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의 일상 활동 시간별 분석, 건강-학습-인지력 위한 최적의 지침은 가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각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의 하루를 ‘가장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이 있을까. 관련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는 ‘Goldilocks day’로 알려져 있다. ‘최적’의 건강을 위해 일상의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할당하는 ‘적절한 방법’이다.
이렇게 본다면, 아주 간단한 가이드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오늘날, 많은 건강 관련 기구나 전문가들은 성인이 하루, 또는 매주 어느 정도의 신체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 어느 정도의 시간을 서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하고 또 얼마의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해야 하는 것일까.
유럽 당뇨연구학회(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Diabetes)가 발행하는 당뇨 관련 동료심사 의학 저널(월간) ‘Diabetologia’에 발표된 호주팀 연구에서는 심장질환, 당뇨 및 만성 신장질환을 포함한 심장대사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일상 활동을 시간별로 분석했다.
스윈번대학교(Swinburne University)와 멜번 기반의 독립 당뇨연구소 Baker Heart and Diabetes Institute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네덜란드에서 2,000명 이상의 대상자를 분석했다. 이들 임상시험 대상자 가운데 684명은 제2형 당뇨를 앓고 잇는 이들이었다.
연구팀은 7일에 걸쳐 이들의 허리둘레, 혈당, 인슐린 수치, 콜레스테롤, 혈압, 중성지방(triglycerides. 콜레스테롤과 함께 동맥 경화를 일으키는 혈중 지방 성분)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가장 건강한 결과를 얻은 참가자들이 시간을 어떻게 배분했는지 조사함으로써 심장대사 건강에 가장 좋은 날이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이 연구를 주도한 스윈번대학교 ‘Centre for Urban Transitions’ 연구원 크리스티안 브랭큰릿지(Christian Brakenridge) 박사는 “이 결과는 하나의 기준점과 같다(like a North Star)”며 “활동 계획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런 강력한 정량적 지침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는, 덜 앉아 있고 더 많이 움직이며 적절한 시간 동안의 수면을 정말로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호주인들은 하루 약 8시간 동안 앉아 생활하지만 책상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약 10시간을 그렇게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2시간의 신체 활동(가벼운 활동 및 적당한 활동을 합하여)만 한다. 이는 연구에서 권장하는 것의 약 절반이다.
연구팀이 언급한 ‘가벼운 활동’(light physical activity)에는 느리게 걷기나 집안일 수행이 포함되며 ‘중간에서 격렬한 정도의 활동’(moderate to vigorous activity)에는 빠르게 걷기, 조깅, 또는 삽으로 흙을 퍼내는 등의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시간 사용 역학자인 도트 뒤무드(Dot Dumuid) 박사는 수년 동안 가장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이번 호주 연구팀 조사에 통계를 제공한 그녀는 ‘심장대사 위험 요인’이라는 ‘좁은 범위의 초점’(narrow focus. 한 번에 하나 또는 제한된 목표에 집중하는 것)에 맞추었다고 말했다.
뒤무드 박사에 따르면 연구 참가자 중 매일 4시간의 활동을 관리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녀는 “할 수는 있지만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며 “그 활동의 균형(서로 대립되는 상황의) 또는 반대급부 상황(trade-off)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삶의 레버 조정하기
개인의 마음에 완벽한 날은 개인의 두뇌에 완벽한 날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뒤무드 박사는 다양한 건강 결과를 얻을 ‘최적의’ 24시간을 연구해 온 사람이다. 특히 한 범주에서 시간을 떼어 다른 범주에 넣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예를 들어 신체 활동은 분명 심장 건강에 좋다. 하지만 (이 때문에) 수면을 희생해야 한다면 불안과 우울증이 있는 이들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는 게 뒤무드 박사의 말이다.
아울러 사람들이 학업 성과와 인지 기능을 최적화하려면 움직이는 것(신체 활동)보다 앉아 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읽고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할 때이기 때문이다.
뒤무드 박사는 아직 성인을 위한 이 ‘골디락스 데이’(Goldilocks day)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11세 및 12세 어린이의 정신적-신체적 및 인지 기능에 가장 유익한 날이 무엇인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에도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으며, 시험이 다가오면 학생은 시간을 다르게 관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다이얼을 조정하게 된다. 이를 돕고자 그녀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위를 매겨 보다 개인화된 24시간 분석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를 개발했다.
뒤무드 박사는 “모든 이들의 건강에 있어 하나의 기준이 모든 것에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제한될 수밖에 없는
‘최적의 하루’
행복하고 건강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도 모든 이들이 자신의 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해 완벽하게 선택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주지, 소득, 만성질환 등의 문제로 그 여력이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호주 연구팀의 새 연구에서 연구원들이 살펴본 일일 활동 조합에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 같은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루에 몇 시간을 사회적 활동에 보내야 할까.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최근 연구에서는 고독과 사교활동 사이에 보편적 균형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고독(개인이 선택하는 경우)은 스트레스 수준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뒤무드 박사가 ‘전반적으로 건강을 위한 최적의 날이 단 하루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대신, 아마도 사람들은 언젠가는 다른 목적을 가진 여러 ‘가장 좋은 날’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런 후, 다음 날에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한 주에 걸쳐 건강하고 좋은 날들을 보내기 위해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브랭큰릿지 박사는 연방정부가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현재의 건강 지침을 업데이트 하여 인간 행동의 전체 범위를 더 잘 반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어 그는 “호주의 경우 성인이 유산소 활동, 근육 강화, 수면, 앉아 있기, 스크린 보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지를 명시한, 캐나다의 세계 최초 24시간 운동 지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