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A 2022 national report’, OECD 국가들에 비해 ‘괴롭힘에 더 많이 노출’ 지적
10대 청소년들의 교내 ‘왕따’나 집단 괴롭힘, 따돌리기 등은 대부분 국가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호주 학교에서 이런 행위들은 전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 어느 정도일까.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여학생들의 학교 내 ‘웰빙’ 위기가 커지고 있으며, 특히 호주 10대들은 교내에서 다른 국가 또래들에 비해 ‘안전하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할 가능성’도 높다.
OECD의 각국 학생 평가 프로그램인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PISA)가 내놓은 최근 분석을 보면 호주의 15세 청소년은 거의 모든 비교 국가보다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여학생은 남학생에 비해 학교에서 덜 안전하다고 느끼고 또 스트레스에 덜 저항하며, 5명 중 1명은 디지털 기기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 관련, 호주교육연구협의회(Australian Council for Educational Research. ACER)는 “호주 학교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교실 중 하나임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ACER의 리사 드 보톨리(Lisa De Bortoli) 연구원은 “호주의 교육 격차가 특히 성별과 사회경제적 이점 사이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면서 “PISA 분석 결과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학교 교육을 다르게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여학생의 3분의 2, 남학생의 70% 이상은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남학생의 44%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여학생의 이 비율은 26% 수준이다.
정책 싱크탱크 ‘Centre for Independent Studies’의 글렌 파헤이(Glenn Fahey) 연구원은 “이제 호주 학교들이 학생 행동 및 복지 위기에 처해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학생들은 악화된 행동으로 인해 불균형적인 영향을 받지만 여학생은 교내 ‘웰빙’ 문제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는 호주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끔찍한 전망이자 호주 학교 시스템이 ‘교육 회복’으로 가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12월, 호주 학생들의 학업 결과에 대한 PISA의 우려스러운 보고서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를 보면, 호주 10대들은 2000년대 초 학교에 다녔던 학생들에 비해 학업 수준이 거의 2년이나 뒤처져 있으며, 거의 절반 학생들이 수학 및 읽기에서 국가 표준에 도달하지 못했하고 있다.
PISA의 새로운 분석은 또한 호주 학생들의 형평성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은 잘못에 대해서도 더 유리한 징계 환경을 갖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반면 불리한 배경의 학생과 원주민 출신들은 더 높은 수준의 괴롭힘, 더 큰 교육 부족을 보고했다.
가톨릭 재단 학교와 사립학교의 경우 공립학교 학생들에 비해 징계 환경이 더 우호적이고 괴롭힘에 대한 노출이 더 적으며 교내에서 안전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공립학교 학생들은 사립학교에 비해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수업을 받을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만성적인 교사 부족으로 인해 공립학교 교실에서는 혼란이 발생하고 있으며, 교장이 교사 부족을 보고한 학교는 61%나 된다. 특히 지방 지역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교사 부족, 괴롭힘, 교육 자료 부족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한편 주 정부들이 학생들에게 교내에서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함에 따라 학생들의 15%는 디지털 기기를 손에 갖고 있지 못하는 데서 불안감을 느끼거나 상당히 신경 쓰인다는 반응이었다. 학생들 10명 중 1명은 수업 중에도 온라인에 접속하고 메시지에 응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저항력에 대한 모든 척도에서도 여학생들은 남학생이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남학생의 39%에 비해 여학생은 71%가 ‘쉽게 긴장하게 된다’고 보고했으며 시험 날짜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서도 49%의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 75%가 ‘긴장감을 갖게 된다’는 반응이었다.
2018년 이전 PISA의 평가 이후 모든 국가에서 학교 내 괴롭힘은 감소했다.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학교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았던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호주 학생들은 라트비아(Latvia)를 제외하고 모든 비교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의 괴롭힘 행위가 있음을 보고했다.
호주 학교의 학생 훈육 풍토 또한 비교 대상 국가들 가운데 가장 호의적이지 않은 나라 중 하나였다. NSW 및 빅토리아(Victoria) 주 학생들은 타스마니아(Tasmania), 남부호주(South Australia), ACT, 퀸즐랜드(Queensland) 학생들에 비해 훈육 환경이 더 우호적이라 보고했으며,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괴롭힘의 정도는 NSW, VIC, ACT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 보톨리 연구원은 “학업 성취도가 높은 국가의 학생들은 소속감이 훨씬 더 크고 또한 놀림이나 위협 등 괴롭힘의 정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최근 분석에서 PISA는 처음으로 학업에 대한 호기심도 측정했다. 그 결과 호기심이 많은 학생들이 수학 과목에서 더 좋은 성적으로 거두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호주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서) 적당한 수준의 인내심을 보여주었다. 60%의 학생들은 공부가 어려워질 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답했으며, 교장 4명 중 1명은 학부모들이 주도적으로 교사와 학생의 발달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PISA 분석은 호주 1만3,437명의 학생을 포함해 81개국 15세 학생 약 69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OECD 테스트 및 설문조사 데이터(2022년 실시)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PISA 분석 결과에 대해 글렌 파헤이 연구원은 “호주의 학교가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이고 무질서한 교실 중 하나라는 사실이 이제 잘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소란스러운 교실 관리 차원의 증거 기반 전략으로 교사를 더 잘 훈련시키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야’(go back to basics)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수많은 호주 학생들이 고통을 받고 국제적 불이익에 처하고 있다”는 그는 “특히 원주민 학생들은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과 교내 안전에 대한 우려로 비극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너무 많은 학생들이 ‘안전하지 않은 학교 환경을 느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파헤이 연구원은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학교에서 안전함을 느껴야만 한다”며 “파괴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 교장 등 모든 이들에게도 해를 끼친다”는 우려를 전했다.
