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WA-Victoria 주 선거 경계 조정 이어 NSW 구역 개편안 내놔
각 주(State)의 인구 변화에 따라 연방 선거 구역 개편을 준비해 온 호주 선거관리위원회(Australian Electoral Commission. AEC)가 지난달(5월)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빅토리아(Victoria) 주에 이어 NSW의 선거 구역 개편안을 제시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광역시드니에서는 노스시드니 선거구(Division of North Sydney)가 폐기될 예정이다.
AEC는 NSW 조사 책임자와의 조정과 오랜 협의를 거쳐 지난 6월 14일(금) 개편 제안서를 발표했다.
AEC의 선거 구역 조정 계획이 드러나면서 지난 수년간 인구 성장이 더딘 NSW 주 몇몇 의석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그 가운데 인구 정체가 가장 두드러진 시드니 북부나 동부의 한 의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펴져 있던 상태였다.
노스시드니 선거구는 한 때 자유당의 텃밭이었지만 2011년 선거에서는 ‘청록색’(teals) 기치를 내건 무소속 카일라 팅크(Kylea Tink) 후보가 승리, 의석을 차지했던 곳이다.
‘teals’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무소속 후보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정당 색깔로 노동당이 전통적으로 빨간색, 자유당이 파란색을 채택해 온 것과 달리 청록색으로 통일하고 ‘기후변화 정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teals’는 ‘기후정책을 발전시키고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을 보다 효율적으로 감소시키며 기후변화를 제한한다’는 의지를 가진 정치 후보를 후원하는 자발적 민간그룹 ‘Climate 200’과 뜻을 같이 하는 후보들이다.
AEC의 개편 계획에 따라 노스시드니 선거구 내 지역(suburb)들은 이웃한 베넬롱(Division of Bennelong. 현재 노동당 의석), 브래드필드(Division of Bradfield. 자유당 의석), 와리갈(Division of Warringah. 무소속 Zali Steggall 의원) 선거구로 분할되는 방안이 제시됐다.
NSW 주 남부 지역 선거구에도 변화가 있다. 현재 야당 내각 재무부 담당의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흄 선거구(Division of Hume)는 광역시드니 외곽 쪽으로 경계가 이동함에 따라 골번(Goulburn) 지역 중심지를 잃을 수도 있다.
이로써 골번은 현재 노동당 크리스티 맥베인(Kristy McBain)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이든-모나로(Division of Eden-Monaro) 선거구로 변경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든-모나로의 일부 지역은 전 국민당(National Party) 대표 마이클 맥코맥(Michael McCormack) 의원이 쥐고 있는 리버리나(Division of Riverina)로 이동하게 된다.
광역시드니를 비롯해 NSW 지방 지역 대부분 의석의 경계에도 약간의 변경이 있으며, 이 계획에 따라 전체 NSW 유권자의 12%가 변경된 선거구에서 투표를 하게 될 전망이다.
연방 정치권 영향은
선거구가 폐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선거구 경계 변경은 기존 의원의 정치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거분석가 벤 라우(Ben Raue)씨가 2022년 유권자 투표 패턴을 기반으로 정리한 예측에 따르면 베넬롱 의석은 노동당 의석에서 자유당에 더 유리한 선거구로 변경됐다. 새로 조정된 구역의 유권자 성향이 자유당에 더 가까운 것이다.
2022년 선거에서 노동당 제롬 락살(Jerome Laxale) 후보가 1%의 마진(margin. 직전거에서 당선자가 받은 공식 득표율 격차)으로 의석을 차지한 바 있는 베넬롱은 선거구 경계 변경안에 따라 자유당이 0.1%의 마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조사 업체 ‘RedBridge’의 코스 사마라스(Kos Samaras) 대표는 2022년 선거에서 노동당이 더 많은 젊은 유권자 지지를 얻었기에 (변경된 선거구에서도) 노동당이 다시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마라스 대표는 “이곳은 실제 ‘대학 유권자’ 지역”이라며 “베넬롱 선거구 변경은 노동당 입장에서 최소한 2%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현재 자유당 폴 플레처(Paul Fletcher)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브래드필드(Division of Bradfield) 지역으로, 라우씨 분석에 따르면 무소속 ‘teals’ 후보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 2022년 당시 청록색 후보로 출마해 강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니콜렛 볼레(Nicolette Boele)씨가 다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다.
