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수준의 인플레이션 위한 금리 경로 불확실, “그 어떤 결정, 미루고 있다” 밝혀
중앙은행(RBA)이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결정된 4.35%의 이자율이 7개월 연속되었으며, 또한 다음 달 중순의 6월 이사회까지 6주 동안 현 수준이 이어지게 됐다.
지난 5월 6-7일(월-화요일) 이사회 회의를 가진 RBA는 금리 결정 후 내놓은 성명에서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계속 경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합리적 기간 내에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3%)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장 잘 보장할 금리 경로는 불확실하며, 이사회는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사회는 (경제 관련) 데이터와 변화하는 위험 평가에 의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세계 경제 흐름, 국내 수요 동향, 인플레이션 및 노동시장 전망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이날(7일) 오후 미디어 브리핑을 가진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RBA 총재는 5월 통화정책 회의에 대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록 총재는 이어 “우리는 승리(인플레이션 억제)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느껴왔는데, 최근 몇 주 사이 나타난 수치가 이를 입증했다”면서 “우리는 반드시 다시금 긴축(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를 배제할 수도 없으며, 필요할 경우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RBA, 금리 추가 인상 위험
배제하지 않아
최근 몇 주 사이 일부 경제학자와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상승 여력이 더 오랫 동안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RBA 이사회에 이자율 인상 결정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한 이달 RBA의 결정은 지난 3월 소매 지출이 놀라울 정도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에 따른 것이다.
3월 소매지출 감소는 전염병 대유행 기간과 지난 2000년 ‘goods and services tax’(GST) 시행 당시를 제외하면 기록상 가장 약한 수치였다. 이 때문에 다수 경제학자들은 수백만 가구가 겪는 생활비 압박에 대해 다시금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 ‘Indeed’ 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학자 칼람 피커링(Callam Pickering) 경제연구원은 통화정책 한 주 전, “호주 가구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소매업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면서 “현재 환경에서 추가 긴축 조치(금리 인상)는 국가를 심각한 경기 침체, 또는 침체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중소기업 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하는 Judo Bank의 워렌 호건(Warren Hogan) 경제 고문은 “RBA가 연말까지 세 차례 금리 인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이날(7일) 이사회의 성명은 향후 금리 인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RBA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더디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 속에서 이들(RBA 이사회)은 인내심을 시험받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호건 고문은 “(RBA 성명에는) 이사회가 금리 인상을 향해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약간의 표현이 있는데, 실제로 경제가 충분히 회복력이 있고 인플레이션의 추가 상승이 없을 것이라는 게 입증된다면 8월까지 인상 결정은 나오지 않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예측 ‘조정’
이사회 회의 후 나온 RBA 성명은 분명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게’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있다. RBA는 인플레이션이 2025년 말 이전 2~3%의 목표치 돌아오고 2026년 중반까지 해당 범위의 중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이전의 예측을 고수하고 있지만 단기 인플레이션 예측치는 상향 조정했다.
RBA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이 6월과 12월까지 모두 3.8%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예측한 것보다 약 0.5%포인트 높은 것이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예측 조정의 배경은 중동 지역 긴장으로 인한 높아진 연료가격에 기인한 것으로, 연간 소비자 물가지수(CPI) 수치에 약 0.2%포인트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정부의 전기사용료 보조금 종료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은 0.3%포인트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되지만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가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에서 유사한 지원을 또 한 번 결정하면 달라질 수도 있다.
절사평균(trimmed mean inflation. 물가 세부 항목을 나열하여 하위 부분과 상위 부분을 제거한 뒤 남은 자료를 가중 평균하여 산출한 수치)과 같이 RBA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의 ‘핵심’(core) 지표는 연말까지 3.4%로 떨어질 만큼 완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시장 가격은 2025년(예상) 금리 하락이 시작되기 전, 한 번은 금리 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일부 경제학자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추가 인상이 없더라도 남아 있는 고정 모기지들이 훨씬 이자가 높은 변동금리로 출시됨에 따라 가계 가처분소득의 약 10.5%에 이를 것으로 예상, 각 가구는 현재 모기지 상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RBA는 성명에서 “모기지에 대한 예정된 원금 및 이자 상환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에서 역사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우려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가계부채 상환액(소비자 신용카드에 대한 예상 상환액 포함)은 2008년 이후 소비자 크레딧카드 사용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현금 금리가 4.75%에 달했던 2010~2011년 정점 당시 추정치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RBA는 올 6월까지 연간 성장률이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계소비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RBA가 지난 2월, 이미 약했던 0.8% 성장 전망보다 낮추었기 때문이다.
RBA는 또한 호주 가계의 부채로 인한 어려움. 부유한 가구의 예상보다 높은 저축률, 재량(가계의 비필수 품목) 지출의 급격한 감소, 비자 심사 강화로 인한 유학생 입국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체 소비를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반면, 경제의 약 60%를 차지하는 가계소비 침체에도 불구하고 RBA는 이미 낮은 수준인 6월 30일까지의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약간만 조정했다.
이 수치는 6월까지 연간 3.2%로 1%포인트 증가한 정부 지출과 12월 최고치인 8.3%에서 1.5%로 둔화된 기업 투자 때문으로, 지난 2월 SMP(Significant Market Power)의 상향 수정이다.
한편 다음 달 RBA 통화정책 회의는 6월 17-18일(월-화) 열린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