연방 교육부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 장관은 “현재의 교사 및 미래 교사들이 파괴적인 교실 관리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단기 과정에 투자해 교사 훈련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주 정부는 새 회계연도(2024-25년) 예산에서 400개 이상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전반의 긍정적 행동 지원 프로그램’(School Wide Positive Behaviour Support program)을 지속하기 위한 자금으로 1,580만 달러를 추가로 할당했다.
주 정부 대변인은 “(PISA 조사에서) VIC 주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높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호주에서 교내 괴롭힘 수준이 가장 낮고 교사 부족으로 인한 혼란 비율 또한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NSW 교육부 대변인은 이번 PISA 보고서에 대해 “(NSW 주 학교들의)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히며 “또한 모든 공립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기로 한 결정이 제대로 된 것임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NSW 주는 2022년 PISA의 설문조사 이후 학교 행동 정책을 전면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대변인은 “이 정책은 이제 모든 학생과 교직을 위해 안전하고 긍정적이며 존중하는 교실 환경을 유지하는 데 있어 올바르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5세 학생의 학습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3년마다 실시한다. 가장 최근의 측정에서는 학업 결과 외에도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배경과 학교 경험 등에 대한 상황별 데이터를 수입했다. 당시인 2022년, 호주에서는 743개 학교가 이 설문에 참여했다.
■ PISA 학교 평가 부문,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한 호주 평가 지수
-소속감 : ▼ 낮음
-학생과 교사간 관계 : ▼ 낮음
-수학 수업에 대한 교사 지원 : ▲ 높음
-수학 수업의 훈육 풍토 : ▼ 낮음
-괴롭힘 노출도 : ▲ 높음
-학교에서의 안전감 : ▼ 낮음
-학생들의 스트레스 저항력 : ▼ 낮음
-학생들의 호기심 : ▼ 낮음
-학생들의 인내심 : ▼ 낮음
-교육인력 부족 : ▼ 낮음
-교육자료 부족 : ▼ 낮음
-학생-교사 비율 : ▼ 낮음
-교육 리더십 : ▲ 높음
-교수법 리더십 : ▲ 높음
Source: Australian Council for Educational Research
■ PISA 특정 항목 평가 부문,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한 호주 평가 지수
▲ 괴롭힘(‘왕따’)
-호주와 크게 다르지 않음
Latvia* : 0.05
Australia* : 0.04
New Zealand* : 0.01
United Kingdom* : 0.00
-호주에 비해 현저히 낮음
Denmark* : −0.04
Estonia : −0.13
Czech Republic : −0.17
Singapore : −0.21
Macao (China) : −0.24
Canada* : −0.25
Belgium : −0.25
Switzerland : −0.26
Austria : −0.26
Sweden : −0.27
Ireland* : −0.30
United States* : −0.30
-OECD 평균(−0.30)보다 높은 국가
Poland : −0.35
Finland : −0.39
Slovenia : −0.43
Hong Kong (China)* : −0.48
Netherlands* : −0.50
Japan : −0.72
Taipei : −0.85
Korea : −0.91
Source: PISA 2022 national report
▲ 훈육 풍토
-호주보다 현저히 높은 국가
Japan : 1.09
Korea : 0.84
Macao : 0.38
Austria : 0.36
Taipei : 0.34
Hong Kong : 0.33
United States* : 0.24
Singapore : 0.22
Ireland* : 0.18
Estonia : 0.14
Switzerland : 0.11
United Kingdom* : 0.10
Slovenia : 0.07
Denmark* : 0.03
-OECD 평균(0.02)보다 약간 높은 국가
Latvia* : −0.03
Czech Republic : −0.03
Poland : −0.05
Canada* : −0.08
Belgium : −0.12
Netherlands* : −0.15
-호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국가
Finland : −0.22
Australia* : −0.24
-호주에 비해 현저히 낮음
Sweden : −0.32
New Zealand* : −0.33
-수학 과목 수업을 기준으로 한 비교임.
Source: PISA 2022 national report
▲ 교내 안전
-호주보다 현저히 높은 국가
Korea : 0.38
Denmark* : 0.36
Taipei : 0.29
Switzerland : 0.24
Singapore : 0.21
Sweden : 0.19
Japan : 0.13
Austria : 0.10
United States* : 0.07
-OECD 평균(0.04)과 유사한 국가
Hong Kong : 0.03
Australia* : −0.06
-호주보다 높은 국가
Netherlands* : −0.08
Ireland* : −0.09
New Zealand* : −0.10
Finland : −0.10
-호주보다 크게 낮은 국가
Belgium : −0.12
United Kingdom* : −0.15
Latvia* : −0.20
Slovenia : −0.21
Estonia : −0.24
Poland : −0.37
Czech Republic : −0.45
-마카오와 캐나다는 해당 자료 없어 제외
Source: PISA 2022 national report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