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고려아연 지분 변동이 호주 자회사 통한 재생에너지와 수소 투자 사업에 변화 초래할까 우려 확산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300억 호주달러(약 2조7천억원) 수준의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 & A)를 시도하는 것이 호주 경제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일 호주 경제 일간지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설 리뷰(AFR)는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15억 호주달러(약 1조3천500억원) 규모로 적대적 인수 합병에 성공한다면 호주의 가장 큰 재생에너지와 수소 프로젝트 중 하나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75년 만에 최씨,장씨 두 창업자 가문 간에 치열한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최씨 가문과 그 지지 세력이 34% 지분으로 회사를 통제하고 있으며, 장씨 가문은 영풍그룹을 통해 약 3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영풍그룹은 MBK파트너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MBK와 영풍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힌 후 양측은 저마다 지분 확대 방안을 모색해 왔다.
현재까지 이 싸움은 주로 한국 내에 국한되었지만, 호주에서도 정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선메탈스 코퍼레이션(SMC)은 호주 북부 퀸즐랜드주에서 호주 최대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 정부 관계자들은 MBK가 주도하는 고려아연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현재 호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광범한 재생에너지와 수소경제 투자에 변화가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는 MBK 관계자들이 고려아연이 보유한 호주 내 사업 투자 자산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매들린 킹 호주 연방자원부 장관은 이같은 논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고려아연이 호주 내 사업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킹 장관은 “고려아연은 퀸즐랜드주 타운스빌에서 수백 명을 고용하고 있다”면서 “노동자 안전과 대우에 모범적인 회사”라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고려아연은 호주에서 재생에너지에 엄청난 투자를 하며 세계 최초로 ‘그린 아연’ 생산을 추구한다”면서 “특히 설비와 재료를 공급하는 현지 사업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호주 정부는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타운스빌 지역에 지역구를 둔 필립 톰슨 야당 의원은 짐 찰머스 호주 연방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고려아연의 소유권 이전에 대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철저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합병 거래가 호주 자회사 선메탈스에 고용된 호주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직업 안전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미리 철저한 검토와 대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퀸즐랜드 북부에 지역구를 둔 봅 캐터 연방 의원 역시 모회사가 외국에 있어도 호주 현지 회사의 지분구조에 변화를 가져 온다면 FIRB가 적극 개입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려아연이 지난 2021년 호주에서 설립한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전문 자회사 아크에너지의 마이클 최 CEO는 한국 모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 합병 여파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새로운 사모펀드 소유주들은 장기 프로젝트보다 단기 수익 극대화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동철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