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통한 주택구입 시드니 평균 가구, 이자 상환에 소득의 4분의 3 이상 지출
젊은층 ‘큰 타격’… 주택구입자 모지기 상환액, 1990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
호주 중앙은행이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목표금리를 4.35%로 결정했다. 지난해 4월(당시 이자율 0.1%) 이후 20개월 사이 호주 기준금리가 무려 4.2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달(11월 첫 주 화요일) RBA의 금리인상 결정은 지난 6월 4.1%까지 높인 이후 5개월 만이다. RBA는 예상보다 인플레이션 수치가 장기간 높게 유지되고 있음을 금리인상 결정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1년 반 사이 급격하게 치솟은 이자율로 인해 예비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mortgage) 상환 능력은 1990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팬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호주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시점에서, 현재 일반 주택을 구입하는 평균 가구의 경우 시드니에서는 소득의 4분의 3 이상, 멜번(Melbourne)은 절반 넘는 소득을 매월 모기지 상환에 지출해야 한다.
호주 펀드 매니징 회사 ‘Betashares’가 내놓은 ‘주택 경제성 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에 따르면, 이는 주택가격 기록이 시작된 1990년 6월 이후 주택구입자들이 지불해야 했던 가장 많은 모기지 상환액이다. 심지어 1990년 6월은 기준금리가 최고점을 보이지도 않았다.
Betashares 사의 수석 경제학자인 데이빗 바사니스(David Bassanese) 연구원은 “이 지수는 호주인들이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며 “이제 은행들은 너무 많은 금액의 대출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균 소득자들은 현재 중간가격의 주택구입 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단독주택 대신 (가격이 더 저렴한) 유닛을 장만하거나 한때 꿈꿔왔던 지역이 아닌, 도심에서 먼 교외지역에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기존 소유자들도 더 넓은 업그레이드 주택을 마련할 여우가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게 그의 우려이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차입금을 상환할 여유가 있는가 여부”라는 것이다.
가계소득이 모기지 상환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는 호주 전국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높은 시드니로, 부동산 컨설팅 회사 ‘코어로직’(CoreLogic) 데이터를 이용해 계산한 중간가격 139만 달러의 주택을 구입한 경우, 모기지 상환액은 가계소득의 76.1%에 달한다.
이 상환액은 7.3%의 이자율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평균 가계소득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부부(또는 파트너)로 계산, 연간 총 15만 달러이다. 또한 이 추정은 모기지 보증금을 10%로 가정한 것이다.
멜번의 주택구입자들 또한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다. 멜번의 중간 주택가격 93만7,000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구매자들은 소득의 50.5%를 모기지 상환에 지출해야 한다.
대조적으로 브리즈번(Brisbane, Queensland)은 중간가격 86만465달러를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대, 최대치였던 소득의 47.5%보다 약간 적으며, 퍼스(Perth, Western Australia)는 32.3%로 1990년 수준보다 훨씬 낮다.
정책분석 회사인 ‘Impact Economics’의 경제학자 안젤라 잭슨(Angela Jackson) 박사는 “1990년 이후 최악의 모기지 경제성이 젊은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는 호주 가정의 모기지 스트레스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보는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는 잭슨 박사는 “이 스트레스는 건강, 생산성 및 아동발달에 영향을 미치기에 경제학자들의 특별한 관심사이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잭슨 박사에 따르면 1990년대, 높은 이자율에 직면했던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s)에 비해 현 세대의 스트레스 수준이 훨씬 높다. “이자율이 명목상으로는 1990년대에 비해 낮더라도 가정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크다”는 그녀는 “부머 세대는 1990년대 초 이자율과 어려운 모기지 상환에 직면했던 상황을 아주 잘 기억하는데, 우리 모두는 현 세대가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직면해 있음을 매우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드니 기반의 금융대행사 ‘Open Home Loans’의 브로커 사무엘 필리포스(Samuel Philipos)씨는 대다수의 가정이 이미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과 기타 필수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은행들은 보다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반면, 영향을 미칠 만큼 신속하게 금리 제공을 꺼리고 있다. 필리포스씨는 “은행과 정부가 첫 주택구입자 및 젊은 가족을 포함한, 취약한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가장 취약한 이들은 지난 3년 이내 내집 마련을 한 첫 구입자들”이라며 “은행 관점에서 차용인이 현재의 어려운 단계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멜번 기반의 모기지 브로커 ‘Foster Ramsay Finance’의 크리스 포스터-램시(Chris Foster-Ramsay)씨 또한 모기지를 이용한 주택구입자들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보다 큰 주택으로 업사이징을 한 이들도 기준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계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