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비용-임대료 지원-저렴한 의약품(PBS) 등, 내년 연방선거 앞둔 ‘입지 강화’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한 300달러의 에너지 사용료 공제, 연방 차원의 주택 임대료 지원 10% 인상, PBS 의약품 가격 상한선 등 생활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둔 연방 예산안이 발표됐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의 2024-25년도 예산계획은 내년 5월 연방선거를 앞두고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새 회계연도 예산에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정부 제안 조치가 있으며 이를 통해 내년 연방선거 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높은 원자재 가격과 낮은 실업률에 힘입어 경제를 지탱해 온 연방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의 세 번째 예산계획은 호주 최초로 두 번째 ‘연속 흑자’라는 보기 힘든 기회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새 예산안은 내년도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질임금은 2026-27년까지 1%포인트 증가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찰머스 장관은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예산안)는 호주인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압력에 대해 현실적이며 미래에 대해 낙관적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 단기 생활비 지원
지난해 12월 중순의 예산 업데이트와 비교하면 정부는 미발표 조치에 11억 달러를 포함해 2024-25년도 117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향후 4년 동안 예산에 추가로 325억 달러의 신규 지출과 80억 달러의 절감이 포함된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부터 모든 납세자는 정부가 이미 발표한, 개정된 3단계 세금감면의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각 가계의 경우 300달러, 약 100만 개의 스몰 비즈니스에게는 325달러가 될 에너지 사용 요금 경감은 청구서에 바로 적용된다. 즉 가계나 사업주에게 직접 현금이 제공되지 않지만 에너지 사용료를 할인받는 것이다.
청구서 구제 금액은 지난해 예산과 유사한 조치이지만 새 회계연도에는 ‘자격을 갖춘 500만 가구(2023-24년)가 아닌, 모든 가계에 적용된다. 아울러 연방 임대료 지원을 받는 약 100만 가구는 지불금에서 추가로 10%를 더 받게 된다.
재무부는 이 두 가지 조치를 합하면 2024-25년 인플레이션을 0.5%포인트 하락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3월까지 인플레이션이 3.6%에 달하는 등 여전히 목표치(2~3%)에 도달하지 못한 가운데 정부는 올 크리스마스 이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을 3% 이하로 낮춤으로써 공식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의약품 혜택 제도(Pharmaceutical Benefit Scheme. PBS)에 등재된 의약품은 2년 동안 최대 31.30달러의 비용으로 제한된다. 연금 수혜자, 할인카드 소지자의 경우 5년 동안 의약품당 7.70달러 이하를 지불하게 된다.
정부는 추정 요율(deeming rate)을 1년 동안 동결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를 인상한다면 소득지원 수혜자 87만6,000명(이 가운데 약 절반 이상이 고령연금 수혜자이다)의 복지 지불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또한 생활비 측정 수단으로 더 높은 Jobseeker 비율에 대한 자격 확대를 홍보해 왔지만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이 조치는 일할 능력이 제한된 4,700명에게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Future Made in Australia’ 계획
최근 노동당 정부가 내놓은 중점 정책인 ‘Future Made in Australia’는 지역 건설을 촉진하고 2050년까지 호주 경제를 ‘net-zero’로 전환한다는, 사실은 불명확한 시도였지만 점차 향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찰머스 장관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net-zero 투자를 유치, 활성화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227억 달러가 지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 예산안은 배터리 및 청정 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광물을 가공할 뿐 아니라 정제하는 주요 광물 생산업체에 대한 미래의 새로운 세금 인센티브를 예고한다. 계획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시행까지는 몇 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 기구인 ‘Geoscience Australia’는 또한 예비 광산인력 장려 차원에서 국가 희토류 및 중요 광물 매장지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10년에 걸쳐 5억 달러를 배정받는다.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에는 또한 호주의 새 수소 산업을 위한 세금 인센티브와 1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이 계획되어 있다.
