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비자 제도 악용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 주장
연방 정부가 취업비자(457비자)를 폐지하기로 발표, 각 이민자 커뮤니티에 충격을 던진 가운데 외국인 기술이민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
이 방침이 발표된 다음 날인 금주 수요일(1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취업이민으로 불리는 457 비자의 폐지와 관련해 소셜미디어를 타고 다양한 이유를 가진 찬반 여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457 비자 폐지론자들은 정부 결정 배경으로 “이 정책을 이용한 부도덕한 사기행위가 그 이유”라고 꼬집고 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법상 457비자 소지자의 임금은 현지인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비자를 소지하고도 저임금에 부적절한 대우를 받으며 근무하는 외국인 근무자들이 상당 비율이다. 현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상황은 반복되고 있어 이를 대체할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호주 경제지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Australian Financial Review)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비자를 이용한 극단적 사례 중에는 NSW 주 내 외곽지역에서 중국인 전기기사와 용접사들을 몇 달 동안 무임금에 하루 밥값 15불만을 지급하고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공동 생활하는 숙박시설만을 제공한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작년 6월 보도된 대만계 기업 치아퉁개발(Chia Tung Development Corp)의 저임금 적발 사건이다. 이 기업은 2016년 2월부터 6개월 간 중국인 13명과 필리핀 국적 30명의 임금을 착취해 총 $873,000 이상의 금액을 체불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벌금형에 처해졌다. 치아퉁개발은 직원 4천명 이상이 근무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호주에 정식 등록된 관련 업체들도 가지고 있어 충격이 더했다.
노동조합은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법이라며 457 비자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몇 달 전 피터 더튼(Peter Dutton) 연방 이민부 장관도 457 비자 승인을 엄중 단속하고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s)와 간호사 분야에 자국민들을 더 채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IT 전문가 협회‘(ITPA, IT Professionals Association)는 특히 입문단계 기술보조직 부분에서 현지인들의 일자리가 해외인력에 의해 빼앗기고 있다며 457 비자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IT 전문가 협회’는 연방정부의 조사 자료를 인용, IT 분야를 제외한 타 분야의 457 비자 소지자는 지난 10년간 2% 증가한 반면 IT 분야는 같은 기간 136%나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옹호 측, “기술인력에
문호 개방해야…” 강조
457 비자의 존속을 옹호하는 측은 호주 내 일부 분야에 고급기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이 비자를 통한 해외 숙련인력이 국가 경제에 혁신을 가져오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아틀라시안’(Atlassian)의 공동창업자 마이크 캐논-브룩스(Mike Cannon-Brookes)도 “유능한 기술 인력에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 기술 업계의 457 옹호론자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호주 비즈니스 협의회(Business Council of Australia) 또한 457 비자 존속을 지지하며 호주 내 외딴 지역 가운데 숙련기술 인력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사업체들도 이 같은 해당 비자의 중단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457 비자 소지자들의 인력을 활용해 100억 달러 규모의 로이힐(Roy Hill) 철광석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호주 광산 거부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 또한 그 중 하나다.
457 비자를 대체하는 프로그램은 보다 높은 기술기준을 요구하는 기술이민 정책으로 재정비된다. 기술이민이 가능한 분야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영어구사 능력 기준도 높아져 취업이민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 1996년 존 하워드(John Howard) 정부에서 도입된 이 비자 프로그램은 호주의 부족 직군을 외국인 기술 인력으로 충당함으로써 호주 경제에 일조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연방 정부가 갑작스럽게 이 제도를 폐지한 배경에는 근래 세계 경제 위축과 호주내 실업률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연방 정부의 457 폐지 결정 배경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취업비자 소지자들이 호주 경제에 이바지 하는 부분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에서, 또한 이 비자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극히 일부 업체라는 점에서 호주 산업계를 중심으로 457 비자 폐지에 대한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