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데이터, 2022년 호주 대학 등록 유학생 중 76%, 유학 대리업체 통해 입학
10년 전 61%에서 크게 증가… 학생들, “일부 대행업체가 부적합 과정 강요” 불만도
갈수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주요 국가들 간의 국제학생 시장에서 호주 대학들의 유학생 확보가 대행업체들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고, 이에 따라 일부 NSW 상위 대학들은 기록적인 수수료를 유학 대행업체에 지불하고 있다.
NSW 주 공립대학은 지난해 유학업체 수수료로 최소 1억4,700만 달러를 지출했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납부하는 등록금 가운데 유학 에이전트에게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 대체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 부문에 대한 규제와 투명성 요구가 촉발되는 상황이다.
최근 연방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호주 각 대학에 등록한 유학생 가운데 약 76%가 유학 대행업체를 통해 호주로 입국했다. 이는 10년 전 61%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호주 국내 및 해외 각지에서는 수천 명의 유학 에이전트가 있지만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 및 규제는 주로 대학 및 교육 제공업체에 달려 있다. 일부 학생들은 유학 대행업체가 자신이 지불하는 높은 수수료를 공개하지 않고 적합하지 않은 학과를 강요하거나 기만적 이민정보를 제공하는 일부 부도덕한 에이전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으로, 시드니대학교 대학원협의회(Sydney University Postgraduate Representative Council) 회장으로 있는 웨이홍 리앙(Weihong Liang)씨는 개인적으로 유학 대행업체를 이용해 좋은 경험을 했지만 이들로부터 잘못된 인도를 받은 동료 유학생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유학생들이, 자신이 지불하는 수수료를 안다면 여기(호주)에 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너무 높은 수수료로 인해) 유학생 본인이 호주의 대학에 팔린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 자료를 보면, NSW대학교(UNSW)는 지난해 유학 에이전트에 대한 수수료로 5,9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해 유학 대행업체 수수료 지불에서는 NSW 주 최대 액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등록 유학생 수가 비교적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었음에도 지난 5년 사이 대행사 수수료는 38%가 증가했다.
UNSW 측은 이 같은 수수료 증가에 대해 “주로 COVID 이후 여행의 복잡성과 이민비자 정책 변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SW 최대 규모의 국제학생을 확보하고 있는 시드니대학교의 경우 대행업체가 청구한 유학생 중개 수수료는 지난해 약 5,100만 달러로 5년 사이 58%가 증가했지만 그 이전연도에 비해서는 약간 감소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수료 지출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는 지난해 유학 에이전트 수수료로 1,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2018년 2,280만 달러에서 상당히 감소한 것이다.
정부 자료를 보면 시드니대학교, UNSW, UTS, 매콰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 울릉공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는 작년도, 유학 에이전트 수수료로 1억4,70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NSW 주 공립대학들의 총 수수료 지출 액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웨스턴시드니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 뉴잉글랜드대학교(University of New England), 뉴카슬대학교(Newcastle University), 서던크로스대학교(Southern Cross University), 찰스 스터트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ty)는 유학 에이전트 수수료 지출 공개를 거부하거나 보고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유학생이 지불한 등록금 가운데 유학 에이전트에 돌아가는 수수료는 얼마일까. 그 어떤 대학도 유학생이 납부하는 등록비 중 이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유학 에이전트 최고 기구는 고등교육(대학 이상) 부문의 경우 업계 평균 수수료는 첫 해 비용의 약 15%라고 말한다.
유학 대행업체에 대한 지출 증가는 국제학생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호주 대학들은 학교 재정 확보, 대학 자체의 연구자금을 위해 점점 더 국제학생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달(11월) 호주 유학 부문에 대해 조사한 의회위원회는 ‘유학 에이전트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오랫동안 지연되었음을 인정하라’고 권고했으며, ‘교육 제공자(대학)가 에이전트에 지불한 수수료를 학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내 에이전트들은 대학 학위를 취득한 학생들을 호주의 직업대학에 편입시키고, 그 과정에서 높은 수수료를 챙김으로써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부도덕한 에이전트에 대한 불만은 비단 직업교육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리앙씨는 “대학 등록 학위에 따라 졸업 후 취업비자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을 유학 에이전트로부터 들었지만 막상 호주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했을 때는 이와 전혀 달랐다는 유학생들의 불만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학생을 유치하는 유학원 단체 ‘International Student Education Agents Association’의 로버트 파손슨(Robert Parsonson) 최고경영자는 “호주가 일찌감치 유학생 대행업체를 채택한 것이 국제학생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주요 요인”이라며 “정부가 유학 에이전트에 대한 인증정책 시행을 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수수료의 완전 투명성을 요구하는 의회 위원회의 제안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경쟁 국가와의 유학생 유치에서 호주가 불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파손슨 CEO는 유학 에이전트가 등록을 통해 재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국제학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UNSW 대변인은 국제학생들이 해당 국가에 현지화되고 수준 높은 교육을 원하기에 유학 에이전트 활용은 전 세계 표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시드니대학교 대변인은 “각 에이전트로 하여금 예비 학생에게 좋은 지원을 제공하고 관련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자 에이전트를 신중하게 선택, 교육 및 모니터링 했다”며 “우리(시드니대학교)는 예비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기 행위, 학비 착취 사안을 감시, 보고, 조사하기 위한 강력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방 교육부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 장관은 올해, 주로 직업훈련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유학 에이전트가 국내 전학에 대한 수수료 수임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유학 대행업체의 수수료 투명성을 개선하거나 에이전트 사업에 대한 규제를 보다 광범위하게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교육부 장관실은 “학생들이 학업을 위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가는 과정을 안내하는 유학 대행업체가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이에 대한 감독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