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 산하 ‘Housing Development Authority’(HDA) 기구 신설, 대규모 주택개발 주도
HDA, 내년 초부터 ‘건축승인 시간’ 단축… ‘지방정부협의회’, 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
NSW 정부의 개발계획 시스템에 대한 주요 변경의 일환으로 대규모 신규 주거단지 개발을 반대해 온 시의회의 권한이 박탈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부족 문제 해결에 주력해 온 크리스 민스(Chris Minns) 주 총리는 지난 11월 15일(금), 개발회사들의 주택건축 승인 시간 단축을 위해 해당 개발지역 시의회의 승인을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발표했다.
앞서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지난달(10월), 민스 정부가 주택개발에 대한 주 정부의 개입 권한을 강화하고 신규 주거지 프로젝트에서 카운슬의 반대를 우회할 수 있는 주요 개발계획 시스템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한국신문 온라인판 10월 22일 기사 참조).
이날 정부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민스 주 총리는 “이 변경 사항은 시의회의 반대를 우회하는 것과 동시에 개발구역 지정을 평가하고 승인하는 새로운 경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떤 이들은 이에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택 공급을 위해) 낭비할 시간이 없기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 정부는 기획부 산하에 ‘Housing Development Authority’(HDA)라는 새로운 기구를 구성하여 대규모 신규 주거단지 개발 과정을 주도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HDA를 이끌 주요 고위 공무원으로는 주 총리실 사이먼 드레이퍼(Simon Draper) 사무처장, 기획부 커스텐 피시본(Kiersten Fishburn) 사무처장, ‘Infrastructure NSW’의 톰 겔리브랜드(Tom Gellibrand) 최고경영자가 확정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HDA는 광역시드니에서 6,000만 달러(평균 100채 이상), 지방 지역에서 3,000만 달러(평균 40채 이상)의 신규 주택 프로젝트에 대해 개발신청 접수를 공지할 예정이다.
개발회사들은 여전히 시의회를 포함해 기존 절차를 통해 개발신청 제출을 선택할 수 있지만 HDA는 개발 승인까지의 시간 단축이라는 대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민스 주 총리는 “NSW는 지난 10년 넘게 우리에게 필요한 주택 건설을 어렵게 만들었을 뿐, 보다 쉽게 하지는 않았다”면서 “젊은이들이 계속해 거주하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이런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 정부의 이 같은 계획 발표에 대해 NSW 지방의회 협의체인 ‘Local Government NSW’의 다리아 털리(Darriea Turley) 의장은 “주 정부가 폭탄을 터뜨렸다”는 말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주 전역의 개발 승인 책임을 단 3명에게 맡기는 것은 확실히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주 정부의 이 개혁은 2025년 초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NSW의 건축 승인,
전국적 경쟁에서 뒤쳐져
민스 주 총리의 이번 발표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전국적 경쟁이 시작된 지 6개월이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NSW 주가 다른 주에 비해 뒤처지고 있음이 밝혀진 후에 나온 것이다.
NSW는 연방정부와 맺은 신규 주택공급 계획인 ‘National Housing Accord’(전국주택협정)에 따라 5년 안에 37만 7,000채 건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월 6,000채 이상을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통계청(ABS) 데이터에 따르면 NSW는 필요한 주택 재고를 확보하기는커녕 건축 승인조차 저조한 수치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주택협정(National Housing Accord) 첫 달인 지난 7월, NSW에서 건축이 승인된 신규 주택은 3,668채에 머물렀고 8월 3,425채, 9월에는 2,918채로 줄었다. 같은 기간, 빅토리아(Victoria)와 퀸즐랜드(Queensland) 주의 건축 승인은 크게 증가했다.
신규 공급을 위한 경쟁
민스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NSW 전역에서 승인된 신규 주택 수는 감소했다.
같은 날(11월 15일), 주 정부는 ‘NSW 패턴북 디자인 공모’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는 주 전역에서 효율적이며 잘 지어진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시드니의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이 도시는 많은 젊은이들을 다른 지역에 잃고 있다.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주택가격이 더 저렴한 다른 주의 도시로 젊은 인재들이 떠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공모를 통해 선정된 혁신적 디자인은 NSW의 주택 부족을 해결하고 젊은이들을 시드니에 계속 거주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스 주 총리는 이번 공모를 통해 정부가 승인한 디자인을 신규 주택 건설에 활용하는 개발회사는 ‘한결 신속한 건축승인 경로를 제공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패턴북 디자인 공모에서 수상한 건축 설계에는 테라스 주택과 중층 규모의 아파트가 포함되어 있다.
주택 개발회사들도
다른 주로 떠나
부동산 개발회사 및 투자자를 대표하는 비영리 단체 ‘Urban Taskforce’의 톰 포레스트(Tom Forrest) 최고경영자는 NSW 주에서의 주택개발 신청이 감소한 것은 개발 가능성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시드니에서 브리즈번(Brisbane)이나 멜번(Melbourne)으로 개발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있다”는 그는 “주택개발이 실현 가능하지 않으면 은행에서도 개발 자금 대출을 제공하지 않기에 다른 도시에서 사업을 이어가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개발업계 기구인 ‘Urban Development Institute of Australia’(UDIA)의 NSW 주 책임자인 스튜어트 에어스(Stuart Ayres. 전 NSW 내각 장관) CEO 또한 유사한 문제를 제기했다. “광역시드니의 일부 특정 지역에서만 개발 프로젝트가 진정으로 실현 가능하기에 개발회사들이 주택 건설을 추진하여 손실을 볼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승인 시간이 다른 주에 비해 크게 느린 NSW의 개발 계획 시스템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에어스 CEO는 “프로젝트가 승인 시스템에 오래 있을수록 주택 공급 비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고스란히 주택 구매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원활한 개발승인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
주 정부는 또한 더딘 개발 승인 절차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비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은 2개월이 채 안 된 기간에 1만 3,000채에 달하는 승인 신청의 행정적 보류 문제를 해결했다.
NSW 기획부 폴 스컬리(Paul Scully) 장관은 이 태스크포스가 시스템에 갇힌 프로젝트를 ‘라인별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하나의 사례로 장관은 “865일 동안 이 시스템이 보류되어 있던 뉴카슬(Newcastle)의 주택개발 신청에 대해 태스크포스 팀이 Heritage NSW와 협력하여 평가를 완료하기 위한 추가 정보를 확인한 이후 일주일 만에 해결됐다”고 소개했다.
그런 한편 주택개발 계획 전문가들은 평가 시간 단축만으로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Planning Institute of Australia’의 NSW 지부 대표인 수 웨덜리(Sue Weatherley) CEO는 NSW 주의 근로자 비용과 토지 가격이 개발 승인 시간보다 더 큰 프로젝트 실행 가능성의 장벽이 된다고 지적했다.
“주택개발을 시작하기까지의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이 나오기를 원하지만, 단지 (승인을 위한) 평가 시간을 20% 단축한 것으로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핵심 줄거리를 무시한 것”이라는 게 그녀의 말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