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인하 예상하면서도 물가상승 대비, “추가 상승 배제할 수 없다” 경고
올해 들어 열린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호주 중앙은행(RBA) 이사회가 현 이자율 4.35%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강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RBA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이자율 인상을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RBA는 또한 담보대출자의 5%가 필수 비용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모기지(mortgage) 상환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매월 첫 주 화요일 통화정책 회의를 갖는 RBA는 이달(2월), 예외적으로 월요일부터 이틀 연속 이어진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수치가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반면 서비스 품목 물가 하락은 상당히 더디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RBA는 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고무적인 징후가 있지만 경재 전망은 불확실하며 RBA 이사회는 경제 위험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학자 및 금융시장은 지난 12월 분기, 예상보다 큰 폭의 인플레이션 하락과 연말 휴가기간의 가계지출 부진으로 인해 이자율이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보험료와 임대료를 포함해 일부 상품 및 서비스 품목은 상승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12월까지 인플레이션은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4.1%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서 RBA 이사회는 “인플레이션이 2~3%의 목표 범위를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상 옵션을 열어놓았다.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RBA 총재는 화요일(6일), 통화정책 회의 후 가진 미디어 브리핑에서 “합리적 기간 내 인플레이션 수치가 목표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보장하는 이자율 경로는 여러 경제 데이터와 위험 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지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RBA는 지난해 독립기구의 조사에서 권고한 개혁의 일환으로 금리 결정을 발표한 직후 경제에 대한 최신 분기별 전망도 내놓았다.
■ 분기별 전망
새로이 내놓은 예측에서 경제 관련 모든 가정에 대해, RBA는 올해 말까지 이자율을 4.35%에서 약 3.9%로 인하했을 때의 영향이 포함된다는 점을 밝혔다. 이는 두 차례에 걸쳐 각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과 같다. 이 경우 60만 달러의 모기지를 안고 있는 이들은 한 달에 약 4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이번 예측에서 RBA는 올 크리스마스까지 기준금리를 3.4%로 가정해 추가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을 제안했다. 둔화가 예상되는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RBA는 지난해 11월 전망과 비교해 올해 중반까지 연간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기대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호주 경제는 1.8%의 성장을 기록했다.
11월까지 3.9%로 상승한 실업률은 올해 중반까지 4.2%로 높아진 뒤 2025년 중반에는 4.6%까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중반까지 임금물가 지수는 4.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임금상승률은 여전히 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달, 전망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로 인해 RBA는 단기 인플레이션 예측을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올해 중반까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 경제의 총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및 에너지와 같은 상품이 포함된 상품 바구니의 인플레이션이 포함된다, 즉 인플레이션을 계산할 때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는 ‘코어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과는 다르다)은 11월 전망보다 0.6%포인트 낮은 3.3%로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 인플레이션’(underlying inflation. 대개 시장의 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경제의 수요 및 공급 조건만 반영하는 가격 변화를 측정한다)은 올해 중반까지 예상보다 0.3%포인트 낮은 3.6%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RBA는 여전히 2025년 말까지는 목표치(2~3%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RBA는 최근 연간 인플레이션이 4.1%로 예상보다 낮았지만 목표치보다는 훨씬 웃돌았음을 인정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상품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식료품 가격 또한 ‘상당히 완화’(eased considerably)되었지만 RBA는 최근 몇 년 동안 식료품 가격이 너무 많이 상승했음을 지적했다. RBA는 경제 예측 보고서에서 식료품 가격에 대해 “몇 년 전보다 상당히 올랐다”며 “지난 10년간 8% 증가했으며 2020년 초 이후에는 20%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탄탄한 수요와 가격 압박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임대료는 시장의 지속적 압력으로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RBA의 결정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위협이 남아 있기에 이자율을 서둘러 인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 대출자의 약 5%
상환금 부담에 어려움 겪어
RBA는 호주 가계들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자율, 2년간 이어진 실질 가처분 소득 감소 등 복합적 압력에 대응해 가계재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명목소득(nominal labour incomes)이 강한 성장을 보였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세금이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금리가 인상됨으로써 그 효과가 상쇄됐다”고 밝혔다.
현재 모기지 상환액은 호주 가계 총 가처분 소득의 10%를 차지하지만 RBA는 대부분의 대출 가구들이 지출 또는 저축을 줄여 높은 모기지 금리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들(모기지를 안고 있는 이들)의 약 5%는 필수 비용과 모기지 상환액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대출자 중 일부는 6개월 이내 완충자금이 고갈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해 상환이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가계지출 및 저축 감소
가계는 특히 비필수 품목(discretionary items)에 대한 지출을 줄여 가계재정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그 일환으로 저축을 줄이는 상황이며, 실제로 가계저축 비율은 팬데믹 사태 이전 수준보다 하락했다.
RBA 보고서는 “많은 가계가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어려운 조정을 해야 했으며 특히 재정적 완충이 약한 가계는 더욱 그랬다”고 말했다.
고용시장 상황은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했으며 강한 해외 순이주에 힘입어 노동연령 인구는 약 3%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임금인상이 강세를 보였지만 RBA는 일부 지표를 들어 올해에는 임금 성장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RBA 기준금리 변화
2020년
2월 : 0.75%
3월 : 0.25%
4월 : 0.25%
5월 : 0.25%
6월 : 0.25%
7월 : 0.25%
8월 : 0.25%
9월 : 0.25%
10월 : 0.25%
2020년 11월-2022년 4월 : 0.1%
2022년
5월 : 0.35%
6월 : 0.85%
7월 : 1.35%
8월 : 1.85%
9월 : 2.35%
10월 : 2.6%
11월 : 2.85%
12월 : 3.1%
2023년
1월 : 3.1%
2월 : 3.35%
3월 : 3.6%
4월 : 3.6%
5월 : 3.85%
6월 : 4.1%
7월 : 4.1%
8월 : 4.1%
9월 : 4.1%
10월 : 4.1%
11월 : 4.35%
12월 : 4.35%
2024년
2월 : 4.35%
Source: RBA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