■ 새 예산안 기본 사항
새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100억 달러의 순익 개선이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가에서의 ‘2023-24년도 적자 전망’은 현재 ‘93억 달러의 흑자’로 예상된다. 찰머스 장관은 “하지만 이후 예산 압박이 완화되기는커녕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예산 흑자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높은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수십 억 달러의 순익이 추가됐다. 낮은 실업률로 인해 정부는 개인 소득세 수입을 늘렸으며 복지에 지불하는 비용을 낮추었다.
이번 회계연도(2023-24년)의 흑자는 지난 10년간 정부 예산 가운데 마지막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몇 년 간 적자폭은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적자는 내년도 283억 달러, 내후년에는 428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재무장관은 단기적으로 더 나은 수익의 96%를 예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순부채는 올해 초 전망보다 소폭 증가해 5,00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고 내년에는 5,520억 달러로 증가해 2025-26년에는 총부채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해외 근로자 유입 ‘제한’
이민과 이것이 주택공급 및 구입 경제성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은 팬데믹 사태 이후 기록적인 이주 이후 집권당에 상당한 정치적 고통을 안겼다. 새 예산계획에서는 지난해 52만8,000명에 달했던 순해외이주자 유입이 올해에는 39만5,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 25만5,000명에서 23만5,000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정부는 영주 이주를 연간 18만5,000명으로 제한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13만2,000명은 기술 부문 인력에 할당한다. 정부는 또한 유학생 입국에 대한 상한선을 제안하고 있지만, 그 수치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예산계획에는 원자재 가격에 대한 보수적 추정이 포함되어 있다. 석탄 및 철광석 가격은 지금부터 내년 3월 사이, 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재 수요 상승은, 철광석 가격이 톤(tonne) 당 10달러씩 증가할 때마다 예산에 추가로 5억 달러가 추가되는, 기대하지 않았던 예산 횡재를 발생시켜 왔었다.
지난 예산기간 동안 노동당 정부는 예고되지 않았던 지출로 66억7,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부채에 대한 이자 지불은 향후 1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연간 지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이자 지급이 매년 9.9%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장애보험제도인 ‘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NDIS)는 두 번째로 빠르게 늘어나는 지출 부문이다. 향후 매년 9.2%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치 10.1%보다는 다소 낮아진 수치이다. 12월 이후 재무부는 NDIS 관련 지출이 추가로 1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부는 이 비용의 대부분을 상쇄할 법안이 있다고 밝혔다.
국방, 병원, 의료 혜택 및 노인요양 부문은 부채에 대한 이자 및 NDIS에 이어 빠르게 증가하는 정부의 4대 지출이다.
■ 자산 상각, 이-팔
지역에서의 유입자 지원
연방정부의 ‘2만 달러 즉시 자산 상각’(asset write-off.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만 달러 미만의 적격 자산 전체 비용에 대해 즉시 세금 공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은 앞으로 1년 더 이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새 회계연도 예산에는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지구의 상당한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입국하는 ‘Bridging Visa E’ 소지자 대상으로 ‘메디케어’(Medicare) 자격 연장을 위해 향후 2년에 걸친 거의 100만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분쟁의 결과로 최근 도착한 사람들에게 적십자(Red Cross)의 긴급 재정지원 제공에 200만 달러를 배정한다.
워킹 홀리데이 수요가 많은 중국, 베트남, 인도 젊은이들에게는 효율적 비자 처리를 위해 사전 신청서를 받을 예정이며 첫 신청에는 25달러가 부과된다. 아울러 스노위 수력발전(Snowy Hydro)에는 4년에 걸쳐 45억 달러, 2년에 걸쳐 26억 달러의 건설 대출이 제공된다.
또한 이민 결정과 관련된 법원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 항소재판소를 대체하는 행정검토 재판소에 5년에 걸쳐 10억 달러를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18개월 전, 정부가 심리학자에 대한 정신건강 방문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인 이후 노동당은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해 향후 8년간 5억8,500만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학자금 부채(HECS Debts)에 대해 정부는 이달 첫 주, 연동(indexation) 방식 개편을 통해 이를 감축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 한편 더 많은 건설 부문 숙련기술 인력이 없이는 120만 채의 주택 공급 공약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 우려와 관련해 정부는 건설인력 양성을 위해 TAFE 및 VET 과정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