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다발성 경화증 질환으로
호주 육상 영웅이자 한 차례 세계 신기록을 보유했던 육상 단거리 스타 베티 커스버트(Betty Cuthbert) 여사가 금주 월요일(7일) 7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이날 호주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커스버트 여사는 오랜 시간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에 시달려 왔다.
커스버트 여사는 1950, 60년대 여자 육상 단거리를 지배했던 선수로, 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국제 대회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56년 멜번 올림픽에서는 100미터, 200미터 및 400미터 릴레이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8년 후 도쿄 올림픽에서 400미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2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성화봉송 주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1938년 시드니 서부 메릴린드(Merrylands)에서 태어난 커스버트 여사는 어밍턴 퍼블릭(Ermington Public School)과 매카서 걸스 하이(Macarthur Girls High School)를 다니며 올림픽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멜번 올림픽에서 여자 육상 호주 대표로 선발, 첫 국제대회를 치른 그녀는 이 대회 3관왕에 올랐으며 200미터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4년 후인 60년 로마 올릭픽에서는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주력인 100미터 경주를 포기해야 했으며, 육상선수로서 은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후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퍼스(Perth)에서 열린 커먼웰스 대회(Commonwealth Games. 영국 연방 국가들이 참가하는 스포츠 대회)를 계기로 재기에 성공했으며, 2년 뒤인 64년 도쿄 올림픽에서 그녀의 육상 경력에 한 개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커스버트 여사는 호주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육상의 꽃이라고 하는 100미터, 200미터, 400미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에서 그녀보다 많은 금메달을 보유한 호주 선수로는 수영의 이안 소프(Ian Thorpe)뿐이다.
그녀에게 다발성 경화증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69년이었으며, 74년 질병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커스버트 여사는 이 질병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사회활동에 주력해 왔다.
커스버트 여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호주 각계는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날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은 트위터를 통해 “그녀는 트랙에서, 또 트랙 밖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고무적인 삶을 이어왔다”며 그녀를 추모했다.
노동당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 또한 트위터에 “우리의 영원한 금메달 소녀”라고 표현하며 “편안한 안식을 바란다”고 썼다.
호주 올림픽위원회(Australian Olympic Committee)의 존 코츠(John Coates) 회장은 “역경에 맞선 용기 있는 선수”로 커스버트 여사를 기억했다. “베티는 육상 트랙의 금메달 소녀이자 호주의 영웅이었다”고 말한 그는 “그녀와 같은 뛰어난 챔피언을 잃는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베티는 오랜 시간 질병과 싸워오면서도 놀라운 용기를 보여주었으며 무엇보다 늘 미소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라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캐시 프리먼(Cathy Freeman)씨도 커스버트 여사를 추모하면서 “(자신에게) 육상 선수로서의 꿈을 갖게 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프리먼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매우 슬픈 날이다”면서 “나는 물론 호주 육상 세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올림픽 챔피언이자 나의 롤 모델이었던 그녀와 만난 일은 아주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썼다.
유명 라디오 진행자인 알란 존스(Alan Jones)씨도 그녀의 사망을 애도하며 “그녀의 전설은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스버트 여사는 지난 1985년 ‘호주 스포츠 명예의 전당’(Sport Australia 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념관의 존 버트란드(John Bertrand) 이사장은 그녀에 대해 “위대한 롤 모델”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베티는 모든 호주인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트랙에서의 경기를 통해 호주인을 하나 되게 했다. 우리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 또한 호주를 사랑했다”고 추모했다.
평생 미혼으로 살아온 커스버트 여사는 지난 1991년 시드니를 떠나 퍼스(Perth) 남부 만두라(Mandurah)에서 여생을 보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