. 학생비자 신청에 대해 언급할 때 비자 발급 감소가 실제 학생 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기 전, 지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학생이 호주에 입국하면 수년간 체류하면서 학업을 마치기 때문이다.
노턴 교수는 “우리(호주)는 2023년 말까지 상당히 강한 수요와 비자 승인을 보았다”며 “다시 말해 올해 졸업생 수가 감소하고 내년에 더 줄어들지라도 호주에서 학생비자를 소지한 이들의 수는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제학생들은 어디서 공부하고 있나
비자 승인은 퍼즐일 뿐이다. 이 부분의 규모를 측정하는 다른 방법은 등록자 수이다. 이는 등록 유학생 수가 신입생으로 학업을 시작하고 다른 학생이 졸업함에 따라 연중 변동되기 때문이다.
노턴 교수는 “매년 연말까지, 영어학교에서 대학 학위에 이르기까지 12개월 동안 어느 시점에서 70~80만 명의 국제학생이 고등교육 기관에 등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올해 5월까지 1년 동안 국제학생 등록(일반 학교, 영어교육 과정, 직업교육, 고등교육 및 비학위 과정 포함)은 81만960명으로, 이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17% 증가한 수치이다.
이들 대부분은 고등교육 기관, 즉 호주 각 대학에 등록했지만 팬데믹 사태 이후로 가장 높은 증가를 보인 분야는 직업교육으로, COVID 이전 수치에 비해 약 50%가 늘어났다.
지난달 마지막 주, 교육부가 발표한 연간 27만 명의 국제학생 등록 상한선은 직업훈련 교육 및 대학에만 적용된다.
클레어 장관은 팬데믹 사태 완화 이후 유학생 입국이 증가하면서 “이 산업을 악용하고 학업보다는 호주에서 돈을 벌려는 이들(학생비자를 이용한 저임금 취업자들)이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장관은 “우리(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여러 가지 개혁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가장 최근에는 150개 이상의 휴면 또는 유령 대학을 폐쇄하는 것, 즉 국제학생에게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지는 않으면서 서류상의 존재로 해외 학생들이 호주 체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뒷문’(back door)을 없애는 게 포함된다”고 밝혔다.
개혁과 관련해 제안된 법안은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 제공자, 교육 과정 또는 지역별 유학생 등록 제한 및 새로운 교육 제공자나 과정 등록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지난달 마지막 주 발표된 국제학생 상한선과는 다른)은 모든 형태와 규모의 1,500개에 달하는 국제교육 제공자에게 적용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다른 교육기관에 비해 국제학생 등록 감소에 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호주 독립 고등교육 기관 협의체인 ‘Independent Higher Education Australia’(IHEA)의 피터 헨디(Peter Hendy) 최고경영자는 전체 사립교육 부문의 거의 절반이 국제학생을 염두에 두고 설립되었기에 “100% 유학생으로 이루어진 학교가 많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IHEA에 있는 전체 사립 고등교육 기관의 학생 47%는 해외에서 온 유학생이다.
■ 국제학생 감축으로 임대 위기 완화, 가능할까
정부가 국제학생 감축을 단행하는 또 하나의 배경에는 임대 위기가 계속됨에 따라 국내 거주자를 위한 주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방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지난 5월 예산(2024-25년) 연설에서 “국제학생 등록이 전용 학생주택 건설을 앞지르고 있어 임대료에 압박을 가하고 모든 임차인들의 임대주택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주택 공실률은 호주 전역에서 크게 하락한 반면 국제학생은 전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호주부동산협의회인 ‘Property Council of Australia’ 분석에 따르면 유학생이 임대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정부 지역(Local Government Area)은 13개에 불과하며 모든 LGA의 4분의 3은 유학생 임차인이 1% 미만을 차지할 뿐이다.
전반적으로 유학생은 특수 목적의 학생 숙박시설을 포함해 전체 임대시장의 약 4%를 차지한다. 현재 유학생 임차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애들레이드(Adelaide, South Australia)와 광역시드니의 버우드(Burwood)이지만 이 지역도 국제학생 세입자는 모든 임차인의 4분의 1에 약간 못 미친다.
