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Z-CoreLogic의 ‘구입 가능성 보고서’… 평균 수준의 주택 가격, 중간 소득의 8배
높은 주택 가격으로 인해 내집 마련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짐에 따라 첫 주택 구입자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담보대출(mortgag) 상환에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달(11월) 셋째 주 ANZ 은행과 부동산 컨실팅 회사 CoreLogic이 공개한 주택 구매 가능성 보고서는 일반(평균) 수준의 주택 가격이 호주인 중간 소득의 8배에 달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담보대출(mortgage)을 받기 위한 보증금(deposit)은 역대 최고 수준에 약간 못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임대료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ABS)은 각 가계 재정에서 주거비용이 가구 소득의 30% 이상에 달하는 경우 ‘주택 스트레스’(housing stress) 상황에 처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9월 현재 20%의 모기지를 마련하기까지 10.6년이 소요되고, 중간가격 규모의 주택 구입 모기지를 감당하려면 가구 중간 소득의 50.6%가 필요하다.
내집 마련을 위해 각 가구는 저축을 하고 있지만, 임대주택 비용은 현재 중간 소득의 33%에 달한다. 이 모든 수치는 지난 20년간의 평균 수준에 비해 높다.
코어로직 조사 책임자이자 이번 보고서 저자인 엘리자 오웬(Eliza Owen) 연구원은 호주인의 주택 구매력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중요한 문제는 주택 가격이 소득 증가를 계속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 1년 동안 소득은 약 3% 늘어났지만 올해 9월까지 주택 가격은 전국적으로 약 6.5%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료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이자율도 높은 편”이라는 그녀는 “따라서 구매력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은행 AMP 수석 경제학자인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박사도 최근 경기 침체 동안 구매력은 확실히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면 매우 암울하다”며 “2022년 주택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했고 구매력 지표가 개선되었지만 이후로 계속 악화되었기에 이번 보고서 내용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리버 박사는 “실제로 주택 가격이 소득에 비해 빠르게 상승함으로써 구매력은 계속 악화되고 있고, 2022년에 보았던 개선도 사라졌다”면서 “가격 상승은 사람들의 부동산 시장 진입 능력에 미치는 피해를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현재의 높은 기준금리와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조합으로 인해 주택 가격 대 소득 비율, 모기지를 받는 데 필요한 소득 비중이 동시에 악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높은 이자율과 치솟은 주택 가격을 합치면 두 배로 안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기 마련인데, 이례적으로 금리가 인상되고 반면 주택 가격은 하락해 구매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웬 연구원 또한 “한때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는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모기지를 위한 보증금 장벽이었고, 실제로 담보대출을 확보하면 금리가 낮아 이를 상환해 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제 보증금 장벽과 모기지 상환은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현재는 중간 소득을 가진 가구가 중간 규모의 주택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덧붙였다.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 전역에서 약 10만 1,000달러의 중간소득 가구가 평균 주택 소유자의 모기지 금리로 중간 가격의 20%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으며 현재의 모기지 이자율 수준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도 더해가고 있다. 높은 이자율과 줄어든 대출 능력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상승한 데에는 부유한 구매자와 세대간 이어진 부, 즉 가족의 지원(bank of mum and dad)을 기대할 수 있는 첫 주택 구입자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웬 연구원은 현 상황이 주택 불평등을 심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은 더 이상) 소득과 저축만으로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그녀는 “이제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 가격이 더 저렴한 지역으로 가거나 작은 규모의 주택을 선택하는 것으로 내집 마련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웬 연구원은 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주택 구입 능력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ANZ 은행이 2025년 말까지 이자율을 75bp(basis point)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소득과 주택 가격이 안정적이라고 가정하면 가계 소득에서 모기지 상환에 필요한 비중은 약 48%로 떨어진다”고 설명한 그녀는 “이 경우 문제는, 이자율 인하가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