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분기 3.8%에서 3.5년 만에 최저 수준 ‘둔화’, 분기별 인플레이션은 0.2% 불과
통계청(ABS)의 9월 분기 물가 집계 결과, 헤드라인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 경제의 총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및 에너지와 같은 상품이 포함된 상품 바구니 인플레이션이 포함)이 6월 분기 3.8%에서 2.8%로 하락했다. 이는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분기별 인플레이션도 0.2%에 불과했다. 이는 연방 및 주 정부의 에너지 요금 할인으로 연료 및 전기사용료가 크게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일부의 예상과 달리 올해 12월, 중앙은행(RBA)의 금리 인하 결정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수치 하락은 가계 재정 운용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품목 및 서비스 상품에서의 지출은 여전히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ABS의 9월 분기 인플레이션 수치는 엇갈린 그림을 보여준다. 올 3분기, 대부분 범주에서 가격 압박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비스 비용이 가계에 계속해 구멍을 만들고 있다. 6개의 그래프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지출에 주는 영향을 알아본다.
■ 크게 둔화된 근원 인플레이션
불규칙적이거나 일시적 가격 변동을 제외한 인플레이션 핵심 척도, 즉 연간 근원 인플레이션율(underlying inflation rate. 경제적 침체나 공급 충격 등 특이한 가격 변화 또는 기타 장애가 없을 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비율)은 6월 분기 3.9%에서 9월 분기 3.5%로 낮아져 202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2월 최고 비율인 6.8%에 비해 훨씬 낮아진 것이다. 또한 이는 지난 8월, RBA가 예상한 것과 일치하며, 은행의 목표 범위인 2~3%에 가까운 수치이다.
RBA는 지난해 1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35%로 결정한 이후 현재까지 이 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이달(11월) 4-5일 이사회 회의를 갖는다.
■ 연료 가격 하락, 인플레이션에 ‘제동’
이번 집계에서 휘발유 가격은 근원 인플레이션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연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6월 분기 3.8%에서 9월 분기 2.8%로 하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휘발유 가격은 전 세계 수요 감소로 인해 6.2% 폭락했다. ABS는 9월 분기, 무연 휘발유(unleaded petrol) 1리터 가격이 1.84달러 낮은 가격으로 제공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센트 저렴한 것이다.
브렌트 원유(Brent Crude oil) 가격은 지난 10월 30일(수), 배럴당 71달러를 맴돌았다. 이 또한 지난해 10월 말 배럴당 87달러에서 하락한 가격이며, 도매가격 또한 낮다. 이는 공정 과정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석유를 사용하는 회사에게도 비용 절감 혜택을 제공한다.
■ 낮아진 전기 사용료로 인플레이션 완화
실내를 따스하게 하고 불을 밝히는 비용 또한 감소했다. 전기 사용료는 9월 분기 17.3%, 지난 12개월 동안 15.8%가 하락했다. 이는 연방 및 주 정부의 전기료 보조금 제공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 지원이 없었다면 전기 가격은 9월 분기, 0.7%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 가격은 근원 인플레이션 측정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극적인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체 유틸리티 가격이 7.6% 낮아져 0.1%의 인플레이션 하락을 가져왔다.
■ 저렴해진 연료 가격, 오락 비용은 상승
높은 휘발유 가격으로 운전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조금 줄었지만 갖가지 엔터테인먼트 비용은 높아졌다.
도시교통 요금은 브리즈번(Brisbane, Queensland) 50센트 요금, 캔버라(Canberra)의 무료 대중교통 이용을 포함한 각 주-테러토리 정부의 이니셔티브 덕분에 9월 분기 분기 동안 2.1%가 낮아졌다. 만약 자동차를 새로 구입했다면 0.8% 가격 하락으로 약간의 비용 절감이 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오락과 문화 비용은 더 비싸졌다. 해외 휴가여행 및 숙박 가격(1.9% 상승)은 특히 유럽에서 여름을 즐기려는 이들의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여행자들의 신경을 자극했다.
■ 식료품 인상 가능성, 육류는 ‘저렴’
딸기와 초콜릿을 포기할 수 있다면 그 대신 치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식품 가격은 9월 분기에도 계속 상승했으며 연간 상승률은 6월 분기와 동일한 3.3%로 유지됐다. 과일과 채소, 특히 딸기류, 포도, 토마토, 고추는 재배 조건 악화로 올해 가장 큰 가격 급등을 보였다.
빵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기록적으로 높아진 코코아 비용이 초콜릿 가격을 끌어올렸고, 조류독감은 계란 부족을 가져와 12개월 전에 비해 9.1%가 비싸졌다.
■ 높은 서비스 상품 가격은 이전과 유사
물가는 6월 분기 3.2%에서 9월 분기 1.4%로 떨어졌지만 얼마 동안 완강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서비스 품목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그 상태로 고착화된 듯하다.
사실 서비스 상품가격 성장률은 4.6%로 6월 분기보다 약간 더 높다. 특히 임대료, 보험, 교육, 의료, 치과 및 병원 서비스 가격 상승이 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육아비용도 높아져 차일드케어 운영 비용 상승이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져 9월 분기 동안 3.2%가 상승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육아비용은 12.1%나 급등했지만 2023년 6월에 비해서는 저렴하다.
최근의 물가 데이터는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수치를 목표 범위(2~3%)로 유지하는 것은 RBA 입장에서 힘든 작업임은 분명하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