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주택공급 위한 국가적 정책 제시해야, 안정적 건설 비율 중요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상황 위축에도 불구하고 호주 주택가격은 큰 폭의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광역시드니의 경우 호주 전역에서 가장 높은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지역(suburb) 주택가격은 지난 12개월 사이 3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지역별 중간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매일 850달러 이상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바이러스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호주의 인구성장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장단기 근로자, 국제학생들의 귀국도 두드러졌다. 여기에다 연방정부가 국경을 폐쇄함으로써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 수 또한 엄청나게 감소했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이 활황을 이어가며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도시계획 전문가인 니콜 거란(Nicole Gurran) 및 피터 핍스(Peter Phibbs) 교수는 부동산 전문 매거진 ‘도메인’(Domain)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정부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주도하지만…
팬데믹 이전, 주택가격 인플레이션을 막는 방법을 묻는다면, 해외에서의 이민자 유입을 일시 중단하고 새 주택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먼저 제시할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의 압도적 의견에 따르면 인구증가는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주도한 반면 ‘레드 테이프’(red tape. 까다로운 행정 절차, 관료적 형식주의)는 공급을 방해했다. 대다수의 관계자들에게 있어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바나나와 같다.
그러나 지난해 호주 주택시장 상황은, 이런 견해가 실제로는 얼마나 단순한 것인지를 확인했다. 호주로 유입된 적은 수의 신규 이민자, 반면 바이러스 사태와 함께 본국으로 돌아간 이들을 보면 호주 인구는 24만4천명이 감소했다. 주택시장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이다. 하지만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12개월 사이, 주택가격 상승으로 얻은 금전적 이익은 연간 가계소득을 크게 앞질렀다.
해외 유입 인구의 덕을 가장 많이 보는 시드니와 멜번(Melbourne)은 국경 폐쇄와 지방 지역으로의 이주로 인해 2018-19년 2%의 인구성장이 2020-21년에는 0.2% 감소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부동산 컨설팅 사인 ‘코어로직’(CoreLogic) 자료는 지난 8월까지 12개월 사이 호주 주택가치가 정부 보조금, 저금리에 힘입어 단독주택 21%, 유닛은 13%가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이론적으로 보면 주택가격 상승은 경쟁시장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공급 반응을 자극하게 된다. 사실 주택 건설은 빠른 시간 내에 공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는 데에는 자금조달 비용이 많은 든다.
이는 개발회사가 대부분의 아파트를 사전 판매(off-the-plan)할 때까지 자금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대형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때 특히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의 신규 주택건설 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신규 주택건설은 연간 2% 상승으로, 기존 재고 대비 신규 주택 비율은 OECD 평균을 크게 앞선다.
연방정부는 최근 주택가격 및 공급에 대한 새로운 조사를 시작했다(연방정부는 주택가격 문제에 대한 불만을 각 State 및 Territory에 전가할 수 있어 공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주택경제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시로 가격이 변동되는 바나나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 이유는 주택이 금융자산이자 소비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신규 주택이 아니라 금융 공급과 가격이다.
만약 어떤 공급 문제가 중요한지 연방정부가 관심을 갖는다면,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량 확대는 주요 도시의 지속적 주거 스트레스(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용으로 지출하는 경우)와 과밀화, 지방 지역의 홈리스 비율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인구 수요 맞춰
안정적 건설비율 강조해야
하지만 연방정부는 전통적으로 공동 책임이었던 각 주 정부의 역량을 제한하면서 사회주택에 대한 관심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사회주택 문제에 대한 연방의회 조사를 주도하는 제이슨 팔린스키(Jason Falinski) 하원의원이 최근 부동산 산업 포럼에서 “사회주택이 가진 문제는 주택수수료”라고 발언한 것은 이 같은 인상을 더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의 일부 정책은 새로운 것이었다. 홈리스에게 숙박시설을 제공했으며 소득 지원 증가로 일부 세입자는 더 나은 주택을 찾거나 재정적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었다. 임차인 퇴거에 대한 모라토리엄은 민간 임대 부문에서 임대기간 보장 강화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니콜라 거란 및 피터 핍스 교수는 호주 주택시장에 대한 문제를 이 같이 설명하면서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누구라도 저렴하고 적절한 주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목표의 국가 주택 정책을 제시할 때”라면서 “새로운 공급을 통해 주택가격 인플레이션을 ‘해결’한다는 수사학적 약속보다 변화하는 인구 수요에 맞춘, 안정적인 주택건설 비율을 강조하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영리 및 영리 부문 모두에서 업계의 요구를 파악한 국가적 접근 방식은 사회주택 재고를 확대하고 공유지분 및 저비용 주택 소유와 같은 주택공급의 새로운 모델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제시하면서 “기존 주택 재고의 상태 개선과 유지 관리를 포함해 원주민 주택 공급업체 및 조직에 대한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