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글로벌 보건 비상사태 선포… 올해 500명 이상 사망, 이웃 국가로 빠르게 번져
4년 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원숭이두창으로 불렸던 엠폭스(mpox)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 전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바이러스성 질병이 심각해진 상황에 대비, 지난 8월 14일(스위스 현지시간) 글로벌 보건 비상사태(global health emergency)를 선언했다. 올해 들어 콩고에서 발생, 확산된 이 질병은 이전에 보고되지 않았던 이웃 4개국 이상으로 퍼진 상태이다.
WHO의 이 같은 결정은 아프리카 질병통제센터(African Centre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가 mpox를 공공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로 선포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콩고에서는 올해에만 1만5,600건 이상의 mpox 사례 보고와 이로 인한 537건의 사망이 확인된 상태로,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WHO의 글로벌 보건 비상사태 선언을 무엇을 의미하며, 이것이 호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 mpox 질병은= 원숭이두창(monkeypox)으로 알려졌던 mpox는 1958년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질환이며 아프리카 중부 및 서부의 풍토병이다. 이는 발열, 인후통, 두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동반한 독특한 피부 발진이나 병변을 유발하며,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과의 밀접한 신체접촉은 물론 의류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mpox에 걸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2~4주 이내 회복되지만 어린이, 임산부, 면역체계가 약한 이들에게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에는 증상관리가 포함되며 진통제와 항생제가 추가될 수 있다. 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투여할 수 있는, 현재 임상시험 중인 항바이러스제가 있다.
▲ mopx 발병이 우려되는 이유= 콩고에서의 mpox 발병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발병 사례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게 우려스럽다. 올해 들어 6개월 동안 WHO에 보고된 사례는 지난해 발생한 것과 같은 수치이다.
NSW대학교 전염병 학자인 라이나 매킨타이어(Raina MacIntyre) 교수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에는 두 가지 균주 또는 ‘clades’(공통의 조상에서 진화된 생물 분류군)가 있다. 역사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clade I’(이전에 ‘Congo Basin clade’로 불림), 그리고 ‘clade II’(이전 West African clade로 불림)가 그것이다.
현재 콩고에서 시작된 mpox는 밀접한 접촉을 통해 더 쉽게 퍼지는 것으로 보이는, clade 1의 새로운 파생물 ‘clade 1b’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clade 1 mpox는 성적 접촉을 통해서도 전염되고 있다.
UNSW 보건연구소인 ‘Kirby Institute’의 생물보안 책임자인 매킨타이어 교수는 “역사적으로, mpox가 번진 방식은 가족 내에서 였는데, 가족 중 한 사람이 감염되면 다른 가족에게도 전파된다”면서 “올해 발병의 확산 정도는 소규모 가족 구성원 내에서보다 훨씬 더 크고, 헐씬 더 광범위한 전염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clade 1b는 콩고 외에도 부룬디, 케냐, 르오나다, 우간다에서 발견되었으며, 다른 형태의 mpox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중부 및 동부는 물론 이 대륙 외 지역에서도 계속 전파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전염 방식이 다르고 위험 수준 또한 다른’ 여러 clades 발병이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3개국에서 사례가 확인됐다.
아프리카 CDC 데이터를 보면 mpox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대상은 어린이들이다. 올해 발병 사례의 약 70%, 사망자의 85%가 15세 미만 연령에서 발생했다.
▲ 이전의 사례=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으며 호주 또한 예외가 아니다. WHO는 유럽, 북미, 호주를 포함해 (mpox의) 비풍토병 지역에서의 상당하고 이례적인 mpox 발병에 대응해 지난 2022년 7월 국제적 우려를 경고하는 공공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포한 바 있다.
PHEIC은 ‘질병 발병이 심각하고 이례적으로 간주되며, 국경을 넘어 전파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적 조치가 필요’할 때 선언된다.
2년 전의 발병은 주로 게이, 양성애자 등 남성과 성 관계를 하는 다른 남성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clade 2b’로 알려진 mpox 바이러스의, 덜 치명적 버전에 의해 전파가 촉진됐다.
매킨타이어 교수는 “2022년의 경우 매우 다른 역학을 보였는데, 주로 성적 접촉을 통한 전염, 매우 낮은 사망률, 백신접종이 가능한 국가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PHEIC는 10개월 후 종료되었지만 호주를 포함해 일부 국가에서는 최근 몇 개월 사이에도 clade 2b가 계속 전파되고 있다.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공공보건 전문가 론다 스튜어트(Rhonda Stuart) 교수는 “2022년 사례와 달리 호주의 대부분 신규 사례는 해외에서 발병된 것이 아니라 지역적 전염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며 “모든 사례를 추적하고 접촉자들을 찾고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 호주에 주는 경고는= 현재까지 아프리카 중부 및 동부 외 대륙에서는 최근 발병과 관련된 사례가 감지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스튜어트 교수는 “호주 보건 당국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모든 질병’에 대해 경계하고 있지만 mpox 바이러스를 예방-통제하는 능력이 어려운,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좋은 보건 시스템이나 예방접종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질병 발병률(morbidity)과 사망률(mortality)이 더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달리 매킨타이어 교수는 mpox 바이러스가 더 효율적으로 전파되도록 진화하고 있는 징후가 걱정이라며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이 전파될수록 팬데믹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를 전했다.
mpox 전파는 주로 감염성 피부 병변이나 체액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발생하지만, 매킨타이어 교수는 호흡기 전파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방 보건부 대변인은 “mopx 사례의 지속적 증가를 알고 있으며, 호주 지역은 물론 국제적 추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보건부는 이 발병과 관련하여 WHO가 주는 모든 권장사항을 고려하고 우리(호주) 상황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mpox 백신은= 백신은 mpox 대처에 매우 중요하며 발병 이후에도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 mpox 백신에 대한 접근성은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 CDC에 따르면 현재 mpox 백신 용량은 20만 회에 불과한 반면, 이의 발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1천만 회의 접종을 할 수 있는 백신이 필요하다.
매킨타이어 교수는 “mpox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백신이 있지만 이의 접근성이 문제”라며 “2022년에도 각 국가들이 백신을 받고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WHO는 현재 두 개 브랜드의 mpox 백신에 대한 비상 사용 목록을 발동한 상황이다. 이 프로세스는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근성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