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경선’ 불구, 투표자 2,760명 불과… 저조한 참여율은 ‘시급한 해결 과제’
제34대 시드니 한인회는 오혜영-신정구 회장단이 이끌게 됐다.
지난 9월 23일(토) 치러진 한인회장 선거에서 오-신 후보는 4개 팀의 후보 가운데 837표를 획득해 제34대 회장단 당선이 확정됐다. 여성 후보의 당선은 시드니한인회 사상 첫 사례이다. 한인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저녁 개표를 통해 당선이 확정된 후 오-신 후보에게 당선증을 수여했다.
오-신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한인회를 한인회답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다문화시회의 리더, 어려운 아웃과의 나눔 공간, 차세대의 견인차, 시니어 휴식처로써의 한인회 구축 및 주류사회와 소통하는 한인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한인회관 재계약 확정’ 및 ‘새 회관 신축계획 수립’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날 개표가 끝난 뒤 오혜영 회장 당선자는 “막중한 자리를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고 전한 뒤 “새로운 한인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 다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신정구 부회장 당선자는 “회장을 잘 보좌하여 가장 앞서 나가는 한인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개표 과정에서의 혼선
이번 선거는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조직이 이전 34대 회장 당선자를 탄핵시킨 뒤 새로 치른 선거이며, 역대 가장 많은 4개 팀(회장-부회장) 후보간 경쟁이었던 만큼 선거 및 개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으며, 실제로 개표가 진행된 한인회관에는 각 후보 측 인사뿐 아니라 수십 명의 동포가 이를 지켜보고자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예정시간보다 늦게 시작된 개표 과정에서 각 투표소의 투표자 전산 입력과 수기 기록, 투표용지 수가 각각 다르게 집계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표된 투표용지를 기준으로 하자”는 고동식 후보의 제안에 다른 후보들이 동의하면서 1시간가량 지연된 개표가 진행됐다.
선관위 측은 투표자 전산 입력과 수기 기록 사이의 차이에 대해 작업 과정의 실수임을 언급했고, “엄청난 표 차이가 아닌 한 인정되는 부분”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지만 선관위가 놓친 부분도 있다. 4개 투표소 전산 입력 투표자의 ‘중복 투표’ 여부는 이날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한인회관에서 투표를 한 뒤 스트라스필드나 리드컴 또는 이스트우드로 이동해 또 다시 투표한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된 전산망을 운용하지 못한 것이기에 이 같은 의혹은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다 많은 동포들(영주비자 및 시민권)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사전 선거인 등록 없이 투표권을 부여한 것이었지만 그에 대한 대비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점에서 한 후보가 “다음 투표에서 이런 절차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추후 한인회가 반드시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선거가 시작되기 전, 비대위가 선거관련 광고를 동포미디어에 의뢰했다가 다수 동포들의 질타를 받은 적도 있다. 선거 업무는 투명성을 보장받은 선거관리위원회 업무임에도 비대위 명으로 선거 관련 사항을 공고한 것은 선거 절차에 위반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새 회장단의 과제
‘10년 만의 시드니한인회장 선거, 역대 가장 많은 후보 등록’으로 ‘한인회에 대한 동포들의 시선’ 측면에서 새로운 바람몰이가 예상됐던 회장단 선거는 3천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투표 참여자를 기록함으로써 한인회 입장에서는 새로운 회장단이 들어설 때마다 제기됐던 ‘한인회에 대한 동포들의 관심’이라는 과제를 변함없이 떠안게 됐다.
2000년대 이후 시드니 한인 인구가 크게 성장한 이후 가장 많은 투표자를 불러들인 시드니 한인회장단 선거는 투표참여자 4천 명을 넘어섰던 2007년 6월의 제26대 선거로, 당시 3개 후보팀 가운데 승원홍-박은덕 회장 및 부회장 후보가 1,702표를 획득해 당선된 바 있다. 이번 선거 직전인 지난 2013년 선거(2개 후보팀)에서도 투표자는 3천 명을 훌쩍 넘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4개 팀 후보들이 얻은 지지표는 500표에서 800표 사이였다. 즉 회장 및 부회장 당선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한 시드니 한인 동포들이 1천 명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시드니 한인 동포(영주비자 및 시민권) 7만 여 명, 여기에 만 18세 이상 선거 자격을 가진 이들을 4만 명으로 감안할 때 2% 선에 그칠 뿐이다.
이처럼 적은 지지 기반은 한인회 운영(제반 사업 및 활동)에서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비록 선거 과정에서의 직접적 참여자 수는 적었더라도 회장단으로의 업무 전개를 통해 동포들의 시선을 돌리고 응집된 힘을 만들어내는 것은 새 회장단이 만들어가야 할 일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