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이상 인터넷 등 사용자, 그 이하 이용 학생들에 비해 수학 점수 최대 20점 ↓
PISA 데이터… 호주 청소년들, 대부분 OECD 국가 학생들보다 ‘screen time’ 많아
매일 1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검색하는 학생들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 제한 시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는 또래 청소년에 비해 시험 점수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학부모들이 자녀의 디지털 스크린 시간 관리 방법을 고민하는 가운데 최근 한 글로벌 보고서는 호주 청소년들이 세계 최대 디지털 기기 사용자 그룹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를 보면, 호주 학생들은 하루 약 4시간을 스크린 타임(screen time)에 소비하고 있다.
이는 최근 OECD가 내놓은 국제 학생평가프로그램(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데이터로, 이에 따르면 평일에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1시간 이상을 소비하는 청소년들은 1시간 이하의 스크린 타임을 보내는 또래 학생에 비해 수학 점수가 최대 20점 더 낮다.
PISA 데이터를 보면 호주 학생들 대부분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수업 시간에 더 많은 시간, 스크린을 본다. 학생들은 학습 과정에서 하루 최대 3시간,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며 또한 학습 외 학교에서의 1시간의 여가를 또 스크린 타임으로 보낸다.
PISA는 2022년 수집한 최신 데이터와 함께 15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호주 10대 청소년들은 2000년대 초반에 학교를 다녔던 같은 나이의 학생들에 비해 학업 성적 면에서 한 학년 이상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다.
OECD 교육 및 기술 담당 책임자인 안드레아스 슐라이허(Andreas Schleicher) 연구원은 디지털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해당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학생들의 교내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하게 연구해야 할 분야이며, 이제는 기술에 관해 더욱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교내 디지털 기기 사용,
더욱 신중하게 연구되어야
멜번대학교 교육 전문가 파시 살버그(Pasi Sahlberg) 교수도 “학교들이 지난 10년 동안 변화를 뒷받침할 중요한 증거 없이 교실에서 기술을 빠르게 출시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며 슐라이허 연구원의 말을 뒷받침했다.
살버그 교수는 보건당국 및 OECD 등의 조언을 언급하며, “수업 시간에 어린이의 디지털 기반 기기 사용을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모든 학교, 특히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학창 시절 일상 활동에 스크린 타임을 추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살버그 교수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숙제는 모든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OECD는 학교에서 여가 시간에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학업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며 “이 디지털 기기만으로는 어린이의 학습 및 교내 복지를 자동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Growing Up Digital Australia’의 연구 자료를 인용, 해당 설문에 참여한 부모 중 약 절반은 ‘자녀가 스스로 디지털 습관을 더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학교가 협력하기를 바란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이 조사에서는 “교사들도 이 같은 일을 위해 학부모들의 더 많은 지원을 원한다는 답변이었다”는 살버그 교수는 “내 제안은, 초등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디지털 화면을 사용하는 대안이 있을 때에 이를 선택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PISA의 조사 결과 OECD 국가 15세 학생 가운데 약 98%는 집에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호주의 경우, 학교에는 학생당 평균 1.2대의 컴퓨터가 있으며 학생 3명 중 1명은 태블릿 기기를 사용한다.
이번 PISA 보고서는 학교에서 학습을 위해 하루 1~5시간씩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 시험에서 20점 더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목적(학습)으로 하루 5~7시간을 디지털 기기로 공부한 학생은 12점 더 낮은 점수였다. 아울러 학교에 있는 동안 여가 시간을 위해 1시간 이상 스크린을 보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동료 학생에 비해 9점 이상 적은 점수를 보였다.
보고서는 수업 중 학습을 위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학생들도 멀티 태스킹이나 다른 정보에 눈을 돌리는 등 학습 외 용도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는 답변이었다고 덧붙였다.
