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미래학자들, “보다 환경 친화적 분위기에서 살아갈 것” 전망
1988년, 해외의 누군가와 대화를 하려면 당신은 다이얼 전화기의 번호를 하나하나 누르고 송수화기에 귀를 바짝 댄 다음 저편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했다. 상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턱없이 높은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당신은 스마트폰으로 지구 어디에 있는 사람이라도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 그것도 정규 통화요금에 단 1센트의 추가 요금 없이.
이즈음에서 누구나 공통된 생각을 가질 듯하다. 80년대 이래 30년 사이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있어온 만큼 앞으로 30년 사이에는 또 어떤 분야의 기술혁신이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블랙 미러’(Black Mirror. 영국 비평가, 기자, 작가,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는 Charlie Brooker 원작의 공상과학 TV 시리즈)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미래 기술이 믿을 만하지만 공포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주의 유명 미래학자들은 30년 후, 우리는 모든 사회 시스템과 보다 잘 연계되어 있고 또 환경 친화적 분위기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학자들이 내다본 30년 후의 삶을 요약한다.
▲ 보다 빠른 무인자동차 시대=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다.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마크 페시(Mark Pesce)씨는 앞으로 20-30년이면 무인자동차는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풍경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의 여행은 물론 쇼핑 패턴을 바꿀 것이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무인 배달 자동차가 몇 시간 이내 집으로 구매한 물품을 가져오는 것이다.
페시씨는 “당신이 집에서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그 어떤 장소로든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학자 크리스 리들(Chris Riddell)씨는 “미래에 사람들은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며, 이는 각 건물마다 주차 공간이 덜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 소유의 자동차를 갖고 이를 주차장에 세워둔다는 생각 자체를 ‘미련’한 것으로 판단한지도 모른다”면서 “필요한 물품을 ‘소유’하지 않는 세상으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시씨는 자동차뿐 아니라 ‘드론 혁신’ 또한 상당한 수준에 있으며 앞으로 소형 드론이 아니라 수송 능력을 가진 무인 항공기가 한 시간 이내 300킬로미터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광활한 호주 대륙 각 지역 사람들은 이제 훨씬 가까워지게 되고, 모든 사람들의 생각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들씨는 또한 교통 부문에서 진공관 기차(vacuum-tube train)가 도시 전역을 연결함으로써 ‘메가 시티’(mega-city)를 만들고, 사람들이 일하며 거주하는 곳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현재 호주의 가장 큰 도시인 시드니와 멜번이 제각각 별개의 도시로 인식되지만 이들 도시 역시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스마트 하우스= 또 다른 미래학자 로스 도슨(Ross Dawson)씨는 ‘스마트 하우스’라는 새 기술이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 거주하는 주택과 보다 긴밀한 ‘관계 맺기’를 만들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일 잘하는 집사를 둔 것처럼 ‘스마트 하우스’는 집 주인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원하는 햇볕의 수위, 보고 싶은 TV 채널 등과 같은 원하는 바를 예상할 것이라는 얘기다.
‘스마트 하우스’ 기술을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는 거주자의 건강 문제에까지 관여한다. 화장실에서는 거주자가 배출한 것을 분석하여 건강을 체크하고, 거울은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피부와 눈을 분석해 건강을 확인하게 된다.
뿐 아니라 집안에서 누군가가 쓰러지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경우, 이를 즉각 알려줌으로써 특히 고령층에게 유용한 기술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슨씨는 “이 기술은 고령자 또는 허약한 이들을 양로원 또는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자기 집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며, 결국 우리 도시와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들씨도 “전등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툭 치거나 버튼을 누르는 것도 사라지게 된다”며 “뭔가를 작동시키기 위해 사물에 손을 대는 것은 빠른 시간 내에 변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보다 가까워진 통신 기술= 도슨씨는 앞으로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하기보다는 집 또는 공동 작업장에서 더 많은 근무 시간을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아침 시간을 허비해 직장으로 출근할 일이 크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물론 재택근무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immersive tele-presence’라는 신기술이 일상화됨으로써 이런 환경이 보편화되리라는 것이다. ‘immersive tele-presence’는 컴퓨터 시스템이나 영상에 에워싸여 이루어지는 원격 현실, 즉 현재 이루어지는 영상회의 방식의 하나이다.
도슨씨에 따르면 이 기술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리들씨 또한 이 같은 전망에 동의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통신 기술이 업무뿐 아니라 가족관계에도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아주 먼 다른 도시에 있더라도 가족의 홀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지속 가능한 도시= 페시씨는 지속가능한 도시 운영을 위한 새로운 기술도 속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열은 모든 주택에서 활용될 것이며 각 가정의 폐기물을 줄이는 기술도 일상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각 주택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쓰레기와 에너지 예산을 감안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페시씨의 전망이다.
최근 영화로도 제작되었듯이 인간이 기후 일부를 통제하는 날도 머지않았다. 리들씨는 “인간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기후 일부를 조작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 두바이(Dubai)는 캐니스터 로켓(canister rocket) 기술을 활용, 이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들씨는 이 기술이 현재 인류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큰 재앙 중 하나인 기후 변화로 야기된 문제 가운데 일부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