플레처 의원 또한 브래드필드 선거구 변경 초안을 인정하는 성명에서 내년도 선거에 출마할 것을 밝혔으며 “다른 선거구로 이동하게 된 유권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사마라스 대표는 “브래드필드 선거구에 청록색 후보의 전망이 나아진 것은, 2022년 선거 당시 ‘teals’ 후보를 지지했던 노스시드니 선거구 일부가 브래드필드로 흡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유당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지역은 휴즈(Hughes)와 뱅스 선거구(Division of Banks)로, 이들 선거구 남쪽 구역의 변화로 인한 것이다. 이로써 이들 각 선거구에서의 자유당 마진은 3.5%, 2.6%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동당은 헌터 선거구(Division of Hunter)에서의 유권자를 상당히 잃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 프론트벤처(front bencher. 정당 내에서 주요 직책을 가진 의원)인 미셸 롤랜드(Michelle Rowland. 통신부 장관) 의원과 린다 버니(Linda Burney. 원주민부 장관) 의원의 기반인 그린웨이(Greenway)와 바턴 선거구(Division of Barton)에서도 마진의 일부를 잃을 위험이 높다. 반면 매카서 선거구(Division of Macarthur)에서의 노동당 입지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록색 후보에게 있어 와링가 선거구(Division of Warringah)에서는 약간의 마진 손실이 예상되는 반면 웬트워스 선거구(Division of Wentworth)에서의 ‘teals’ 후보에 대한 유권자 지지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사마라스 대표는 “AEC의 선거 구역 개편안은 정당 이해득실 측면에서 ‘상당한 균형’이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통상적 접근방식과 일치한다”면서 “청록색 의석 하나는 폐지(노스시드니 선거구)되지만 브래드필드 선거구는 ‘teals’ 후부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게 되었으며 노동당이 확보하고 있는 베넬롱 선거구는 보다 치열한 접전 지역이 될 것이고, 브래드필드 선거구에서 자유당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노스시드니의 팅크 의원,
“미래는 불투명하다” 밝혀
AEC의 선거 구역 변경안에 따라 폐기될 예정인 노스시드니 선거구의 카일라 팅크 의원은 관련 성명을 통해 “분명 실망스럽지만, 이는 나 개인에 관한 것이 아니다”는 말로 AEC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팅크 의원은 “계속하여 노스시드니 거주민(유권자)를 위해 일하며, 무소속 의원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면서 “AEC의 이번 제안은 선거 구역 변경 초안으로 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적절한 시기에 더 많은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미디어 브리핑에서 팅크 의원은 현 노스시드니 옆 선거구인 브래드필드 지역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소속 의원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특권 중 하나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혀 어느 지역에서든 출마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어 팅크 의원은 이번 초안에 대해 ‘노스시드니 선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AEC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방선거(2022년)에서 ‘teals’ 무소속으로 브래드필드 선거구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니콜렛 볼레씨는 “모든 의미(AEC의 선거 구역 변경안에 대한)와 우려될 만한 일들을 염두에 둘 것”이라는 말로 내년도 선거에 재출마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팀은 (브래드필드에서의) 캠페인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EC의 선거 구역
변경 프로세스 진행은
AEC가 이번에 제시한 선거 구역 변경은 초안으로, 지역사회 의견을 접수한 뒤 오는 10월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초안에 대해 각 정당, 후보자 및 일반 유권자는 피드백을 제시할 기회를 갖게 된다.
지난달 AEC는 서부호주(WA)와 빅토리아(Victoria) 주의 선거 구역 변경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초안을 보면 VIC의 경우 광역멜번 남동부의 히긴스 선거구(Division of Higgins)가 폐기되며 WA는 광역퍼스 북부 외곽에 불윈켈 선거구(Division of Bullwinkel)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NSW 선거 구역 변경 배경
AEC 관계자와 NSW 조사관, 감사관으로 구성된 구역조정위원회(redistribution committee)는 변화하는 인구 패턴, 각 선거구가 대체로 비슷한 수의 유권자를 보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침으로 하여 선거 구역을 조정한다.
연방의회에서 NSW 주가 가진 총 47개 의석(선거구) 가운데 24개는 유권자 수가 너무 적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대부분은 광역시드니에 있다.
동 위원회의 조사 및 검토 결과, 폐기 가능성이 있는 선거구는 5개로 노스시드니를 비롯해 인근 와링가(Warringah), 웨리와(Werriwa), 뱅스(Banks), 커닝엄 선거구(Division of Cunningham)가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위원회는 수도권과 지방 외곽 의석은 다른 경계로 너무 복잡한 변경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기타 사항을 고려해 노스시드니를 폐기할 선거구로 판단했다.
이외 시드니의 대부분 의석은 선거 구역 경계가 약간 변경되었으며 지방 지역 선거구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