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여성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은…
의료혜택–교육–가정폭력–임금 부문 남녀간 격차 여전
3월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1908년, 미국의 1만 5천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동료 여성들을 기리며 작업장 환경개선,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1975년 유엔이 공식 지정한 것이다.
유엔의 발표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는 여성들의 국제적 연대 운동이 활발해졌고, 여성의 지위향상, 남녀차별 철폐 등이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울러 전 세계 여성들은 2001년부터 매년 이 날을 기해 기념 대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권익이나 지위, 전반적인 부문에서의 남녀간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호주도 예외는 아니다.
금주 수요일(8일), 여성의 날을 기해 ABC 방송은 몇 가지 부문에서 여성 권익 향상과 평등을 이루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 의료 혜택
호주에서, 최소한 보건 부문에 있어서는 모든 여성이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 특히 내륙 먼 외딴 지역이나 지방의 작은 소도시 여성들들에 대한 보건 서비스 혜택은 어려운 실정이다.
여성들은 지금도 특정 생리대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며, 가족계획 관련 법률은 각 주마다 다르다.
개발도상 국가 여성들의 경우 보건 혜택은 더욱 심각하다. OECD의 지난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경우 1천명의 신생아 가운데 사망자는 37.9명에 달했다. 호주의 3.4명에 비하면 보건 서비스 수준이 상당히 열악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인도의 신생아 사망 수치는 1960년대 호주의 신생아 사망 수치(20.2명)보다고 크게 높은 것이다.
▲도움 방법 : 호주 기반의 ‘Birthing Kit Foundation’은 개발도상국 출산여성 및 신생아 건강을 지원하는 사회단체로, 이들은 청결하고 안전한 출산 킷(kit)을 제공해 출산여성 또는 신생아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재단을 통해 개발도상국 여성을 지원할 수 있다.
■ 교육
지난 2015년, 호주에서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tertiary qualifications)을 이수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4만5천명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통계는 결코 좋은 편이 아니다. 글로벌 교육 자선단체인 ‘One Girl’에 따르면 전 세계 6천만 명의 소녀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One Girl’의 모건 쾨겔(Morgan Koegel) 대표는 나이 어린 소녀나 젊은 여성들에 대한 교육 투자는, 당사자는 물론 이들의 가족 및 지역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교육은 여성의 삶의 궤도를 영원히 바꿀 수 있다”고 전제한 쾨겔 대표는 “건강, 소득을 창출하는 능력, 지역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쾨겔 대표는 “올해 ‘One Girl’은 여성에 대한 제반 혜택이 가장 저조한 국가로 꼽히는 시에라리온(Sierra Leone)과 우간다(Uganda)게 거주하는 수천 명의 여성 및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교육에 집중키로 했다”고 소개했다.
‘One Girl’을 비롯한 기존의 관련 기구 조사는 나이 어린 소녀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해 준다.
-8년간 교육을 받은 젊은 여성의 경우 미성년 시기에 결혼을 하지 않을 비율이 4배 높다.
-여성의 학력수준이 1년이 늘어날 때마다 임금은 10~20% 상승한다.
-아이를 가진 여성의 교육시간이 늘어날수록 유아사망률은 5-10% 감소한다.
-교육을 받은 여성은 자녀를 학교에 보낼 확률이 두 배 높다.
■ 가정폭력
이 부문은 호주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편으로, 거의 매 주마다 여성 1명이 현 배우자 또는 전 남성 파트너의 폭력에 목숨을 잃고 있다.
호주 여성안전 관련 기구인 ‘Australia’s National Research Organisation for Women’s Safety’(ANROWS)의 ‘호주 여성폭력 보고서’(Violence Against Women in Australia’ report)에 따르면 여성 4명 중 1명이 현재 함께 거주하거나 별거 중인 배우자로부터 최소 한 번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또한 호주 통계청(ABS)이 지난 2012년부터 실시해 온 ‘폭력으로부터의 안전 여부 조사’ 결과, 15세 이상 연령층에서 가정폭력을 당한 이들 중 77%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자료는 그야말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sobering)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도움 방법 : 현재 가정폭력 상황에 있으며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 응급전화 ‘000’으로 연락하면 된다. 이밖에 각 지역별 주요 지원 기관은 다음과 같다.
-NSW 주 : 대표적 기구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Women’s Legal Service NSW’가 있다. 이곳에서는 피해 여성들에게 법률 지원은 물론 개별 법률 자문 및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Northern Territory :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여성 및 자녀들에게 ‘Dawn House Women and Children’s Shelter’가 쉼터를 제공한다.
-Western Australia : 가정폭력 여성 피해자를 위해 ‘Women’s Health and Family Services’를 운영한다.
-South Australia : ‘Central Domestic Violence Service가 애들레이드 동부 및 서부 지역 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한다.
-Queensland : 가정폭력 관련 ‘helpline’, 상담, 중재, 교통편의 및 임시 숙소 제공 등의 역할을 하는 ‘DV Connect’가 있다. 이 단체는 일반인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Tasmania : 구세군(Salvation Army)에서 피해 여성을 위한 임시 숙소를 운영한다.
-Victoria : 비영리 기구인 ‘Domestic Violence Resource Centre Victoria’가 있다.
■ 남녀간 임금격차
호주의 성별 임금격차는 비교적 높은 편으로, 지난해 OECD 자료는 호주 여성임금이 남성에 비해 17.3%가 낮은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 근로자가 많은 직종의 경우, 여전히 임금 수준은 상당히 낮은 편이며 소득이 높은 직위에서도 여성은 동료 남성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았다. 특히 관리자 급에서 여성 임금은 남성에 비해 연간 10만 달러 낮았다.
‘Business and Professional Women Australia’의 정책 담당자로 남녀간 임극격차 해소 및 기업 내 고위직 여성 승진 장려를 위해 일하는 엘레나 로리(Elena Rorie)씨는 “이제는 각 직장 내 남녀 임금격차를 줄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로리씨는 “호주의 남녀 임금격차는 지난 20년 사이 15%에서 18%로 더 늘어났다”면서 “다만 지난해의 경우 격차는 16.2%로 이전 해인 2015년(17.9%)에 비해 다소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해결 방안 : 로리 대표는 “여성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기회’”라고 진단했다. “여성의 경우 가족을 돌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승진이나 경쟁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어 “여성의 전반적인 경제적 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 같은 사실은 사회적 수준에서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여성의 직업 기회 향상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여성들에게 직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글로벌 단체인 ‘Dress for Success’ 등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지원하는 단체의 자선 활동에 참여,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Dress for Success Sydney’의 우슬라 맥게인(Ursula McGeown) 대표는 이 기구의 역할에 대해 “여성들에게 자심감을 되찾아주고 소득 및 고용 장벽을 뛰어넘으려는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우리가 제공하는 드레싱, 코칭, 커리어 워크숍 등을 통해 여성들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자신감과 고용능력을 회복하고, 그럼으로써 일자리를 얻고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 갈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이 단체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해 여성으로서의 삶의 성공, 고용, 재정 자립 지원을 취지로 일반인들의 기부를 촉구하는 ‘Empower Hour’ 행사를 갖기도 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