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소용돌이(와渦) 속을 꿰뚫는 예리한 도끼(부釜)날 논평
(시드니=한국신문) 정동철 기자 = 호주 인구가 2천700만을 돌파하면서 이에 따른 주택난 등 사회 인프라 미비의 원인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호주 공영 ABC 방송은 호주통계국(ABS) 자료를 인용해 호주 인구가 지난 3월 기준 1년 전과 비교해 2.3% 증가한 2천710만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인구는 총 615300명 늘었으며 총입국자에서 총출국자를 뺀 순이민유입자 증가가 83%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는 나머지 17%에 그쳤다.
호주에 정착한 사람들, 특히 이민자들에게도 이민 급증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주택난, 임대난, 고물가, 고금리, 교통체증이 모두 사람이 많아 생기는 문제라고 여기기 쉽다. 오죽하면 이민자의 적은 이민자라는 말까지 있을까? 물론 인구가 줄면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단기로는 완화할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정치권은 초당적으로 이민 반대를 내세우며 표를 구걸한다.
이민 통계에서 유의할 부분은 그냥 이민증가가 아니라 앞에 ‘순’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국경봉쇄 트라우마 때문에 호주인들은 과거만큼 외국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민유입이 정상 수준이라도 출국자 수가 확 줄면 순이민유입자 수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살고 있는 호주인을 내쫓아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들어오는 외국인을 막는 것이다. 사실 호주 경제가 불황 없이 장기간 성장을 유지한 원동력 중 하나는 이민을 통해 유입한 기술과 자본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이민국가 호주에게 1년에 순이민유입자 50~60만명은 지극히 정상이다. 호주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주택난과 인프라 결핍의 원인은 이민 증가가 아니라 이를 뻔히 내다보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 정책 실패이다. 진짜 죄인인 무능한 정부와 정치가 나서서 무고한 이민자 60만명을 모두 죄인으로 몰고 있는 고전 코미디가 호주에서도 뻔뻔스럽게 상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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