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re for Population’의 인구 추세 보고서, ‘저출산 지속될 것’ 우려
높은 주택가격과 임대료 등 주거비용 급등에 따라 자녀 갖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그 시기를 늦추거나 완전히 포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연방 및 주 정부 자문 기구의 이 경고는 호주 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징후가 나타난 가운데 나온 것이다.
호주 인구 관련 정책기구인 ‘Centre for Population’은 최근 인구 추세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호주인의 저출산이 지속될 것”임을 인정하면서 가족을 꾸리거나 원하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현재 너무 빠른 출산율 하락, 이로 인한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각 주 정부가 2030년대에는 학교에 대한 예상 지출을 줄여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의 출산율(여성이 평생에 걸쳐 출산하는 자녀 수)은 2023년 역대 최저인 1.5명으로 떨어졌다. 이는 2008년 이후 25% 감소한 것으로, 이 같은 추세는 지난 6년 동안 가속화됐다.
Centre of Population은 호주 출산율 감소에 대해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문제가 연관되어 있지만 임대료를 포함해 높은 주거 비용이 자녀를 원하는 이들에게 점점 더 큰 장애물이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근로자 계층 가족의 생활비는 2007년 이후 55%가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평균 임금은 70% 올랐지만 전국 주택가격은 무려 150%가 상승했다.
내집 마련은 가족을 꾸리려는 이들에게 중요한 이정표였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진입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인해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보고서는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젊은 성인은 가족을 꾸리기 전, ‘내집 마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재정적으로 부동산 구매가 준비될 때까지 출산을 미룬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호주국립대학교(ANU)는 사람들이 자녀를 갖기로 결정할 때 고려하는 문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를 보면, 상위 4개 고려 사항 중 3개는 자녀 양육의 일반적인 비용과 주택 구매 능력을 포함한 경제적 요인이었다.
Centre for Population은 이전 연립(자유-국민당) 정부의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 당시 모든 정부에 국가의 변화하는 인구 통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자 구성한 기구로, 해당 기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호주인들이 더 많은 자녀를 원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모든 정부가 새로운 잠재적 정책 변화를 살펴볼 것을 촉구했다.
올해 초, 연방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관련 기고에서 “출산율이 더 높으면 국가에 바람직하다고 믿지만 피터 코스텔로(Peter Costello) 전 재무장관의 ‘baby bonus’와 같은 정책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배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비 보너스는 2004년 존 하워드(John Howard) 정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코스텔로 장관이 출산율 감소와 인구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그해 7월 1일 이후 태어난 신생아 가족에게 3,000달러를 일시금으로 지급한 출산 장려 방안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정책 도입 후, 특히 최소 두 자녀를 둔 부부 사이에서 출산율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많은 인구통계학자들은 베이비 보너스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었다.
한편 2023년 호주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1.5명)로 하락한 가운데 경제분석 회사 ‘Oxford Economics’ 연구원들은 올해 1.44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관은 ‘메디케어’(Medicare)의 초음파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1년 COVID 팬데믹으로 인해 신생아 출산이 약간 늘어난 듯했지만, 이후 하락이 재개됐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올해 3월까지 지난 12개월 사이, 총신생아 수는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28만 9,700으로 감소했다. Oxford Economics 연구원들은 주택 구매능력 약화가 자녀 출산의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원들은 “주택 비용은 2021년 이후 다시 상승했고 임금 성장은 인플레이션과 보조를 맞추지 못해 최근 몇 년 동안 실질 임금은 마이너스로 성장했다”면서 “가계 재정에서 임대료와 담보대출 상환 비중이 더 높은 젊은 가구의 경우, 영향이 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옥스퍼드는 출산율이 1.45명으로 더 하락하면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6만 2,000명의 신생아가 줄어들 것이며, 취학 연령 아동 수 또한 향후 10년 동안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 감소가 연간 8,200명에 이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구원들은 “정부의 학교 계획과 민간 주택건설 부문에서 제공하는 주거지 유형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상당한 출산 하락”이라고 경고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