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지역구서 승리, ‘법인세 인하’에 반발한 유권자 지지로
지난해 캔버라 정가의 최대 이슈였던 이중국적 논란으로 연방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박탈당한 연방의원들의 자리를 메울 5개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노동당이 압도적 승리를 가져갔다.
일명 ‘수퍼 토요일’(Super Saturday)이라고 불린 지난 7월28일(토) 보궐선거에서 노동당은 애들레이드(Adelaide) 동남부 ‘마요’(Mayo) 지역구를 제외하고 타스마니아 ‘브래든’(Braddon), 퀸즐랜드(Queensland) ‘롱맨’(Longman),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프리맨틀’(Fremantle)과 퍼스(Perth)를 포함한 4개 지역구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끌어냈다.
마요 지역구는 중앙연맹(Centre Alliance)이 다섯 곳 중 유일하게 강세를 나타냈다. 중앙연맹의 레베카 샤키(Rebekha Sharkie) 후보는 57.59%의 득표로 노동당이 내세운 조지아 다우너(Georgina Downer) 후보를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금주 월요일(30일) 캔버라 대학교(University of Canberra. UC) 정치학 교수이자 비영리 온라인 미디어 매체인 ‘The Conversation’의 정치부 필자인 미셸 그라탄 (Michelle Grattan) 교수는 ABC 방송 ‘오피니언’(opinion) 코너를 통해,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총리의 권위는 상실됐고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의 자신감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피터 브렌트(Peter Brent) 선거 분석가는 ‘Nine Network’ 방송의 ‘Inside Story’ 프로그램을 통해 “야당 지지기반이 약한 ‘롱맨’과 ‘브래든’ 두 지역구에서의 노동당 승리는 자유-국민 연립(Coalition)의 승리를 예상했던 대부분의 기대를 빗겨간 기적 같은 결과”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동당은 쇼튼 대표의 낮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보건, 교육, 평등 및 세금인하 반대에 집중한 당의 정책기조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동당,
“법인세 인하 반대” 주력
2016년 선거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매번 견고한 지지층을 자랑했던 연립 지지율은 계속해서 노동당에 뒤쳐져 아직까지 확고한 기반을 다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노동당의 승리를 이끈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는 ‘대기업 법인세 인하’를 반대하고 대신 ‘보건과 교육분야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내건 노동당의 정책기조라는 분석이 강하다.
자유-국민 연립(Coalition)은 이미 연매출 5천만 달러 미만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기존 30%에서 25%로 점진적으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전국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려고 하지만 일부 군소정당 및 무소속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친 상황이다.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마티아스 코난(Mathias Cormann) 재정장관은 법인세 인하가 주요 대형 은행과 다국적기업의 혜택만을 고려한 정책으로 법안의 강도를 낮추자는 제안마저 거절했다. 오히려 “전 세계가 법인세를 안하하는 추세”라며 “호주도 이에 맞춰 법안을 조정해 전체 사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완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턴불 총리 또한 “법인세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진 국가를 만들겠다”는 기조를 확실히 하고, 연방정부의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이번 보궐선거는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어, 투표 결과에 반영된 국민들의 의견을 겸손한 자세로 매우 자세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노동당은 해당 법안에 반기를 들고, ‘대형은행 세금인하 혜택 중단’과 ‘학교 및 병원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쇼튼 대표는 “우리가 보건 및 교육 부문, 그리고 구직자들에 대한 지원금을 향한 예산을 약속할 수 있는 이유는 대형 은행 및 기업들에게 수백 억 달러를 버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법인세 인하의 맹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에 따라 2주 뒤 재기되는 의회 본회의에서 상원(the Senate)이 법인세 인하를 반대하게 될 경우 턴불 총리가 해당 법안을 폐기할지 투표에 상정할지 여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코난 재정장관은 “법인세 인하가 상원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라도 연립 여당은 이 계획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며 다음 선거에까지 가져가겠다”며 완강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7.28 보궐선거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턴불 총리는 “빌 쇼튼 대표는 마치 월드컵에서 이긴 것처럼 기뻐했지만, 현실은 노동당이 롱맨 지역구에서 평균 지지율을 확보한 것일 뿐”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또 “역사는 언제나 우리를 비껴갔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브리핑을 진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의석 확보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보궐선거는 무엇보다 당의 지도자들을 테스트하는 투표”라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턴불 총리는 쇼튼 대표를 ‘거짓말쟁이’(Liar)이라고 부르며 계속해서 안티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금요일(27일) 쇼튼 대표가 후보들에게 유권자들과의 더 많은 대화 기회를 주겠다는 목적 하에 유세현장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쇼튼 대표가 숨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라탄 교수는 이를 두고 “유치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