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부모 실망감 표출… Asquith-Bayside 학부모 다수는 ‘남녀공학’ 선호
시드니의 한 하이스쿨 학부모인 돈 킬켈리(Dawn Kilkelly)씨는 아들이 재학 중인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의 아들은 NSW 주의 공립 단일성별 학교(single-sex school)에 다니는 3만 5,603명의 학생 중 한 명이다. 현재 이들 학교 등록 학생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시드니 북서부, 애스퀴스(Asquith)에 있는 ‘Asquith Boys High School’ 학부모협의회(Parents and Citizens’ association. P&C) 회장직을 맡고 있는 킬켈리씨는 이 같은 변화 계획에 실망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는 반응이다.
그녀는 “(단일성병 학교를 선호하되) 다른 선택지가 없는 학부모들이 안타깝다”면서 “단일성별 학교가 없어짐에 따라 이런 학교를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은 이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킬켈리씨의 이런 생각은 인근 Asquith Girls High School의 P&C 회장 리사 로스웰(Lisa Rothwell)씨가 갖고 있는 감정과 같다. 로스웰씨는 “집중적인 학습 환경, 맞춤형 커리큘럼, 자신감과 리더십 기술을 향상시킨다는 점 때문에 딸이 여학교에서 교육을 받도록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달 둘째 주, NSW 주 정부는 Asquith Boys High School과 Asquith Girls High School이 오는 2026년, 각각 별도의 남녀공학 학교로 전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시드니 남서부, 코가라(Kogarah) 소재 Moorefield Girls High School과 James Cook Boys Technology High School은 2026년 하나의 남녀공학 학교로 통합될 예정이다.
주 정부는 애스퀴스 지역 초등학교 학부모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75%가 ‘하이스쿨 입학시 자녀가 남녀공학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을 선호했다’는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가라가 있는 베이사이드 지역(Bayside area) 초등학교 학부모 대상의 설문조사에서는 65%가 남녀공학 하이스쿨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00년대 시작된
단일성별 공립학교 역사
시드니대학교 교육학자 헬렌 프록터(Helen Proctor) 교수는 NSW 주와 단일성별 학교의 관계는 다른 주와 비교해 다소 특이하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NSW는 1800년대, 모든 커뮤니티가 중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단일성별 공립학교를 설립했다. 이와 달리 다른 주에서 단일성별 학교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NSW 주처럼 이런 학교를 유지할 만큼 여학생 수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록터 교수는 “당시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을 따로 교육하는 것이 더 존중받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NSW에서 단일성별 기술 중등학교를 설립하는 움직임은 대공황(Great Depression) 당시 컨트리당(Country Party) 정부에서 교육부를 맡았던 데이빗 드러몬드(David Drummond) 장관이 주도했다.
프록터 교수는 “드러먼드 장관의 주도로 기술 중등학교의 남학생들은 목공 등의 기술 과목에 주력했으며, 또한 많은 학교들이 요리와 주부로서의 소양에 집중하는, ‘가정 과학 하이스쿨’로 불리는 여학교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NSW 교육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부터 남녀공학이 될 애스퀴스 남-여 학교 입학등록 비율은 2020년 이후 감소했다.
프록터 교수는 정부가 단일성별 학교를 원하는 학부모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학교가 유지될 가능성을 이어가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정부 계획에 공감한다”며 “단일성별 학교와 남녀공학 학교를 경쟁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물류적 악몽’(logistical nightmare)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록터 교수가 표현한 ‘logistical nightmare’는 조직적-실무적 측면에서 복잡하고 힘든 문제를 비유적으로 강조하는 말이다.
“남녀공학 학교,
더 많은 기회 제공할 수 있다”
학부모들 가운데는 남녀공학을 선호하는 이들이 더 많다. 코가라에 있는 James Cook Boys Technical High School 학부모협의회 회장인 아이린 오메로스(Irene Omeros)씨는 남녀공학 학교로의 전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10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을 두고 있는 그녀가 이 같은 생각을 보인 것은 ‘남녀공학 학교를 만들면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오메로스씨는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과목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목을 선택할 때 특정 과목에는 참가 학생이 충분하지 않아, 특히 9학년이나 10학년 학생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그녀는 “남녀공학으로 전환되고 학생 수가 늘어나면 일부 학생들이 좋아하되 제공되지 않았던 수업 과목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NSW 교육부 프루 카(Prue Car) 장관은 “남녀공학 학교가 단일성별 학교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낮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새로운 남녀공학 학교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수업 과목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 장관은 “우리(교육부)가 확실하게 하고 싶은 것은,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공립학교에 등록하고, 자격을 갖춘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록터 교수는 단일성별 학교가 종종 더 나은 학업 성과를 보인다는 주장은 “부유한 지역의 잘 정립되어 있는 사립학교, 그리고 더 나은 자원(학교 시설이나 충분한 수의 교사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지원이 풍부하고 부유한 사립학교들은 학업 측면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 높은 사회계층 학생을 선별하는데, 상위 계층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자원과 학업성취 사이에는 언제나 매우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애스퀴스의 남-여학교 학부모이자 학부모협의회 회장인 킬켈리씨와 로스웰씨는 “주 정부에서 남녀공학으로의 전환 계획에 대해 학교 커뮤니티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로스웰씨는 “잠재적 학부모에게 학교 입학 구역에 대한 사항을 빠르게,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카 장관은 정부가 현 학부모 및 예비 학부모, 학생들과 ‘광범위하고, 심층적으로’ 협의를 했다고 반박하면서 “우리(교육부)는 이 지역사회와 논의했으며 사람들이 계획(자녀 학교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 입학 가능 구역을 언제 이용할 수 있는지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은 “애스퀴스 소재 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모든 단계, 모든 이정표, 모든 결정은 지역사회와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