그런 한편 컨설팅 회사 SQM Research가 시드니, 멜번(Melbourne), 브리즈번(Brisbane) 등 3개 도시 임대시장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유학생 임차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외지역에서도 공실률은 도시의 다른 지역보다 낮지 않았다.
각 도시의 상위 10개 교외지역 중 단 한 곳만이 도시 전체 평균보다 임대주택 공실률이 낮았는데, 바로 광역멜번의 파크빌(Parkville)이었다. 국제학생 옹호자들은 “이것이 유학생을 주택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되는 증거”라고 말한다.
Property Council of Australia의 유학생 숙소 위원회 토리 브라운(Torie Brown) 책임 위원은 자체 분석을 통해 “유학생이 차지하고 있는 임대 주택이 일반에 개방되더라도 별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가족이나 다른 임차인에게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부동산을 유학생들이 임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브라운 위원은 “실제로 유학생들은 교외에 있는 가족 주택을 놓고 경쟁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CBD나 대학 인근의, 학생들 목적에 맞게 건설된 숙박시설 또는 작은 규모의 아파트를 찾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또한 브라운 위원은 “유학생 수가 크게 감소하면 학생 숙박시설이나 대학 인근의 ‘일부’ 아파트 재고는 남겠지만 그 이상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런 한편 노턴 교수는 유학생 감축이 호주 주택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이가 날 수는 있다고 믿는다. “유학생의 부양가족을 감안하면 아마도 국제학생은 90만 명이 될 것”이라는 노턴 교수는 “이 수치가 숙박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그 영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를 정량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대학은 유학생 등록금에 얼마나 의존할까
호주 고등교육 기관들, 즉 각 대학에 있어 국제학생 수수료(연간 학비 등)는 정부 지원 자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입원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다른 고등교육 기관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의존한다.
예를 들어 남부호주(South Australia)에 있는 사립 교육기관 토렌스대학교(Torrens University)의 2022년도 수입의 절반 이상은 국제 학생 수수료에서 나온 것이다. 호주 최대 규모의 교육기관 중 하나인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는 유학생 등록금이 학교 수입의 47%로 뒤를 이었다.
또한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34%), 멜번대학교( University of Melbourne. 33%),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31%), NSW대학교(31%)가 유학생 등록금 의존 상위 6개 대학에 포함됐다.
2022학년도, 국제학생이 호주 각 대학에 납부한 학비는 총 86억 달러였다. 이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많은 금액임은 분명하다.
Universities Australia의 데이빗 로이드(David Lloyd) 의장은 “이 수입원(국제학생들)으로 인해 각 대학은 ‘연구, 교육 및 캠퍼스 인프라에 대한 정부 자금 부족’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할 수 있었다”면서 “해외 유학생이 지불하는 모든 자금은 대학에 재투자되는데, 국제학생이 감소하면 더 많은 자금 지원이 필요한 시기에 대학의 운영비 격차는 더욱 확대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국제학생 등록 상한이 시작되기 이전, 호주 대학들의 높은 유학생 학비로 해외의 잠재 학생들이 학업에 더 유리한 국가를 찾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노턴 교수는 “정부는 유학산업을 폐쇄하는 것 외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국제학생 수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현재 호주 고등교육 수출 부문에는 매우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우려했다.
■ 연도별 학생비자 승인
2009-10년 : 107,183명
2010-11년 : 100,114명
2011-12년 : 99,421명
2012-13년 : 112,790명
2013-14년 : 134,139명
2014-15년 : 132,870명
2015-16년 : 139,864명
2016-17년 : 155,285명
2017-18년 : 174,934명
2018-19년 : 189,477명
2019-20년 : 151,520명
2020-21년 : 115,661명
2021-22년 : 134,631명
2022-23년 : 261,317명
2023-24년 : 201,907명
-이 수치는 subclass 500 및 subclass 570-576에 대한 집계이며, 주 신청자(학생 가족은 제외)만 해당되는 것임.
Source: Department of Home Affairs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