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 기술 발전으로 각 대학의 부정행위 적발 늘어… 일부 대학은 사례 공개 ‘거부’
국제학생 대거 재유입으로 비자사기-학업 부정행위 제공하는 ‘암시장’ 우려 높아져
호주 대학 내, 학업 부정행위 혐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각 대학이 조사 부서를 강화하면서 적발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이들에게 학업 과제를 수행하도록 당부하면서 사례비를 지불한 혐의로 기소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전염병 사태 완화 이후 국제학생들의 대거 재유입은 비자 사기를 비롯해 학업 부정행위를 주도하는 암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러오고 있으며, 포렌식 기술 발전은 각 대학의 조사관들로 하여금 더 많은 학업 부정을 적발하게 한다.
호주 고등교육감시 기구 ‘Tertiary Education Quality and Standards Agency’(TEQSA)는 범죄조직 운영의 학업 부정행위 계약업체가 대상 학생을 찾는 데 있어 보다 공격적이 되어 가며, 심지어 대학 조사관을 위협하는 일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밝혀진 새 수치에 따르면 시드니대학교(Sydney University)는 2021년에서 2023년 사이, 대학 학적부에 회부된 심각한 부정행위가 1,00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조사 부서에는 추가로 자원을 제공해야 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학문 진실성 전문가 가이 커티스(Guy Curtis) 부교수는 “이제 학업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대학의 능력이 크게 나아졌으며, 채점자(marker)들은 과제를 보기도 전에 외부 업체에 의뢰해 이를 수행한 것인지 잡아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학들은 포렌식 기술을 이용해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접속 패턴’(patterns of engagement)을 찾고, 학생들이 과제물 대행업체나 개인에게 에세이 또는 기타 과제물 대필을 의뢰하면서 돈을 지불하는 부정행위 계약을 탐지한다.
커티스 부교수는 “이 같은 학업 부정 계약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학생들이 (학교 측의) AI 사용을 감지하는 방법에 걱정하기에 외부 업체에 과제를 의뢰하는 사례가 만연되어 있다는 점”이라며 “대필가와의 과제물 부정 계약에 대한 포럼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AI를 사용하다 속속 적발되는 일이 이어지자 다시 외부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고 에세이를 쓰도록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커티스 부교수는 팬데믹 사태 완화 이후 유학생들이 대거 호주로 입국하면서 비자와 대학입학 사기, 학업 부정행위 계약 조직 간의 겹치는(intersection) 범죄행위 부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저임금 직업이나 성매매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호주 입국 및 체류의 한 방법으로 학생비자를 받는 것이 하나의 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커티스 부교수는 “그 학생을 저임금 노동자로 착취하는 사람(학생비자를 받아 호주에 체류하게 하여 일을 시키는 사람)을 위한 ‘패키지’의 일부로, 입국 학생의 대학 등록을 유지하려면 학과 과제가 통과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의해 (학업 부정행위 조직이) 유지된다는 것”(대학 등록이 유지되어야 학생비자가 취소되지 않음)이라며 학업 부정행위가 이루어지는 배경을 설명했다.
울릉공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의 경우 지난해 학업 부정행위가 입증된 사례는 2022년에 비해 거의 50%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 사례의 상당 부분은 온라인 시험에서 위법 행위가 급증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526건 중 406건은 ‘낮은 수준’(low-level), 120건은 ‘중간 수준’(medium-level)의 결과로 나타났다.
TEQSA의 학술청렴 부서 책임자 헬렌 그니엘(Helen Gniel) 박사는 “조직범죄와 연계되어 있는 학업 부정 계약업체의 공격적인 행동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니엘 박사는 “우리(TEQSA)는 종종 학생들을 협박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사람들(학업 부정 업체)이 TEQSA에 편지를 보내 ‘내가 이 학생의 과제물을 대신해 주었는데, 그는 나에게 해당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당신들이 그의 학위를 취소해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하는 직접적인 증거를 보았다”고 밝혔다.
TEQSA는 대학 내 학업 부정행위 감시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격성이 증가하고 있음도 언급하면서 학업 부정행위 제공업체들이 대학입학 사기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드니대학교는 2023학년부터 온라인 시험을 중단함으로써 시험 부정행위는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은 다른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과제 수행을 의뢰하는 계약 부정행위가 ‘우려될 만큼’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했다.
동 대학은 2022년 6,608건, 2023년 5,076건 등 새로운 학업 부정행위 혐의가 제기되자 학문 청렴성 위반을 관리하기 위해 조사 부서 자원을 늘렸다. 그리고 조사를 통해 학업 부정행위 제공업체와의 계약 사례가 2022년 444건, 2023년에는 940건으로 늘어났음을 확인했다.
시드니대학교의 2022년 기록적인 학업 부정행위 혐의 건수는 2023년 대학 학적과(registrar)에 회부된 부정행위 사례를 전년도에 비해 3배나 많은 수치로 증가시켰다. 학적과 회부 사례는 2021년 92건, 2022년 345건에서 지난해에는 1,038건으로 늘어났다.
이 대학 대변인은 “여러 가지 위법 행위 지표와 함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학업 부정행위 사례를 탐지, 조사하고 있다”며 “적절한 경우 우리는 글쓰기 스타일, IP 주소, 웹사이트 접속 기록을 조사하고 분석 데이터, 텍스트 및 코드 일치 소프트웨어, 웹봇, 기타 리소스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이어 “우리의 의사 결정자는 모든 증거를 기반으로 균형 있는 결론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대학 내 학업 부정행위와 관련해 NSW대학교는 자료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이 대학은 “생성 AI의 적절한 사용, 부정행위 계약업체와 연루되는 경우의 위험 및 학업 부정행위 적발시의 처벌에 대해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커티스 부교수는 학업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대학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늘어나는 사례를 처리할 수 있는 자원이 더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몇몇 대학에서 직접 확인한 것을 토대로 “대학들이 학문적 청렴성을 위한 중심 부서를 개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시스템(부정행위 방지를 위한)을 무너뜨릴 만큼 시험 부정행위나 에세이 표절 사례가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호주의 부정행위 방지법(anti-cheating laws)은 고등교육기관에서 학문적 부정행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광고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TEQSA에는 ‘불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권한’을 부여한다.
지난달(5월) 말, TEQSA는 계약 부정행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79개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했으며, 이로써 금지된 해당 사이트 페이지는 거의 370개에 달했다.
■ 시드니대 학업 부정행위
(대학 학적부에 회부된 사례)
2021 : 92건
2022 : 345건
2023 : 1,038건
Source: Sydney University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