PISA의 최근 보고서는 호주 학생 1만3,500명을 포함해 81개국 15세 학생 약 69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OECD 학업 테스트 및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해당 조사는 수학 수업에서 이루어졌지만 OECD는 수업 중의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 다른 과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업 중의 스크린 타임,
어떤 형태로든 학업에 방해
스웨덴의 로타 에드홈(Lotta Edholm) 학교교육 장관(Minister for Schools)은 OECD 브리핑에서 자국의 현 방침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초디지털화된 교실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특히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들이 전통적 교과서와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드홈 장관은 한 연구 결과를 인용, “읽기와 쓰기의 기본 기술은 실제 책과 펜, 노트를 사용할 때 잘 발달된다”며 “이제 학교에서 스크린 사용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우리는 디지털 화면을 학교에서 너무 일찍 도입했고,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OECD 설문조사를 보면, 학생 3명 중 1명은 대부분의 과목, 또는 모든 수학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여 주의가 산만해진다는 답변이었다. 호주에서는 해당 수치가 40%였으며 10명 중 1명은 ‘수업 중 온라인에 접속하고 소셜미디어 메시지에 답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 보고서는 디지털 기기 사용 학생의 수학 시험 점수가 낮은 것과 관련해 비디오 게임도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보통 여러 사람이 하는 협동 온라인 게임은 오랜 시간을 게임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기에 학생들의 학업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현재 호주 교육 당국은 16세 미만 학생의 소셜미디어 사용 제한을 고려하고 있으며 NSW 및 빅토리아(Victoria) 주 공립학교는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상태이다.
정책 싱크탱크 ‘Centre for Independent Studies’의 글렌 파헤이(Glenn Fahey) 연구원은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과제는 디지털 기술 사용에 대해 건설적인 것과 파괴적인 것 사이의 미세한 경계를 걷는 것”이라면서 “누구도 석기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교사들은 그것(디지털 기기)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NSW 지방의 한 공립 하이스쿨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랩톱 컴퓨터를 사용할 때, 학습을 위해 이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라는 그는 “학생들이 랩톱 컴퓨터를 이용하면 교사가 교실 뒤쪽에 있지 않는 한 모든 학생을 지켜볼 수 없다”며 “학습을 위한 인터넷 자료가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학생들 스스로 토론을 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호주 가톨릭대학교(ACU) 디지털 문해(digital literacies) 전문가인 로라 스콜스(Laura Scholes) 부교수는 “2015년 디지털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한 국가들에서 학생들의 읽기-수학 또는 과학 점수가 향상 조짐을 보이지 않은 점을 OECD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의 인터넷 사용률이 가장 높은 7개 국가 중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등 3개 국가에서는 특히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콜스 부교수는 “10대들에게는 학교와 가정에서의 디지털 화면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지만 정교한 읽기 및 쓰기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콰리대학교 교육 전문가인 매트 보워 교수도 교사와 부모가 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크린 모니터링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스스로 이의 사용을 절제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PISA 보고서와 관련해 NSW 교육부 대변인은 “해당 ‘정책에 대한 증거 기반을 제공하고 학부모들이 디지털 기기에 대해 이 정보에 입각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차원에서’ 스크린 관련 중독연구 기금에 25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대변인은 “학부모가 자녀의 교내 디지털 기기 사용에 관해 궁금한 경우, 학교에 직접 문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PISA 설문조사 결과
(수학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진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 국가 : 비율)
Argentina : 53.7%
Uruguay : 52.0%
Chile : 51.3%
Bulgaria : 45.9%
New Zealand* : 45.7%
Brazil : 45.1%
Canada* : 43.2%
Latvia* : 41.9%
Philippines : 40.9%
Finland : 40.6%
Australia* : 40.3%
Morocco : 38.9%
Greece : 38.1%
Italy : 37.8%
Sweden : 36.9%
Montenegro : 34.8%
Romania : 34.6%
Poland : 34.2%
Costa Rica : 34.1%
Serbia : 34.1%
Portugal : 34.1%
Netherlands* : 33.0%
Spain : 32.8%
Iceland : 32.4%
Denmark* : 31.5%
Norway : 31.2%
Israel : 31.1%
Dominican Republic : 30.9%
Czechia : 30.8%
OECD average : 30.5%
Colombia : 30.4%
France : 30.3%
Jamaica* : 29.7%
United States* : 29.6%
Georgia : 29.0%
Germany : 28.1%
Jordan : 27.9%
Singapore : 27.3%
Panama* : 27.3%
Thailand : 26.4%
Mexico : 25.3%
Albania : 25.2%
Indonesia : 25.1%
United Arab Emirates : 24.4%
Switzerland : 22.9%
Croatia : 22.8%
Qatar : 22.1%
Peru : 20.7%
Malaysia : 20.3%
Ireland* : 19.8%
Saudi Arabia : 19.2%
Cambodia : 19.2%
United Kingdom* : 18.6%
Malta : 16.4%
Vietnam : 14.3%
Guatemala : 14.2%
Korea : 9.4%
Japan : 5.2%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