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용 및 수요자 부담 완화 위한 주택개발 회사들의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으로
새로 공급되는 호주 주택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개발회사들이 초콜릿이나 칩(chip) 제조사들처럼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제품의 가격은 이전처럼 유지하되 크기나 중량을 줄여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소유자들도 초대형 오븐을 설치하거나 고급 자재를 사용하는 대신, 약간 더 작은 주방과 욕실을 만들고 더 저렴한 가전제품 및 기타 설비를 설치한다.
특히 수십 년 만에 건축 비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건설회사나 개발사들이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신규 주택가격을 인하하고 있다는 징후도 나타난다. 시드니와 멜번(Melbourne)에서는 잠재 구매자가 새 부동산에 입주하도록 유도하고자 신규 공급 주택에 최대 2만 달러의 할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주택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지난 2년 이상, 호주 인플레이션 수치를 높인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시드니와 멜번의 신규 주택가격은 3분의 1이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신규 주택 건축에서 가장 큰 소요 비용은 목재(timber), 보드(board) 및 소목(joinery)으로, 전체 주택가격의 33.5%를 차지한다. 소목 부문 기격은 2019년 말 이후 65%가 치솟았다. 목재로 만든 창문은 50% 비싸졌고, 구조용 목재는 40.1%가 올랐다.
주택 건축에서 두 번째로 큰 구성 요소는 금속 제품으로, 총 비용에서의 비중은 18%이다. 이 부문 또한 가격이 크게 상승해 구리 파이프 부품은 2019년 이후 51.5%, 차고의 금속 문 가격은 45% 이상 올랐다.
주택산업협회(Housing Industry Association) 팀 리어든(Tim Reardon) 선임 경제연구원은 “목재 가격 급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러시아로부터의 주요 목재 공급이 고갈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비용 또한 폭등했다. 철강이나 벽돌 등 에너지 구성 요소가 큰 주택이나 아파트에 필요한 모든 자재의 가격이 상승했다.
각 주 정부는 주택 건설과 관련된 인프라(도로, 상수도, 공공시설 마련 등) 비용을 충당하고자 점점 더 많은 세금을 사용한다. 특히 대도시 외곽의 새로운 주택단지에 대한 비용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어떤 경우에는 이 세금이 건축 비용의 절반을 차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요가 강하지 않다면, 이 같은 가격은 잠재 주택 구매자에게 전가될 수 없을 것이다.
전염병 대유행 당시, 중앙은행(RBA)은 3,000억 달러가 넘는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기준금리를 0.1%라는 기록적 수준으로 낮추었고, 이 같은 정부 조치는 호주인들의 지출 능력을 과장했다. 각 주 및 테러토리 정부는 첫 주택 구입자 보조금 지원 규모를 확대했으며, 어떤 경우 이 지원 가치는 거의 9만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건설업계가 팬데믹 사태로 인한 건설 산업 위축 우려를 제기하면서 연방정부는 6억8,000만 달러 규모의 ‘HomeBuilder program’(신규 주택 구입자를 포함해 자격을 갖춘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재건축 또는 개조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건설업계는 너무 많은 수요에 맞닥뜨렸고, 아직도 밀린 프로젝트와 씨름하고 있다. 이제 HomeBuilder program은 납세자들에게 27억 달러의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금 중 일부는 자격을 갖춘 주택 소유자의 욕실이나 주방에 사용(개조 비용으로)됐다. HIA 수치에 따르면 2019년 주방 개조 작업의 평균 비용은 2만4,014달러였다. 하지만 HomeBuilder program 시행 이후인 2022년, 이는 3만5,279달러로 높아졌다.
리어든 연구원은 팬데믹 사태 당시 제한 조치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냄에 따라 고급 가전제품이나 주방, 욕실 설비에 돈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주택 소유자들이 주방을 개조하는 평균 기간은 35년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35년에 한 번 개조 작업을 하는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 기간은 25년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개조를 계획하는 이들이 본래 욕구를 누르고 평균 개조 비용을 낮추고 있다. “현재 우리가 보는 것은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리어든 연구원은 “사람들은 주방 또는 욕실 개조 작업의 규모를 축소하고 있으며 값비싼 가전제품도 피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상승한 (건축 및 자재의) 비용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링크플레이션에 기여하는 것은 주방이나 욕실 개조에서 뿐만이 아니다. 소매 대기업 ‘Wesfarmers’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저렴한 가격의 주방용품을 제공하는 ‘Kmart’의 자체 제품 브랜드(private label) ‘Anko’ 제품군의 수요가 증가했다.
전염병 대유행 당시, 사람들은 좀더 넓은 공간이 있는 주거지를 원했다. 계단 아래의 작은 스터디 공간 대신, 별도의 비용이 들더라도 재택근무를 위해 별도의 홈오피스가 있는 아파트를 찾게 된 것이다. 그러다 팬데믹 완화 이후 사무실 복귀가 결정되고 가계 전반의 비용이 상승하면서 다시 예전의 계단 아래 스터디 공간처럼 좁고 작은 주거지로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전체 주택가격의 극심한 상승이 끝나가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시드니와 멜번의 건설업체들은 고객을 확보하고자 매물 가격에서 최대 2만 달러를 인하하고 있다. 브리즈번(Brisbane) 주택가격은 정체 양상을 보이지만 퍼스(Perth)는 오름세가 계속된다.
주택가격이 치솟으면서 더 많은 기업이 주택 건설에 참여했다. 2020년 중반, 이 부문에는 9만722개의 업체가 있었다. 이것이 올 6월 중순 현재, 10만8,764개로 늘었다.
글로벌 경제 분석회사 ‘PinPoint Macro Analytics’의 마이클 블리드(Michael Blythe) 선임 연구원은 건축자재 비용 상승, 노동력 부족, 고정금리 계약 등의 요인으로 인해 업체의 수익 비율이 줄어들고 기업경영 실패 사례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비용을 둘러싼 문제는 RBA가 이자율 인하를 시작할 때가 될 것”이라는 그는 “정책 입안자들은 오랫동안 어떻게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지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이자율을 인하하는 것”이라며 “이 정책이 가격 압박을 더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