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 하에서 역사와 지위 인정한 영 연방 국가 특정 수도 시장에게 해당 직함 수여
호주는 캔버라 외 각 수도 및 뉴카슬-파라마타-울릉공 등 10개 도시 시장에 부여돼
지난 9월 14일(토), NSW 주 유권자들은 127개 시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에 참여했으며, 각 지역 카운슬러(councilor)와 시장(mayor. 모든 시의회가 직선으로 시장을 선출하지는 않는다)에 투표했다. 그리고 시드니 시(Council of the City of Sydney)를 비롯해 4개 시의 ‘lord mayor’를 가려냈다.
올해 NSW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일부 도시에서 출마한 한 lord mayor 후보가 “당선될 경우 ‘lord’라는 명칭을 없애겠다”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이유는 “이것이 과거의 유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mayor’가 아닌, ‘lord mayor’라는 직함의 실제 역사는 어떻게 될까. 과연 과거의 유물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이전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까?
■ ‘lord mayor’ 직함의 역사
호주 가톨릭대학교(Australian Catholic University) 역사학자인 다리우스 본 거트너(Darius von GuttnerZ) 부교수는 lord mayor 직함에 대해 “영국의 전통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영제국 시대, 대륙의 많은 부분을 정복해 영토를 차지했기에 자연스럽게 자체 관행에 기반한 정부 시스템, 공공 생활 및 시민 규칙을 도입하게 되었다”며 “mayor와 lord mayor라는 직함은 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각 식민지에 자체 법 체제를 확립했고, 호주의 경우 식민지배 이후에 연방을 구성했지만 이전 영국의 관행을 그대로 두었음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군주제의 전통을 이어온 영국은 역사와 지위를 인정해 연 연방 국가의 ‘특정’ 수도 시장에게 lord mayor라는 타이틀을 수여했다. 이로써 호주의 모든 수도(캔바라 제외)의 시장에게는 이 직함(lord mayor)이 붙는다.
호주 각 주 수도의 시장에게 주어진 이 직함은 에드워드 7세 왕(King Edward VII. 1901년 1월부터 1910년 재임)의 ‘Royal Warrant’를 통해 호주에서는 처음으로 시드니 시(City of Sydney)에 수여되었고, 시드니가 국제적 지위를 가진 도시로 인정받은 1902년 런던 ‘College of Arms’를 통해 이를 인정하는 ‘Letters Patent’가 발행됐다.
이에 따라 1903년 시드니 시장이 된 토마스 휴즈 경(Sir Thomas Hughes)은 호주 최초로 ‘lord mayor’라는 직함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시장이 됐다.
시드니 공과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역사연구소 ‘Australian Centre for Public History’의 폴 애쉬턴(Paul Ashton) 박사는 “시드니의 첫 번째 시장은 이 직함을 얻기 위해 선거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드니 시의 첫 시장은 토마스 휴즈 경이었는데, 그는 영국 왕실로부터 그 직함을 부여받고자 노력했던 사람”이라며 “이 도시의 시장에게 lord mayor 타이틀을 수여하는 것은 시드니 시 차원에서 큰 가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호주에는 몇 명의 lord mayor가 있나
최초로 이 직함을 부여받은 시드니를 비롯해 각 주 7개 도시(캔버라 외) 및 NSW 주 3개 도시 시장이 lord mayor 직함을 사용할 수 있다. NSW 주의 이들 도시는 뉴카슬(Newcastle), 울릉공(Wollongong), 파라마타(Parramatta)이다.
각 주 수도 외 이 3개 도시에 lord mayor 직함이 주어진 것은 해당 도시의 역사나 지리 등 측면에서 중요한 사건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비 수도 도시(non-capital city)로 맨 처음 이 타이틀을 받은 뉴카슬은 1948년, 조지 6세 왕(King George VI)에 의해서였다. 이유는, 뉴카슬 시의회가 NSW 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되고 또 시드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라는 점에서 뉴카슬 시는 이를 신청했고, 인정받았다.
울릉공 시는 1951년과 56년, 59년, 64년, 65년 등 5차례나 이 직함을 신청했지만 얻지 못하다가 1970년 4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Queen Elizabeth II)이 이 도시를 방문한 후 해당 영예를 수여했다.
파라마타 시의 경우에는 1988년, 의회 200주년을 기념하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 직함을 부여했다.
■ lord mayor와 mayor의 차이
lord mayor는 왕실로부터 부여받았다는 영예 외, 다른 mayor와 비교해 추가적인 특권이나 권한은 없다.
다만 책임 부분에서는 약간 다르다. lord mayor는 ‘Council of Capital City Lord Mayors’라는 협의회에 기여하며, 이 협의회는 특히 정부와 관련해 각 수도의 특별한 이익을 대표하고 전국적인 지도력 조정과 대표성을 제공한다. 다른 약간의 차이로, 일부 lord mayor는 해당 지방의회 총괄매니저 또는 CEO의 성과를 검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시대에 뒤처진 직함인가?
올해 지방의회 선거에서 일부 인사에 의해 제기되었듯, 이 직함은 과연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까? 본 거트너 부교수는 “과거의 상징을 벗어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이다.
“역사가 입장에서 볼 때, 시드니나 멜번 등 특정 도시의 시장 직함에서 ‘lord’라는 용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라 생각한다”는 그는 “이는 시대에 뒤처진 것이 아니라 전통이며, 만약 우리가 이 전통을 없애려 한다면, 글쎄, 그러면 총독(governor general)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총리(prime minister)라는 직함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현대적 맥락에서 lord mayor 직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이는 그저 전통을 반영하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적 자부심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폰 거트너 부교수는 “특정 직함의 경우 매우 중요한 시간적 지표이며, 이 같은 타이틀의 사용은 호주의 토착 문화를 포함해 다른 문화권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런 반면 UTS의 애쉬턴 박사는 이 직함에 대해 “엄청나게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매우 구시대적이라 생각한다”는 그는 “시드니 시가 이 직함을 폐기하고 ‘mayor’라는 타이틀을 두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매우 건강한 신호라 본다”고 말했다.
시드니 시장직을 노리는 후보 중 한 명으로, ‘Metropolitan Local Aboriginal Land Council’ 의장이자 원주민 최초로 시드니 시의원에 당선되었으며 지난 2021년 및 올해 지방선거에서 시드니 시장직에 도전했던 이본 웰던(Yvonne Weldon) 후보는 올해 초, 이 직함에서 ‘lord’를 제거하고 또한 전통적인 ‘시장 띠’(mayoral chain)와 시장 예복(robe)을 없애자는 발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웰던 시의원은 “lord mayor라는 직함은 오늘날의 평등주의적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lord라는 단어는 귀족주의와 우월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시의회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은 시민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녀는 지방정부가 ‘불필요한 격식과 화려함’으로 인해 (시민들로 하여금)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게 한다는 점도 제기했다.
웰던 시의원의 제안에 대해 시드니 시 클로버 무어(Clover Moore) 시장실 대변인은 “이런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더 시급한 문제가 있는 경우 지역사회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변인은 “지방정부 및 각 시의원은 이 같은 입법적 변화가 지역사회에 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또 이를 두고 의회에서 토론을 하기 전에 각 시의원들의 시간과 자원을 할애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